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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방벽

본 리뷰는 <로스트> 시즌 3, 20화(The Man Behind the Curtain)까지의 내용만을 철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전개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스포일러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진행형' 리뷰이니 안심하고 감상해 주세요!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아더스의 절대적 지도자 제이콥의 거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초자연적 공포와 혼돈에 휩싸인 오두막.
낡고 기괴한 정글 속 오두막 내부. 손전등 불빛이 비친 순간, 물건들이 날아다니고 집 전체가 요동치며 공포에 질린 로크와 벤의 씬

 

이번 20화는 <로스트> 세계관의 가장 거대한 두 가지 미스터리, '다르마 이니셔티브의 몰락'과 아더스의 지도자 '제이콥'의 실체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 역대급 에피소드입니다. 부제인 '커튼 뒤의 남자(The Man Behind the Curtain)'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거대한 환영 뒤에 숨어 조종하던 마법사의 정체를 뜻하는 말로, 벤이라는 인물의 이면과 제이콥이라는 미지의 존재를 동시에 저격하는 완벽한 제목입니다.

 

이번 화의 핵심 장면 (디테일과 연출) 이번 에피소드의 텐션은 '과거 다르마 이니셔티브 시절 벤의 플래시백'과 '현재 제이콥을 만나러 가는 로크의 여정'이 교차하며 숨 막히게 조여옵니다.

 

최고의 호러/스릴러 명장면은 단연 제이콥의 오두막 씬입니다. 벤은 로크를 낡은 오두막으로 데려가, 허공(빈 의자)을 향해 대화를 나누는 기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로크가 이를 철저한 사기극이라 비웃고 돌아서려는 찰나, 어둠 속에서 "도와줘(Help me)"라는 소름 끼치는 음성이 들려옵니다. 로크가 손전등을 켜는 순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 오두막 전체가 지진이 난 듯 요동치고, 찰나의 불빛 사이로 정체불명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갑니다. 극도의 공포와 초자연적인 현상이 폭발하는 이 장면은 시청자들의 심장을 멎게 만듭니다.

 

또 다른 충격적인 장면은 과거 벤이 주도한 '숙청(The Purge)'의 전말입니다. 생일을 맞이한 벤은 밴 차량 안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중, 평생 동안 겹겹이 쌓여온 끔찍한 원망과 분노에 마침표를 찍듯 독가스 캡슐을 열어 친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단합니다. 방독면을 쓴 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아버지를 차갑게 지켜본 벤은, 이후 홀로 마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독가스에 몰살당해 시체밭으로 변해버린 다르마 이니셔티브 마을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중, 숲에서 걸어 나온 리처드와 원주민(Hostiles) 무리와 조우하게 되죠. 이 서늘하고 압도적인 시퀀스는 그가 억압적인 과거를 기어코 제 손으로 끊어내고 어떻게 아더스의 무자비한 리더로 거듭나게 되었는지 완벽한 서사를 완성합니다.

권력을 향한 벤의 끔찍한 질투와 집착.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고 제이콥의 목소리마저 들은 로크를 가차 없이 숙청해 버리는 잔혹한 엔딩.
독가스로 전멸한 다르마 이니셔티브 마을의 시체 구덩이 앞에 서서, 로크의 복부에 망설임 없이 총을 쏘고 차갑게 내려다보는 벤의 모습

 

캐릭터 심리 프로파일링 & 숨은 이스터에그

  • [심리 프로파일링] 벤의 비틀린 인정욕구와 로크를 향한 살의: 벤의 아버지는 아내를 죽이고 태어난 자식이라며 평생 벤을 학대했습니다. 벤이 달마를 배신하고 '원주민(Hostiles)'과 결탁한 것은, 억압적인 아버지(다르마)를 죽이고 자신을 인정해 줄 새로운 절대자(제이콥)를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제이콥은 벤이 아닌 외부인 '로크'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평생을 바쳐 섬에 헌신한 자신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로크가 선택받았다는 사실은 벤의 가장 깊은 열등감을 건드렸습니다. 벤이 시체 구덩이 앞에서 로크를 쏴버린 것은 단순한 제거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와 질투가 폭발한 결과입니다.
  • [이스터에그] 로저 워크맨(Roger Workman) 밴의 진실: 엄청난 소름을 유발하는 떡밥 회수가 등장합니다! 과거 벤의 아버지 '로저'가 독가스에 마셔 죽은 바로 그 달마 이니셔티브 밴 차량. 이 차량은 앞서 시즌 3, 10화(Tricia Tanaka is Dead)에서 헐리가 정글 숲속에서 발견해 고치고, 찰리와 함께 유쾌하게 몰고 다녔던 바로 그 맥주 밴입니다! 헐리가 발견했던 제복 입은 백골 시체가 다름 아닌 벤의 친아버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미친 디테일입니다.
  • [이스터에그] 늙지 않는 남자, 리처드 알퍼트: 어린 시절 벤이 정글에서 마주친 원주민(아더스) 무리의 리더, '리처드 알퍼트'. 소름 돋는 사실은 수십 년이 지나 로크가 해변에 온 현재 시점의 리처드와, 과거 어린 벤이 만났던 리처드의 외모가 단 하루도 늙지 않은 완벽하게 똑같은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이 남자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미스터리 추적 일지 (현재 시점)

  • [신규 떡밥] 투명한 절대자 제이콥과 로크의 생사: 제이콥은 유령일까요,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떤 기괴한 괴물일까요? 벤마저 두려워하는 이 존재가 로크에게 "도와달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복부에 총을 맞고 수백 구의 다르마 시체 구덩이에 버려진 로크는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 [국면 전환] 폭로된 스파이 녹음기, 그리고 잭의 알 수 없는 침착함: 지난 화에서 소이어가 얻은 '줄리엣의 스파이 녹음기'가 드디어 해변 캠프에 거대한 파란을 일으킵니다. 분노한 생존자들이 당장이라도 줄리엣을 심문할 기세로 몰아붙이지만, 정작 잭은 놀라는 기색 없이 너무나도 침착한 태도를 보입니다. 잭은 오히려 당황하는 대신 "사람들이 다 모인 곳에서 제대로 된 대화를 하자"며 의미심장하게 상황을 일축해 버리죠. 마치 줄리엣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한 잭의 기묘한 반응은, 그가 남몰래 어떤 거대한 꿍꿍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며 다음 에피소드를 갈구하게 만듭니다.
  • [완전 해소] 다르마 이니셔티브의 최후: 섬에 그토록 많았던 다르마의 과학자들과 시설들이 왜 모두 버려지고 아더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완전히 밝혀졌습니다. 벤과 리처드가 이끄는 원주민 세력이 독가스를 이용해 다르마 인원들을 단 하루 만에 대량 학살하는 '숙청'을 단행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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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1960년대 서울의 쓸쓸한 공기를 담아낸 잃어버린 걸작

한국 모더니즘 영화의 정점으로 불리는 이만희 감독의 <휴일 (1968)> 한국영상자료원(KOFA)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당시 검열로 인해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필름이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적적으로 발굴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 귀중한 작품입니다. 임신한 지연(전지연)을 공원에 남겨둔 채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구 집에서 돈을 훔쳐야만 했던 허욱(신성일)의 암울하고 스산한 일요일을 1080p 고화질 흑백 영상으로 스산하게 담아냈습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 신성일과 전지연의 호연, 그리고 정성일 평론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코멘터리가 52페이지 부클릿과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국 고전 영화 컬렉터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아카이브 타이틀입니다.

