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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는 올해 시네필들 사이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끔찍하며, 가장 시각적으로 폭발적인 화제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복잡한 메시지 이전에,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한 데미 무어의 압도적인 열연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로테스크한 바디 호러의 쾌감에 있다.

고어와 기괴함, 그 아찔한 진입장벽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명확하다. 신체가 붕괴되고 피와 점액질이 낭자하는 '고어'와 '기괴함'을 시각적 미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르적 수용력 없이 무턱대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는, 중반부 이후부터 튀어나오는 상상 초월의 바디 호러 앞에서 "도대체 영화가 왜 이래?"라며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불쾌함의 선을 넘는 순간, 기분 나쁘지만 눈을 뗄 수 없는 잔혹한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특히 잃어버린 젊음과 미를 향한 엘리자베스의 광기를 완벽하게 묘사한 데미 무어의 연기는 영화사(史)에 남을 만큼 처절하고 경이롭다.

궤도를 이탈한 서사, 그럼에도 압도적인 피의 축제 (※ 결말 스포일러)

스토리의 흐름과 결말은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치밀한 심리 스릴러나 우아한 파국을 원했던 관객이라면, 후반부 통제 불능으로 폭주하는 전개에 다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시점, 돌연변이 괴물이 된 '엘리자수'가 연말 생방송 무대에 올라 수백 명의 관객에게 엄청난 양의 피를 분수처럼 뿌려대고 폭발하는 씬은 그 모든 아쉬움을 상쇄시킨다. 논리와 개연성을 모두 던져버리고 스크린을 말 그대로 '피바다'로 만들어버리는 그 순수한 폭력성과 시각적 타격감은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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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논쟁에 갇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영화

최근 왓챠를 비롯한 영화 커뮤니티에서 이 작품을 두고 '페미니즘이네 아니네' 하며 핏대를 세우고 싸우는 모습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감독 본인이 대놓고 페미니즘적 의도를 담았다고 밝혔고, 여성의 외모에 대한 억압을 다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프레임에 가둔 채 키보드 배틀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 영화는 결국 영화일 뿐이다. 잘 만든 그로테스크 호러와 미친 시각 효과를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하고 이념의 잣대만 들이미는 것은, 이 훌륭한 오락 영화를 즐기는 가장 안타까운 방식이다.


 

"데미 무어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다. 사실 영화적으로는 고어, 기괴한 걸 받아들여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거 없이 본다면 '영화가 왜 이래?'라고 하지 않을까. 원하던 결말과 흐름이 아니라 좀 실망스럽긴 했는데, 영화가 끝나는 시점의 무대 장면이나(피 뿌리는 거) 복사본(수)의 폭발 장면은 특히 맘에 들었다."

 

메시지를 과도하게 해석하려 들지 말자. 젊음에 대한 광기, 인간의 추악한 욕망, 그리고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는 그로테스크한 바디 호러. 그것만으로도 《서브스턴스》는 141분 동안 관객의 멱살을 잡고 흔들기에 충분히 매력적이고 불쾌한 걸작이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이토록 쨍하고 폭력적인 옐로우 톤과 핫핑크, 그리고 후반부를 장식하는 수백 갤런의 검붉은 피는 4K UHD 포맷의 HDR(High Dynamic Range) 환경에서 감상할 때 그 진가를 200% 발휘한다. 살점이 찢어지고 세포가 분열하는 그 기분 나쁜 사운드 믹싱 역시 홈시어터 시스템을 시험하기에 아주 훌륭한 레퍼런스다. 노션(Notion)의 영화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이 작품을 어떤 장르로 기입할까 고민하다가, 군더더기 없이 '바디 호러 마스터피스'라고 타이핑해 넣었다. 

[Unboxing]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 4K UHD 김치DVD 스틸북 렌티큘러 풀슬립 한정판 B Type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 4K UHD 김치DVD 스틸북 렌티큘러 풀슬립 한정판 B Type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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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6] 진짜 다큐인 줄 속았다가 빵 터진 록밴드의 환장할 흑역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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