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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사전 정보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관객을 완벽한 혼란과 실소의 늪으로 빠뜨린다.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영국의 전설적인(이라고 주장하는) 헤비메탈 밴드 '스파이널 탭'의 미국 투어를 쫓는 이 영상물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만든다. "이거 진짜 실화야? 이 엄청난 흑역사들을 왜 편집도 안 하고 다큐에 담은 거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모두 속았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의 탈을 쓴 완벽한 100% 짜고 치는 '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 코미디다!

 

완벽한 페이크, 관객의 뇌를 정지시키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진짜 '스파이널 탭'이라는 밴드가 실존하는 줄 알았다.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야 할 록스타들이 공연장 대기실에서 길을 잃고 뱅뱅 돌거나, 기타 앰프의 볼륨 다이얼이 '10'이 아닌 '11'까지 있다는 사실에 진지하게 자부심을 느끼는 장면을 볼 때면 뇌 정지가 온다. 다큐를 가장한 영화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 한 상태에서 마주하는 이 어이없는 상황들은, 다큐멘터리 특유의 진지한 인터뷰 톤과 얽히며 엄청난 파괴력의 실소를 자아낸다.

편집점 잃은 흑역사의 대방출

이 가짜 록밴드의 병맛 행진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웅장해야 할 '스톤헨지' 무대 세트의 치수 계산을 잘못해서, 사람 무릎 높이만 한 18인치짜리 미니어처 스톤헨지가 무대 위로 앙증맞게(?) 내려오는 대참사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거기에다 밴드의 드러머들이 기상천외한 이유(자연 발화, 기괴한 사고 등)로 계속해서 죽어 나가는 어처구니없는 징크스까지.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걸 방송에 그대로 내보낸다고?"라며 입을 떡 벌리게 만드는 찌질한 흑역사들이 여과 없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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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를 가장한 코미디의 정수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행동하는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애드립 연기 덕분에, 관객은 이 바보들의 행진을 보며 동정과 폭소를 오간다. 록 음악계의 온갖 클리셰와 록스타들의 텅 빈 허세를 이토록 날카롭고 유쾌하게 비틀어낸 코미디가 또 있을까. 한껏 폼을 잡지만 한없이 초라해지는 스파이널 탭의 짠내 나는 투어기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 그 자체로 엄청나게 웃기는 코미디의 정수다.


 

"애초에 이 영화? 아니 다큐라고 말을 해야 하나?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진짜 Spinal Tap이라는 밴드가 있는 줄 알았다. 다큐를 가장한 영화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못 했던 상황에서 어이없는 장면이나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드는 장면은 뭐지? 이거 진짜 이런 일이 있었던 건가? 어쩌면 흑역사일 수도 있는 것들을 그냥 편집도 없이 화면에 담았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이 영화는 다큐를 가장한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그리고 엄청 웃기다."

 

때로는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는 것 자체가 최고의 오락이 된다. 록 스피릿으로 무장한 바보들이 선사하는 이 밑도 끝도 없는 환장할 페이크 다큐는, 한바탕 미친 듯이 웃고 싶을 때 꺼내보기 가장 좋은 마스터피스다. 자, 다 같이 앰프 볼륨을 '11'로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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