📦 English Summary for Global Collectors

  • Title: A Day Off (휴일, 1968)
  • Label: Korean Film Archive (KOFA) / Blue Kino
  • Edition: Standard Blu-ray Edition with Slipbox
  • Format: 1-Disc (BD-25)
  • Video: 1080p High-Definition (B&W) / 2.48:1 Aspect Ratio
  • Audio: Korean LPCM Mono (48kHz, 24-bit)
  • Subtitles: Korean, English, Japanese
  • Packaging: Slipbox, Keepcase, 52-page Booklet, 3 Postcards
  • Comment: A miraculous release of Lee Man-hee's long-lost masterpiece by the Korean Film Archive. Set in 1960s Seoul, the film's bleak and atmospheric cinematography is beautifully restored in 1080p HD. Packed with extensive commentaries and physical goodies like a 52-page booklet and postcards, this is an essential piece of Korean cinema history.

Tech Specs & Disc Details (스펙 및 디스크 구성)

한국영상자료원의 정성스러운 복원을 거쳐 2.48:1 와이드스크린 흑백 화면과 LPCM 모노 사운드로 재탄생했습니다.

항목 (Item) 상세 정보 (Details) 비고 (Notes)
Title 휴일 (A Day Off) 한국영상자료원 시리즈 014
Format 1-Disc (BD-25) Region Free
Resolution 1080p HD (Black & White) 2.48:1 Aspect Ratio

Audio Korean LPCM Mono 48kHz, 24-bit
Subtitles Korean, English, Japanese 본편 3개 국어 자막 지원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안내)

작품의 영화사적 가치를 해설하는 두 가지 버전의 심도 있는 코멘터리와 GV 영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음성해설 1: 정성일 (영화평론가 & 감독) - 2010년 녹음버전 (한국어, 영어 자막 지원).
  • 음성해설 2: 백결 (시나리오 작가), 허문영 (영화평론가) (한국어, 영어 자막 지원).
  • GV Clip: 허문영 영화평론가의 관객과의 대화 (54분).
  • Restoration: 복원 전후 영상 비교 및 이미지 자료 모음.

Collector's View: Packaging & Artwork (패키지 디자인)

허욱의 쓸쓸한 초상과 금빛 타이포그래피 (슬립박스)

휴일 (A Day Off, 1968) - 한국영상자료원 블루레이 슬립박스 전면 및 후면

  • 설명: 단단한 슬립박스 전면에는 기울어진 한옥 처마를 배경으로 허탈하게 기대어 앉은 허욱(신성일)의 흑백 스틸컷 위로, 마치 붓글씨로 무심하게 휘갈긴 듯한 금빛 '휴일' 타이포그래피가 우아하게 안착되어 있습니다. 후면은 앙상한 나뭇가지와 기와지붕의 질감이 스산한 일요일의 공기를 그대로 전해줍니다.

보랏빛 디스크와 내면의 고독 (킵케이스)

휴일 (A Day Off, 1968) - 한국영상자료원 블루레이 킵케이스 전면 및 내부 디스크

  • 설명: 슬립박스를 벗겨낸 킵케이스 전면에는 눈을 감고 상념에 잠긴 허욱의 아련한 클로즈업 컷이 담겨 있습니다. 케이스 내부를 열면 차가운 흑백의 외관과 대비되는 은은한 보라색 톤의 디스크가 나타나며, 디스크 표면에는 허욱과 지연이 마주하며 웃고 있는 역설적인 순간이 프린팅되어 있어 애잔함을 더합니다. 이너 슬리브에는 영화 속 상징적인 공간인 십자가가 세워진 교회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52페이지의 기록과 3장의 엽서 (부클릿 & 엽서)

휴일 (A Day Off, 1968) - 한국영상자료원 블루레이 부클릿 커버 및 엽서 3종

  • 설명: 세피아 톤으로 인쇄된 52페이지 분량의 부클릿 커버에는 앙상한 나무 아래서 지연을 끌어안고 있는 허욱의 뒷모습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함께 동봉된 3종의 엽서는 얽힌 두 사람의 손, 허욱의 쓸쓸한 시선, 그리고 교회의 첨탑 등 영화의 탁월한 미장센을 포착한 흑백 스틸컷들로 구성되어 소장 가치를 높입니다.

Final Verdict: 한국 모더니즘 영화의 가장 아름답고 쓸쓸한 조각 (총평)

한국영상자료원의 <휴일> 블루레이는 시대의 우울과 청춘의 절망을 탐구했던 이만희 감독의 예술적 성취를 가장 완벽하게 복원해 낸 물리 매체입니다.

  • Aesthetic Perfection: 스산한 겨울 공원의 질감이 느껴지는 흑백 사진들과 여백의 미를 살린 캘리그래피 타이틀의 조화는 영화가 가진 고독한 미학을 패키지 전체에 훌륭하게 관통시켰습니다.
  • Ultimate Archive: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친구 집의 돈을 훔치고 벼랑 끝에 몰리는 주인공들의 암담한 현실을 1080p 고화질 흑백 영상으로 선명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정성일, 허문영 평론가의 깊이 있는 해설과 풍성한 인쇄물 구성은 이 영화가 왜 한국 영화사의 잃어버린 보물이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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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boxing] 컴패니언 (Companion, 2025) - 스틸북 한정판 (4K UHD + 2D)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핏빛으로 물든 로맨스와 서늘한 스릴러의 매혹적인 교차뉴라인 시네마와 제작진이 선사하는 과감하고 영리한 SF 스릴러, 4K UHD 스틸북 한정판 개봉기입니다. 완벽한 반려자를 향한 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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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혈포 강도단》, 《미쓰 와이프》 등을 연출한 강효진 감독이 저예산 독립영화의 틀 안에서 인간의 밑바닥과 출생의 굴레를 가장 거칠고 파격적으로 다루었던 2012년작 드라마 《나쁜 피(Dirty Blood)》. 성폭행으로 태어난 딸이 생물학적 친부를 찾아가 복수를 감행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기괴한 파국으로 치닫는 가족 잔혹극이다. 상업 영화의 정제된 틀을 완전히 벗어던진 채 날것의 이질감과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이다.

줄거리: 암 병동의 독설과 출생의 저주, 망해버린 펜션으로의 잠입

스페인으로 훌쩍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던 인선(윤주). 그러나 출국을 앞두고 찾아간 병원에서 충격적인 비극을 마주한다. 그녀를 홀로 키워온 어머니는 이미 폐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인 상태였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는 딸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서늘한 독설을 퍼부으며 평생 숨겨왔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한다. 인선은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자식이 아니라, 20여 년 전 자신이 당했던 끔찍한 강간 범죄의 결과물로 태어난 '더러운 씨앗'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몸속에 흉악한 성폭행범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에 영혼이 산산조각 난 인선은 스페인행을 접고 흥신소를 찾아가 생물학적 친부인 방효(임대일)의 뒤를 쫓는다.

 

흥신소를 통해 찾아낸 방효의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시나리오 작가랍시고 글을 쓰지만 경제적으로는 쫄딱 망한 상태였고, 한 지방에서 운영하던 펜션 사업마저 완전히 실패해 건물은 경매로 넘어가 압류 딱지가 붙어 있었다. 그의 아내는 어린 딸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도망쳐 버렸고, 방효는 경매로 쫓겨나기 직전인 그 압류된 펜션에 홀로 남아 근근이 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인선은 필리핀으로 도망친 그의 아내와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위장해 방효의 펜션에 손님이자 지인으로 자연스럽게 기거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철저히 숨긴 채, 자신에게 이 끔찍한 '나쁜 피'를 물려준 원수에게 똑같은 지옥을 되돌려주고 서서히 파멸시킬 복수의 기회를 노리면서.

결말: 기괴한 복수극과 자해, 그리고 저수지에 버려진 비극 (※ 스포일러 주의)

인선은 방효에게 복수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를 심리적으로 서서히 옥죄어 간다. 매일 밤 낯선 남자들을 펜션으로 끌어들여 관계를 맺는 기이하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방효를 자극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낯선 남자에게 위협을 당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처한다. 이때 방효가 나타나 인선을 구해내고,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죄악들에 대해 뉘우치듯 후회와 참회의 심경을 인선에게 털어놓는다.

