세상 모든 사람이 내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고, 심지어 기록마저 깨끗하게 지워진다면? 조셉 루벤 감독의 2004년작 《포가튼》은 이런 끔찍한 설정으로 관객의 숨통을 조이며 시작한다. 줄리안 무어의 처절한 연기는 관객을 금세 텔리의 절망 속에 동화시키고, 영화는 쫀쫀한 심리 스릴러의 문법을 성실히 따라간다. 하지만 중반 이후 이 영화는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비껴가는 거대한 확장을 시도한다.

팩트 체크: 왜 모든 기억이 사라졌는가?
이 영화가 단순한 기억상실이나 음모론적 스릴러가 아닌 이유는 그 배후에 있다. 사실 텔리가 겪는 이 기이한 현상은 인간의 '모성애'라는 감정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기억이 지워졌을 때 그 유대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험하려는 '외계 지성체들의 거대한 실험'이었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고 대상을 순식간에 하늘로 낚아채 버리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졌지만, 단 하나 계산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지독하고도 숭고한 본능이었다. 실험체들이 하나둘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아들의 이름을 놓지 않았던 텔리의 집념은, 결국 논리적인 우주의 법칙마저 깨뜨리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모성애는 강하다!" 억울한 평점 테러를 향한 반박
《포가튼》은 개봉 당시 장르의 급격한 선회(스릴러에서 SF로) 때문에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누군가는 이를 '장르적 배신'이라 부르며 낮은 평점을 줬지만, 사실 이 영화는 그 정도로 저평가받을 작품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온 우주가 내 자식을 부정하는 공포를 이토록 장르적으로 잘 풀어낸 영화도 드물다. 특히 줄리안 무어가 아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장면들은 모성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아주 강렬하게 건드린다. "모성애는 강하다"는 이 단순하고도 진리인 명제를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시도는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멀티플렉스 최적화 '하늘 진공청소기' 액션 (※ 결말 스포일러)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정체불명의 남자가 실패를 인정하며 하늘로 쑥 빨려 올라가는 장면이다. 당시로서는 꽤나 충격적이었던 이 점프 스케어 연출은 다시 봐도 압권이다. 결국 외계인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고, 세상의 시간은 재설정된다. 아들 샘과 다시 공원에서 조우하는 마지막 장면은, 비록 그 과정이 기상천외했을지언정 어머니의 승리가 주는 뭉클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막을 내린다.
"모성애는 강하다! 근데 이 영화가 그렇게 평점 테러 수준으로 받을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충분히 재밌다!)"
평점이라는 숫자에 갇혀 이 흥미로운 '기억 추적극'을 놓치기엔 너무나 아쉽다. 치밀한 논리보다 뜨거운 감정이 승리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면, 《포가튼》은 여전히 유효한 즐거움을 주는 웰메이드 오락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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