 

인간 이하의 괴물인 줄 알았던 친부의 참회 앞에 인선의 복수심은 잠시 수그러든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과연 진심인지 시험하기 위해 인선은 마지막 트릭을 던진다. "방문이 고장 나서 잠기지 않으니, 내가 떠나고 나면 고치라"는 말을 남긴 것. 그러나 본성 자체가 쓰레기였던 방효는 그날 새벽, 인선의 방으로 숨어들어 그녀를 덮치려 든다.

 

이미 덫을 치고 기다리던 인선에 의해 방효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도리어 인선에게 꽁꽁 포박당한다. 결박된 방효 앞에서 인선은 마침내 자신이 20여 년 전 그가 강간했던 여자의 딸이자, 그의 핏줄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폭로한다. 그리고 가장 처절한 복수의 의미로 방효가 보는 눈앞에서 자신의 손목을 칼로 긋고 자살을 기도한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딸을 보며 방효는 절망과 공포에 짓눌려 울부짖고, 화면은 암전된다.

 

하지만 인선의 자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방효가 인선의 휴대폰에 있던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라 알린 뒤 스스로 행방불명자가 되어 잠적한 것.

 

병원에서 퇴원한 인선은 남자친구에게 돌아가기 전 할 일이 있다며 헤어지는 데, 복수를 꿈꾸며 펜션에 머물던 시절 자신을 유일하게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던 단골 포장마차 부부를 찾아간다. 고마움을 전하려 하지만 포차 남자는 "아내가 오늘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당신을 꼭 보고 싶어 한다"며 인선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그 순간, 화면은 싸늘한 경찰서로 전환된다. 인선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바로 그 포차 남자가 경찰서에 붙잡혀 앉아 있다. 형사는 그를 매섭게 추궁한다. "왜 죽였어?"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선량해 보였던 그 포차 남자 역시 인선을 자기 집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을 시도했던 것. 인선이 극렬하게 저항하자 그 남자는 인선을 무참히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어 인근 저수지에 유기해 버렸던 것이다. 비극적 사건으로 겨우 목숨을 건졌던 여자가 또 다른 낯선 폭력 앞에 허망하게 짓밟혀 토막 난 시신으로 끝을 맺는, 씻을 수 없는 찝찝함과 서늘함을 남기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날것의 질감인가 공감의 단절인가: 낯섦과 이질감 사이에서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은 게 감독의 본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인상은 상당히 낯설고 이질감이 느껴지며, 도무지 인물들의 행동과 서사에 공감하기가 불가능한 영화였다는 점이다. 컬트영화로 본다면??

 

출생의 비밀을 품고 복수를 하겠다며 펜션으로 찾아간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친부를 심리적으로 괴롭히겠답시고 매일 낯선 남자들과 잠자리를 갖는다는 해괴망측한 설정부터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연기 톤마저 지극히 생소하고 어색해 극에 몰입하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도대체 이런 전개와 설정을 왜 집어넣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지경이었다.

 

"독립 영화라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이야기의 결도, 인물들의 심리도, 마지막 결말의 충격적인 난도질까지도 관객과 유기적으로 호흡하지 못한 채 저 멀리서 겉돈다. 현실의 잔혹함을 날카롭게 포착했다기보다는, 작위적이고 기괴한 파격만을 나열하다 끝내 공감의 다리를 놓지 못한 채 낯선 이물감만 가득 남긴 작품이었다.

출생의 족쇄와 비극의 대물림을 거칠게 밀어붙였으나, 낯선 설정과 괴리된 연기 속에 길을 잃은 독립 잔혹극.
찝찝한 파국만을 남긴 채 관객을 소외시킨 씁쓸한 흔적.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왓챠(Watcha) 단건 대여 서비스를 통해 감상했다. 저예산 독립영화 특유의 거친 현장감과 정제되지 않은 질감이 화면에 그대로 묻어났지만, 납득하기 힘든 인물들의 행동 양식과 낯선 연기 톤 탓에 지켜보는 내내 심한 감정적 괴리감과 피로감이 앞섰다. 작가적 의도와 대중적 설득력 사이에서 극단적인 불협화음을 남긴 2010년대 초반 독립영화의 한 사례로서, 수장고의 [변두리 극장] 랙에 서늘하게 보관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9] 생활밀착형 콤비의 귀환, 한국형 탐정 시리즈의 가능성: 《탐정: 리턴즈 (The Accidental Detective 2: In Action, 2018)》 No. 264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9] 생활밀착형 콤비의 귀환, 한국형 탐정 시리즈의 가능성: 《탐정: 리턴

한국 영화계에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시리즈물로 자리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 리턴즈》는 제목에 붙은 '리턴즈'라는 부제 그대로, 2015년 전편 《탐정: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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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에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시리즈물로 자리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 리턴즈》는 제목에 붙은 '리턴즈'라는 부제 그대로, 2015년 전편 《탐정: 더 비기닝》의 성공적인 안착에 힘입어 한층 판을 키워 돌아온 반가운 속편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한 이 유쾌한 한국형 버디 수사극에 대해서 알아보자.

줄거리: 젖병 물리고 사건 쫓던 두 남자, 드디어 간판을 걸다

만화방을 처분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최초 탐정사무소'를 차린 강대만(권상우)과, 멀쩡한 경찰 특진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동업을 시작한 베테랑 전직 형사 노태수(성동일). 하지만 거창한 포부와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의뢰인은커녕 파리만 날리고, 아내들 몰래 차린 사무소의 월세 압박에 시달리며 실종된 고양이나 찾는 굴욕적인 나날이 이어진다.

 

그러던 중, 경찰서에서 만난 의문의 임산부 서희연(정연주)이 찾아와 약혼자(재민)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전 재산과 같은 성공보수 5천만 원을 내건다. 철도 선로에서 기차에 치여 단순 과실사로 종결된 예비 신랑의 의문사 사건. 냄새를 맡은 대만과 태수는 마침내 첫 번째 공식 사건에 뛰어든다.

 

여기에 과거 사이버수사대의 촉망받는 에이스였으나 지금은 위치추적과 불법 도청으로 먹고사는 흥신소 실장 '여치'(이광수)까지 스카우트하면서, 브레인 대만과 행동파 태수, 그리고 사이버 장비 전문가 여치로 이어지는 트리플 수사망이 가동된다.

결말: 드러난 보육원의 비극, 그리고 진짜 '탐정'의 탄생 (※ 스포일러 주의)

단순 사고사인 줄 알았던 사건을 파헤칠수록 수상한 정황이 꼬리를 문다. 피해자의 사망보험금을 챙겨간 의문의 브로커 김 부장(최덕문)을 추적하던 세 사람은, 기차 사고로 위장된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사랑평화원' 보육원 출신 청년들이 줄줄이 의문의 사고사로 죽어 나갔다는 소름 끼치는 공통점을 밝혀낸다.

 

그 배후에는 보육원 출신 원생들을 명의로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이들을 고의로 살해해 보험금을 가로채는 동시에 장기매매까지 일삼아 온 보육원 원장이자 파람병원 이사장인 우원일(남명렬)과 그의 수양딸이자 사무장인 윤사희(손담비) 일당이 도사리고 있었다.

 

홀로 조사하던 태수가 붙잡혀 감금되는 위기에 처하자, 대만과 여치는 오토바이를 몰고 잠입해 난장판 결투를 벌인다. 윤사희의 매서운 저항과 위험천만한 격투 끝에, 마침내 진실을 파악하고 출동한 권철인 팀장(김동욱 우정출연)의 경찰 병력이 들이닥치며 악질 카르텔 일당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한다.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고 떳떳한 성공보수를 챙긴 세 사람. 영화의 말미, 드디어 번듯한 새 탐정사무소를 오픈하고 개업식을 여는 그들 앞에 실제 프로파일러 출신의 표창원 교수가 직접 '새로운 의뢰인'으로 깜짝 등장해 새로운 거물급 사건을 암시하며 영화는 유쾌한 웃음과 함께 막을 내린다.

섣부른 기대라 해도: 한국형 장수 프랜차이즈로 이어지길 바라며

처음 영화를 틀 때만 해도 제목의 '리턴즈'라는 부제가 눈에 띄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2015년에 《탐정: 더 비기닝》이라는 전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편을 다 보고 나니 비록 순서는 바뀌었지만 2015년의 1편 《더 비기닝》도 조만간 꼭 찾아서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극 중간중간 관객의 허를 찌르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 특별출연과 카메오들의 존재감이 쏠쏠했다. 대만의 만화방을 인수한 인물로 능청스럽게 등장한 김광규, 그리고 영화 엔딩 크레딧 직전 진지한 표정의 의뢰인으로 튀어나온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전편인 《더 비기닝》에서는 과연 어떤 배우들이 특별출연이나 우정출연으로 양념을 쳐주었을지 호기심이 커진다.

 

물론 웰메이드 정통 추리극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야기 전개나 서사적 치밀함에서 살짝 부족하고 헐거운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믹과 추리, 그리고 권상우와 성동일(여기에 이광수까지)이 빚어내는 생활밀착형 케미스트리는 충분한 오락성을 갖추고 있다.

 

비록 1편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에서 품어보는 생각이지만, 전작의 평점과 반응 역시 생각보다 꽤나 괜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탐정'이라는 타이틀을 한국판 셜록이나 롱런 프랜차이즈 시리즈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참 좋은 기획이 아닐까 싶다. 3편, 4편으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수 시리즈의 자리를 꿰차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을 텐데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게 된다.

권상우와 성동일의 찰진 입담, 특별출연의 깨알 같은 맛.
살짝 헐거워도 시리즈의 연속성을 응원하게 만드는 한국형 코믹 버디물.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통해 가볍게 감상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관객들의 주말을 책임져 온 한국형 멀티플렉스 코미디의 정취를 다시금 느끼며, 조만간 1편 《탐정: 더 비기닝》의 감상도 기약해 본다. 수장고의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랙에 즐거운 마음으로 수납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8] 24년 전의 명성이 남긴 당혹감, 엇갈린 기대와 인지부조화: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2002)》 No. 262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8] 24년 전의 명성이 남긴 당혹감, 엇갈린 기대와 인지부조화: 《트랜스포

프랑스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 뤽 베송이 제작·각본을 맡고, 루이 르테리에와 홍콩의 원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2002년작 액션 영화 《트랜스포터(The Transporter)》. 당시 무명에 가깝던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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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변두리 극장 #8] 낯설고 기괴한 파멸의 굴레, 공감 불가능한 독립영화의 밑바닥: 《나쁜 피 (Dirty Blood, 2012)》 No. 265 :: 4K 개봉기 아카이브

 

[변두리 극장 #8] 낯설고 기괴한 파멸의 굴레, 공감 불가능한 독립영화의 밑바닥: 《나쁜 피 (Dirty

《육혈포 강도단》, 《미쓰 와이프》 등을 연출한 강효진 감독이 저예산 독립영화의 틀 안에서 인간의 밑바닥과 출생의 굴레를 가장 거칠고 파격적으로 다루었던 2012년작 드라마 《나쁜 피(Di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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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방벽

본 리뷰는 <로스트> 시즌 3, 19화(The Brig)까지의 내용만을 철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전개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스포
일러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진행형' 리뷰이니 안심하고 감상해 주세요!

평생을 찾아 헤맸던 원수 '진짜 소이어'와 마주한 제임스 포드. 검은 바위호의 밀실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폭발하는 분노.
어두운 '검은 바위호(Black Rock)'의 노예 수용소 칸(The Brig)에 묶여 있는 앤서니 쿠퍼와, 그 앞에서 분노로 온몸을 떠는 소이어의 씬

 

앞선 에피소드에서 던져진 수많은 떡밥들이 서서히 회수되며 극의 텐션이 폭발하는 시즌 3의 후반부입니다. 19화의 부제인 'The Brig (영창, 함선의 구금실)'는 숲속에 버려진 낡은 노예선 '검은 바위호'의 내부 밀실을 의미함과 동시에, 과거의 트라우마라는 감옥에 영원히 갇혀버린 두 남자(로크와 소이어)의 처절한 심리 상태를 대변합니다.

 

이번 화의 핵심 장면 (디테일과 연출) 이번 에피소드는 <로스트>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기념비적인 복수극이 완성되는 회차입니다. 아더스 무리에 합류하기 위해 친아버지(앤서니 쿠퍼)를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로크는, 결국 그 알량한 도덕성과 나약함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합니다. 대신 그는 자신을 대신해 피를 묻혀줄 완벽한 '대리인'을 찾아내죠. 바로 소이어입니다.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검은 바위호 안에서 소이어와 쿠퍼가 독대하는 씬입니다. 쿠퍼가 과거 자신이 썼던 수많은 가명 중 하나가 '톰 소이어'였다고 비웃듯 고백하는 순간, 소이어(제임스 포드)의 동공이 흔들리며 극강의 카타르시스와 소름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소이어. 그는 어린 시절 썼던 복수의 편지를 쿠퍼에게 억지로 읽게 만듭니다. 하지만 반성 대신 편지를 찢어버리며 조롱하는 쿠퍼의 태도에 퓨즈가 끊어진 소이어는, 쿠퍼의 목에 묶인 사슬을 미친 듯이 당겨 기어코 그를 교살하고 맙니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원수를 제 손으로 끝낸 소이어의 텅 빈 눈빛은, 복수의 끝에 남는 것은 결국 끔찍한 허무함뿐이라는 것을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로크가 소이어에게 건넨 시한폭탄 같은 증거물. 해변 캠프에 숨어든 스파이의 존재를 알리며 새로운 폭풍을 예고하는 결정적 물건.
쿠퍼를 처리한 대가로, 로크가 소이어에게 소형 녹음기 하나를 건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 장면

[미스터리 추적 일지]

  • [신규 떡밥] 소이어의 손에 쥐어진 스모킹 건, 줄리엣의 녹음기: 캠프에 돌아가면 줄리엣이 벤의 첩자라는 사실을 알리라는 로크의 말에, 소이어는 코웃음을 칩니다. 아무런 물증도 없이 자신이 나선들 해변의 사람들이 그 말을 순순히 믿어주겠냐며 날카롭게 반문하죠. 그 순간 로크가 결정적인 증거물로 내민 것이 바로 소형 녹음기입니다. 소이어가 아직 재생 버튼을 누르지는 않은 채 에피소드가 막을 내리지만, 이 확고한 물증이 조만간 캠프 내부에 얼마나 거대한 불신과 파란을 몰고 올지 폭풍 전야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 [부분 해소] 시신을 짊어진 로크의 기괴한 귀환: 벤이 내린 잔혹한 통과 의례를 '소이어의 손'을 빌려 기어코 완수해 낸 로크. 그는 아버지의 시신을 어깨에 짊어진 채 홀로 어두운 정글 속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섬뜩한 결과물을 들고 기어코 아더스의 진영으로 향하는 로크의 묵직한 뒷모습은, 과연 벤이 이 변칙적인 결과를 순순히 인정할 것인지 향후 전개에 거대한 물음표를 남깁니다.
  • [완전 해소] 페니가 보낸 구조대, 나오미의 정체: 지난 화에서 제기되었던 떡밥이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나오미와 사이드가 나누는 진중한 대화를 통해 마침내 그녀의 진짜 목적이 수면 위로 드러났죠. 나오미는 거부 '페니 위드모어'가 데스몬드를 찾기 위해 고용한 비밀 수색대의 일원이었습니다. 외부 세계에서 드디어 이 섬을 향한 직접적인 개입 시도가 시작되었음이 확인되며 극의 스케일이 한층 더 확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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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도쿄의 어느 황량한 빈 공터. 그곳에는 쇠파이프 골조와 천막을 엮어 만든 기괴한 가설 오두막이 서 있었습니다. 바다 괴물, 즉 '해수(海獸)'의 형상을 본뜬 이 텐트 극장의 이름은 바로 카이쥬 시어터(Kaijyu Theater)였습니다.

 

낮에는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며 생계를 잇고, 밤이면 공터 천막에서 피와 땀을 튀기며 기괴한 연극을 올리던 20대의 츠카모토 신야. "영수증을 끊을 때면 50대가 된 지금도 이름이 조금 쑥스럽다"며 웃는 그의 회고 속에는, 일본 인디펜던트 시네마의 신화가 어떻게 태동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살점과 고철의 기괴한 결합으로 세계를 전율케 한 츠카모토 신야의 기념비적 걸작 <철남>(1989)


황금 곰치 천막과 타구치 토모로오와의 운명적 조우

카이쥬 시어터 초기에 올린 세 편의 연극 중 마지막 작품이 바로 '황금 곰치' 형상의 텐트에서 공연된 <전봇대 소년의 모험>이었습니다. 이때 객원 배우로 무대에 섰던 인물이 바로 츠카모토의 영원한 페르소나 타구치 토모로오였습니다.

 

타구치의 파격적인 연기에 전율한 츠카모토는 곧바로 그를 차기 실험작인 8mm 단편 <보통 사이즈의 괴인(普通サイズの怪人: The Phantom Of Regular Size, 1986)>의 주연으로 낙점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사이버펑크'라는 단어가 널리 정착되지 않았지만, 도시의 공기에는 이미 인간과 차가운 기계가 무질서하게 뒤엉키는 세기말적 징후가 가득했습니다. 츠카모토는 이 기운을 동물적인 후각으로 포착해 필름에 담아냈고, 이 거친 프로토타입은 훗날 세계를 뒤흔든 걸작 <철남(Tetsuo: The Iron Man, 1986)>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메탈과 살점의 에로티시즘: 스튜디오 시스템을 거부한 '자급자족'의 미학

<철남>을 극장에 정식 개봉하기 위해 유한회사로 법인화한 '카이쥬 시어터'는 츠카모토의 완벽한 성역이었습니다. 츠카모토는 기존 SF 영화들이 다루던 '뇌만 인간이고 몸은 기계인 정돈된 사이보그'의 틀을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그가 매혹된 것은 인간의 유기적인 살점과 녹슨 금속 파편이 질척하게 짓이겨지는 무질서한 융합, 그리고 그 기괴한 결합 속에 내재된 날것의 '에로티시즘'이었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을 "자신의 예술적 아버지"라 부르면서도, 그는 비디오 가게 구석에 꽂힐 저예산 컬트 호러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철남>의 폭발적 성공 이후 대형 영화사 도호(Toho)와 쇼치쿠(Shochiku)의 러브콜을 받아 <히루코: 요괴 헌터(妖怪ハンタ ヒルコ, Hiruko the Goblin, 1991)>와 에도가와 란포 원작의 <쌍생아(双生児 -GEMINI-, 1999) >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거대 자본 속에서도 그는 '카이쥬 시어터'의 자급자족 방식을 결코 버리지 않았습니다. 연출과 각본은 물론, 촬영, 조명, 미술, 음악, 편집, 심지어 배급까지 도맡는 '원맨 아미' 시스템이야말로 내성적인 그가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유일한 호흡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거대 자본 속에서도 독립영화 특유의 자급자족 스타일을 지켜낸 <쌍생아>(1999)

"CGI엔 실재감이 없다": 아날로그의 영혼을 디지털로 지키다

현대 영화계가 매끄러운 CGI로 도배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츠카모토의 철학은 확고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천재적인 감각으로 공룡의 실재감을 빚어내는 거장이 아닌 이상, 기술만을 과시하는 디지털 화면은 돌아서면 잊히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도 배우의 와이어를 지우는 등의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CG를 제한하고, 모든 특수효과와 물리적 충돌은 현장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부딪치며 찍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인터뷰의 끝자락, 츠카모토 감독은 해외에서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철남 1, 2>와 <코토코(KOTOKO, 2011)>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직접 손에 쥐고 색보정과 사운드 리마스터링을 완수한 벅찬 소회를 밝혔습니다.

 

영세한 독립 제작사로서 천문학적인 디지털 복원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뼈를 깎는 과정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피땀이 어린 필름의 온전한 통제권을 스스로 쥐길 원했습니다. 공터의 허름한 천막에서 시작된 츠카모토의 금속 파편들은 이제 영구한 디지털 마스터로 복원되어, 시대를 뛰어넘어 다음 세대의 스크린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직접 손수 리마스터링하여 필름의 영혼을 디지털로 되살린 츠카모토 신야 감독


[해당 내용은 아래의 물리매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이전 글 보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3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애로우 비디오 4-Disc 박스셋 전체의 웅장한 패키지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Unboxing] 솔리드 메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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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 뤽 베송이 제작·각본을 맡고, 루이 르테리에와 홍콩의 원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2002년작 액션 영화 《트랜스포터(The Transporter)》. 당시 무명에 가깝던 제이슨 스타뎀을 단숨에 세계적인 액션 스타로 밀어 올렸고, 이후 리부트를 포함해 총 4편의 장편 영화 시리즈로 확장되었던 2000년대 초반 유로파코프의 대표 간판 흥행작이다. 밀레니엄 초입 비디오 대여점과 극장가를 휩쓸었던 팝콘 무비의 잔상을 복기하기 작성한다. 

줄거리: 수트와 규칙, 트렁크 속에서 꿈틀거린 화물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은신하듯 살아가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전문 운반책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타뎀). 그는 철저하게 지키는 세 가지 절대 철칙("계약 조건을 변경하지 않는다", "의뢰인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배달할 화물을 절대 열어보지 않는다")을 바탕으로 암흑가의 위험한 의뢰를 칼같이 처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밀수업자 '월 스트리트'로부터 의뢰받은 가방을 목적지로 운반하던 중, 타이어 펑크로 멈춰 선 차 트렁크 안에서 가방이 살아 숨 쉬듯 꿈틀거리는 것을 목격한다. 목이 말라 괴로워하는 기척에 결국 자신의 원칙을 깨고 가방을 열어젖힌 프랭크는 입에 테이프가 붙은 채 결박된 동양인 여성 라이(서기)를 발견한다. 물을 건네며 그녀를 풀어주려다 탈출 소동을 겪지만, 일단 프로페셔널로서의 계약을 완수하기 위해 그녀를 본래 목적지인 월 스트리트 일당에게 넘긴다.

 

배달을 마친 후 프랭크는 월 스트리트로부터 또 다른 가방을 운반해달라는 추가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 들렀을 때 그 가방 안에 설치되어 있던 폭탄이 터지며 프랭크의 소중한 애마인 BMW가 흔적도 없이 폭파된다. 배신당했음을 깨달은 프랭크는 분노에 차 월 스트리트의 아지트로 쳐들어가 일당을 쓸어버린다. 격투 끝에 프랭크는 마당에 있던 월 스트리트의 고급 승용차를 훔쳐 현장을 빠져나오는데, 아지트의 혼란을 틈타 마침 그 차 뒷좌석에 몰래 숨어들어 있던 라이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면서 그녀를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온다.

결말: 밀항 컨테이너, 찢어진 가족사 속의 카타르시스 없는 돌진 (※ 스포일러 주의)

라이는 프랭크에게 월 스트리트 일당이 중국인 불법 이민자 수백 명을 선박 컨테이너에 실어 노예로 팔아넘기려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청한다. 프랭크는 처음에는 더 이상 엮이지 않으려 선을 긋지만, 자신의 해변 가옥마저 일당의 로켓포 공격으로 산산조각 나면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린다.

 

사건을 추적하던 현지 경찰 타르코니 형사(프랑수아 베를레앙)의 은근한 조력 속에, 프랭크는 컨테이너가 하역되는 부두로 잠입한다. 그곳에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데, 인신매매를 주도하는 거물 범죄 조직의 진짜 배후 '콰이'가 바로 라이의 친아버지였던 것이다. 라이는 아버지의 비인도적인 악행을 막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었던 것이었다.

 

프랭크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대형 트럭들을 상대로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며 악당들을 맨몸과 기지로 하나씩 격파한다. 격투 끝에 트럭에서 월 스트리트를 쓰러뜨리고, 라이는 프랭크를 죽이려던 아버지를 직접 사살하면서 사건은 종결된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타르코니 형사는 컨테이너 문을 열어 갇혀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을 구출한다.

24년의 세월을 건너온 배신감: 취향의 불일치인가, 영화의 함량 미달인가

이 영화가 흥행에 힘입어 2002년 본편을 포함해 총 4편의 장편 영화 시리즈로까지 줄줄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당대 관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대단한 만족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개봉 후 무려 2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작품을 직접 대면했을 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나지 않은 생각은 "도대체 이런 영화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지?"라는 극심한 의구심과 당혹감이었다.

 

솔직히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감상했던 영화였고, 가능하면 물리매체(블루레이)까지 수집해 서가에 꽂아둘 생각이었기에 감상 직후 '디스크를 사지 않길 정말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절로 들 정도였다. 서사의 뼈대는 앙상하다 못해 처참하고, 뜬금없는 러브라인과 유치 찬란한 악당들의 동기, 시대착오적인 대사들은 보는 내내 헛웃음을 유발했다. 과연 내가 2000년대 특유의 액션 톤을 이해하지 못해 겪는 인지부조화인 건지, 아니면 영화 자체가 애초에 이따위 수준이었던 건지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헷갈릴 지경이었다.

 

결국 "그냥 철저히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였을 뿐"이라고 스스로 납득하며 넘기려 하지만,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 완성도 앞에서 밀려드는 허탈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킬링타임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조악한 만듦새를 덮어두기엔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다.

슈트와 선글라스로 포장했던 2000년대 초반의 낡은 껍데기.
24년의 시차를 견디지 못하고 당혹스럽게 주저앉은 팝콘 액션의 신기루.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쿠팡플레이(Coupang Play)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평생 소장용으로 유료 결제하여 감상했다. 결제가 끝난 직후 밀려드는 '내 돈 아깝다'는 후회와 함께, 섣불리 해외판이나 정발 디스크를 구매해 랙 공간을 낭비하지 않은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대중적 명성과 개인적 불호 사이의 극심한 괴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수장고의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랙에 서늘한 마음으로 보관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 (Shoot 'Em Up, 2007)》 No. 261 :: 4K 개봉기 아카이브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

2007년 개봉 당시 포스터만 보고 흔하디흔한 B급 총격 액션물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 연출, 클라이브 오웬, 모니카 벨루치, 폴 지아마티 주연의 《거침없이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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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9] 생활밀착형 콤비의 귀환, 한국형 탐정 시리즈의 가능성: 《탐정: 리턴즈 (The Accidental Detective 2: In Action, 2018)》 No. 264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9] 생활밀착형 콤비의 귀환, 한국형 탐정 시리즈의 가능성: 《탐정: 리턴

한국 영화계에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시리즈물로 자리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탐정: 리턴즈》는 제목에 붙은 '리턴즈'라는 부제 그대로, 2015년 전편 《탐정: 더 비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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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개봉 당시 포스터만 보고 흔하디흔한 B급 총격 액션물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 연출, 클라이브 오웬, 모니카 벨루치, 폴 지아마티 주연의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Shoot 'Em Up)》이다. 상식과 물리 법칙, 개연성을 쿨하게 쓰레기통에 처박은 채 오직 총성과 탄피, 그리고 '당근' 하나로 화면을 피칠갑하는 전대미문의 광기 어린 액션 무비다. 

줄거리: 당근을 씹던 노숙자, 총알로 탯줄을 끊다

길거리 벤치에 웅크려 앉아 무표정하게 생당근을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던 정체불명의 부랑자 미스터 스미스(클라이브 오웬). 그의 눈앞에 만삭의 임산부가 무장 괴한들에게 쫓기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광경이 들어온다.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외면하려던 스미스는, 임산부를 조롱하며 위협하는 킬러를 참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던 생당근을 괴한의 입에 쑤셔 박아 뒤통수로 뚫어버리는 엽기적인 살인을 시작으로 총격전에 휘말린다.

 

사방에서 빗발치는 총알 세례 한복판에서 산모는 급작스러운 진통을 시작하고, 스미스는 쏟아지는 탄환을 피하며 아이를 받아낸 뒤 자신의 권총을 직접 발사해 총알로 아기의 탯줄을 끊어낸다. 하지만 산모는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고, 스미스는 영문도 모른 채 갓 태어난 핏덩이 아기 올리버를 품에 안고 탈출한다.

 

악랄하고 집요한 청부살인업계의 해결사 칼 헤르츠(폴 지아마티)와 그가 이끄는 사설 용병 부대는 아기를 죽이기 위해 도시 전체를 뒤집어놓기 시작한다. 갓난아기에게 모유를 먹여야 했던 스미스는 모성애 페티시 손님들을 상대하는 단골 매춘부 도나 퀸타나(모니카 벨루치)를 찾아가고, 도나는 질색하면서도 결국 아기를 외면하지 못한 채 스미스와 기묘한 동행을 시작한다.

결말: 모유 수유와 베드신 총격전, 그리고 당근 밭의 비밀 (※ 스포일러 주의)

헤르츠 일당의 무차별적인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스미스는 도나와 모텔 방에서 격렬한 정사를 나누던 도중에도 난입한 암살자 부대를 상대로 체위를 바꿔가며 헤드샷을 날리는 전무후무한 총격전을 벌인다.

 

추적 끝에 스미스는 아기가 표적이 된 충격적인 진실을 밝혀낸다.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이자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발의한 럿레지 상원의원이 말기 암(백혈병)에 걸려 있었고, 자신의 골수 이식 치료에 쓰일 완벽한 혈연 아기를 얻기 위해 대리모들을 모아 비밀 임신 시설(아기 공장)을 운영해 왔던 것. 이에 총기 규제 법안 통과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미국 최대의 총기 제조사 해머슨 인터내셔널의 사장이 헤르츠를 고용해 이식용 아기들을 몰살하려 했던 것이다.

 

스미스는 상원의원의 전용기에 잠입해 럿레지를 직접 처단하고,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 공중 총격전 끝에 지상으로 탈출한다. 이어 해머슨의 본거지로 쳐들어가지만 헤르츠 일당의 함정에 빠져 손가락 뼈가 모조리 으스러지는 잔혹한 고문을 당한다. 그러나 양손 손가락 사이에 실탄들을 끼워 넣고 벽난로 불길에 손을 밀어 넣어, 열기로 탄환 뇌관을 연속 폭발시키는 기상천외한 트릭으로 헤르츠를 역관광 사살하고 해머슨까지 응징한다. 마침내 살아남은 스미스는 도나와 아기가 기다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식당으로 향하고, 버스 안 강도들을 당근으로 가볍게 위협하며 벅스 버니처럼 쿨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00년대의 클라이브 오웬, 병맛과 간지가 공존하는 무대뽀 쾌감

지금까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뇌리에 깊게 각인된 상징적인 오브제를 꼽으라면 단연 "당근",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현대의 액션 명작 《존 윅》이다.

 

후대의 《존 윅》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놈들을 처단할 때 "연필"이 전설적인 킬러의 살인 무기이자 상징적인 도구로 쓰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그 "당근"이 완벽한 시그니처로 군림한다. 주인공 스미스가 무슨 이유로 버려진 폐공장에서 은둔하며 지내는지 그 전사(前史)는 영화 어디에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 삭막한 공장 안에서 손수 텃밭을 일궈 당근을 길러 먹는다. 밭에서 갓 뽑아 올린 당근 뿌리에 흙 한 톨조차 묻어있지 않은 말끔한 생당근이라는 점부터가 헛웃음과 의아함을 자아내듯, 그가 왜 그렇게 당근이라는 채소에 병적으로 집착하는지는 끝끝내 알 길이 없다.

 

2010년대에 키아누 리브스가 절제된 건푸(Gun-Fu)와 압도적인 실력으로 프로페셔널한 암살자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면, 2000년대 버전의 원조 액션 킬러는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닌 클라이브 오웬의 미스터 스미스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영화, 진짜 병신 같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한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동시에 미치도록 멋있기도 하다.

 

눈 뗄 틈 없이 쏟아지는 화려한 건카타 액션 덕택인지, 아니면 상식 따위는 개나 줘버린 스미스라는 '반(半)또라이' 캐릭터의 독보적인 아우라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현실적인 고민 따위는 1도 찾아볼 수 없으며, 마치 "마당에 돌아다니는 해충을 박멸하는 데 대체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가요?"라고 묻는 듯한 뻔뻔한 마인드로 쉴 새 없이 총질을 난사해 대는 액션 시퀀스는 실로 충격적이다.

 

2000년대 할리우드에도 이 정도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막무가내 무대뽀 영화가 실존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언제 한 번쯤 제목은 스쳐 지나가듯 들어봤지만 왜 그동안 굳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지, 뒤늦게 마주한 이 황당무계한 총격 난장판 앞에서 묘한 감회와 실소를 곱씹어 보게 만든다.

흙 한 톨 안 묻은 당근과 무한 탄창의 총격전.
'병맛'의 극치와 하드보일드 '간지'가 빚어낸 2000년대 액션 괴작의 카타르시스.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쿠팡플레이 스트리밍을 통해 감상했다. 극장 개봉 당시 포스터의 조악함 때문에 오랫동안 재생 목록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던 작품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록 음악과 함께 쏟아지는 탄피의 리듬감과 만화적 과장미가 상상 이상으로 뇌리에 때려 박혔다. 루니 툰의 벅스 버니가 권총을 쥐고 킬러들을 도륙하는 듯한 유쾌한 막가파 B급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수장고의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랙에 유쾌하게 수납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35] 촉수와 라텍스의 아날로그 향연, 산만하게 흩어진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심연: 《더 보이드 (살인병동: 더 보이드 / The Void, 2016)》 No. 259 :: 4K 개봉기 아카이브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35] 촉수와 라텍스의 아날로그 향연, 산만하게 흩어진 매드 사이언티

제러미 길레스피와 스티븐 코스탄스키 감독이 연출한 2016년작 캐나다 독립 호러 영화 《더 보이드(The Void, 국내 개봉명: 살인병동: 더 보이드)》. 80년대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과 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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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8] 24년 전의 명성이 남긴 당혹감, 엇갈린 기대와 인지부조화: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2002)》 No. 262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8] 24년 전의 명성이 남긴 당혹감, 엇갈린 기대와 인지부조화: 《트랜스포

프랑스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 뤽 베송이 제작·각본을 맡고, 루이 르테리에와 홍콩의 원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2002년작 액션 영화 《트랜스포터(The Transporter)》. 당시 무명에 가깝던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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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핏빛으로 물든 로맨스와 서늘한 스릴러의 매혹적인 교차

뉴라인 시네마와 <바바리안> 제작진이 선사하는 과감하고 영리한 SF 스릴러, <컴패니언 (2025)> 4K UHD 스틸북 한정판 개봉기입니다.

 

완벽한 반려자를 향한 맹목적인 기대와 어긋난 소유욕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비틀어낸 작품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시작하여 예측 불가한 폭주로 이어지는 이 서늘한 휴가지의 사건들을 네이티브 4K(2160p) 해상도와 Dolby Atmos의 입체적인 사운드로 안방극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핑크빛 패키지에 담긴 핏빛 스릴러라는 역설적인 매력이 물리 매체 컬렉터들의 소장 욕구를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 English Summary for Global Collectors

  • Title: Companion (2025)
  • Label: Warner Bros. / New Line Cinema
  • Edition: 4K UHD + Blu-ray Steelbook Limited Edition
  • Format: 2-Disc (1 4K UHD + 1 BD-50)
  • Video: 4K UHD: 2160p High Definition (HDR10) 2.39:1 / BD: 1080p HD 2.39:1
  • Audio: English Dolby Atmos-TrueHD
  • Subtitles: Korean, English SDH, and more
  • Packaging: Pink Steelbook with clear inner trays
  • Comment: A cleverly designed Steelbook for Drew Hancock's darkly satirical sci-fi thriller. The beautiful pink cover juxtaposed with blood spatters perfectly captures the film's shift from a romantic getaway to a violent nightmare. It boasts reference-quality Dolby Atmos audio and native 4K visuals, making it a stellar addition to any thriller collection.

Tech Specs & Disc Details (스펙 및 디스크 구성)

본편의 섬뜩한 긴장감을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4K HDR10 화질과 공간감을 극대화한 오디오를 제공합니다.

항목 (Item) 상세 정보 (Details) 비고 (Notes)
Title 컴패니언 (Companion) 스틸북 한정판
Format 2-Disc (4K UHD + 2D BD) 국내 정식 발매판
Resolution 4K UHD (2160p) / BD (1080p) 2.39:1 Aspect Ratio

Audio English Dolby Atmos-TrueHD 다국어 Dolby Digital 5.1 지원
Subtitles Korean(한국어), English SDH 외 다수 본편 및 부가영상 자막 지원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안내)

캐릭터의 심연과 작품의 세계관을 탐구하는 제작 과정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Companion: I Feel Therefore I Am (5:43): 영화 속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
  • Companion: Love, Eli (4:26): 주요 캐릭터 '엘리'에 초점을 맞춘 메이킹 영상.
  • AI Horror (5:09): 현대 사회의 기술적 불안을 투영한 인공지능 호러 장르로서의 접근법.

Collector's View: Packaging & Artwork (패키지 디자인)

로맨틱 핑크와 서늘한 핏자국의 역설 (외관)

컴패니언 (Companion, 2025) - 스틸북 한정판 (4K UHD + 2D) 블루레이 스틸북 전면

  • 설명: 스틸북 전면은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핑크색 다이어리 질감의 배경 위로, 우아한 필기체로 쓰인 'Companion' 타이틀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로 선명하게 튄 핏자국들이 영화의 다크하고 폭력적인 본색을 암시하며 섬뜩한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영리한 풍자와 과감한 스릴러 (J-card 후면)

컴패니언 (Companion, 2025) - 스틸북 한정판 (4K UHD + 2D) 블루레이 스틸북 후면 J-card

  • 설명: 동봉된 띠지(J-card) 후면에는 버라이어티(Variety)지의 "A CLEVER AND DARKLY SATIRICAL THRILLER(영리하고 어두운 풍자 스릴러)"라는 찬사와 함께, <노트북> 제작사와 <바바리안> 제작진의 만남을 강조하는 카피가 적혀 있습니다. 극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3장의 스틸컷과 상세한 디스크 스펙이 하단에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레드 & 핑크 디스크와 무심한 시선 (내부 아트워크)

컴패니언 (Companion, 2025) - 스틸북 한정판 (4K UHD + 2D) 블루레이 투명 케이스 내부 및 디스크

  • 설명: 스틸북을 펼치면 전면 아트워크의 핏자국을 상징하듯 강렬한 레드 컬러의 4K UHD 디스크와, 핑크색 바탕의 블루레이 디스크가 겹쳐서 수납되어 있습니다. 두 장의 디스크를 모두 걷어내면,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정면을 빤히 응시하는 여성 캐릭터(아이리스)의 클로즈업 아트워크가 나타나 영화의 서늘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Final Verdict: 비틀어진 관계를 향한 날카로운 스릴러 소품 (총평)

워너브라더스의 <컴패니언> 스틸북은 달콤한 포장지 속에 예리한 칼날을 숨겨둔 영화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형상화한 물리 매체입니다.

  • Aesthetic Perfection: 사랑스러운 핑크빛 커버에 더해진 무심한 핏자국, 그리고 내부의 레드 디스크와 서늘한 클로즈업 샷에 이르기까지, 패키지의 모든 시각적 요소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반전과 풍자를 완벽하게 내포하고 있습니다.
  • Ultimate Archive: 현대인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단절감과, 오직 자신에게만 맞춰진 '완벽한 동반자'를 향한 비뚤어진 집착을 영리하게 꼬집어낸 웰메이드 스릴러를 4K 화질과 Dolby Atmos의 압도적인 사운드로 소장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이전 개봉기 보기: [Unboxing] 동경 방랑자 (Tokyo Drifter, 1966)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동경 방랑자 (Tokyo Drifter, 1966)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팝아트로 그려낸 야쿠자 누아르의 시각적 혁명1960년대 일본 영화계의 이단아, 스즈키 세이준(Seijun Suzuki)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걸작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전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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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boxing] 휴일 (A Day Off, 1968) - 한국영상자료원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1960년대 서울의 쓸쓸한 공기를 담아낸 잃어버린 걸작한국 모더니즘 영화의 정점으로 불리는 이만희 감독의 한국영상자료원(KOFA)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당시 검열로 인해 개봉조차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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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길레스피와 스티븐 코스탄스키 감독이 연출한 2016년작 캐나다 독립 호러 영화 《더 보이드(The Void, 국내 개봉명: 살인병동: 더 보이드)》. 80년대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과 클라이브 바커의 《헬레이저》, 그리고 H.P.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 바치는 끈적끈적한 러브레터로 호러 팬들 사이에서 '숨은 수작'이라 불려온 작품이라고 한다. 근데 내가 봤을 땐 그 영화들과 비교하는 건 그 영화들에 대한 대단한 모욕이라고 생각된다. 폐쇄 직전의 한적한 시골 병동을 무대로 펼쳐지는 기괴한 오컬트 의식과, CG를 거부한 채 순수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빚어낸 그로테스크한 크리처의 미학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쓴다.

줄거리: 삼각형의 백색 복면, 밀폐된 병동과 촉수의 발흥

순찰 중이던 보안관 대니얼 카터(에런 풀)는 한밤중 숲속 도로변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는 청년 제임스를 발견하고, 최근 화재로 인해 필수 최소 인력만 남은 채 폐쇄를 앞두고 있던 인근의 시골 병원으로 데려간다. 병원에는 대니얼의 전처이자 간호사인 앨리슨(캐슬린 먼로)과 원장 리처드 파월 박사(케네스 웰시), 실습생 킴(엘렌 웡), 출산을 앞둔 임산부 매기와 그녀의 할아버지 벤 등이 머물고 있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은 광기와 혼돈에 휩싸인다. 간호사 베벌리가 환자의 눈을 찌르고 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겨내며 발작을 일으키자 대니얼은 반사적으로 총을 쏴 그녀를 사살한다. 그리고 병원 밖은 삼각형 문양이 새겨진 하얀 두건을 쓴 정체불명의 광신도 무리에게 빈틈없이 포위당해, 흉기를 든 그들에게 가로막혀 누구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 상태에 놓인다.

설상가상으로 제임스를 쫓아 병원으로 들이닥친 의문의 무장 괴한 부자(父子) 빈센트와 사이먼이 가세하며 내부는 극심한 대치 상태에 빠진다. 이때 병실에 방치되어 있던 베벌리의 시체가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피부를 찢고 솟구쳐 나온 거대한 촉수 괴물로 변이해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한다.

결말: 지하 미궁의 사교 의식, 피라미드와 저세계의 공존 (※ 스포일러 주의)

혼란 속에서 병원의 온화한 의사였던 리처드 파월 박사의 충격적인 정체가 드러난다. 죽은 딸을 부활시키겠다는 맹목적인 집착에 사로잡혀 흑마술과 이계(異界)의 초월적 존재에 영혼을 판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자 광신도들의 교주였던 것이다. 파월 박사는 병원 지하의 비밀 시설에서 인간들을 제물 삼아 끔찍한 생체 실험을 자행하고 있었다.

 

그는 대니얼의 전처 앨리슨을 납치해 뱃속에 기괴한 변이 생명체를 잉태시키고, 자신 역시 스스로 피부 가죽을 모조리 벗겨낸 흉측한 살덩이 상태로 거듭나 다른 차원의 '공허(The Void)'로 통하는 거대한 게이트를 연다. 임산부 매기는 자신의 할아버지 벤의 목을 긋고 제물이 되어 거대한 괴물(파월의 딸)을 낳고 절명한다. 변이되어 고통스러워하는 앨리슨의 숨을 끊어준 대니얼은 파월 박사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든다.

 

포털이 붕괴하기 직전, 대니얼은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파월 박사를 붙잡고 다른 차원의 심연 속으로 함께 몸을 던진다. 괴물의 추격을 피해 간신히 탈출한 벙어리 아들 사이먼은 생존자인 간호사 킴과 병원 밖에서 재회하며 유일하게 현실 세계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화면은 다른 차원의 황량한 암석 지대로 전환된다. 그곳에는 심연으로 떨어진 대니얼과 앨리슨이 손을 잡은 채 나란히 서 있다. 머리 위로 기괴하게 떠 있는 거대한 검은 역피라미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과 함께 영화는 코스믹 호러의 몽환적이고 암담한 막을 내린다.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미학, 그러나 산만한 서사와 압축의 한계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숨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기에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고자 감상했지만, 솔직한 감상으로는 'CG를 극도로 배제하고 라텍스, 가짜 피, 특수 애니메트로닉스 인형을 활용한 80년대 실물 특수효과(Practical Effects)의 끈적하고 그로테스크한 질감'과 '기존 할리우드 호러의 뻔한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는 전개', 딱 이 두 가지 장점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구석을 찾기 힘든 영화였다.

 

본질은 결국 죽은 딸을 살리려다 미쳐버린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광란 파티인데, 여기에 우주적 공포(코스믹 호러)와 크리처물, 오컬트 종교와 초월적 차원의 존재까지 과욕을 부려 뒤죽박죽 섞어놓다 보니 보는 내내 서사에 집중하기가 대단히 피로했다.

 

소재나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음에도 불과 90분의 러닝타임에 모든 떡밥을 억지로 우겨넣다 보니 영화가 이도 저도 아니게 무너져 내렸다. 차라리 3~4부작짜리 호흡이 긴 TV 미니시리즈 형태로 여유 있게 세계관과 복선을 풀어나갔다면 훨씬 더 그럴듯한 웰메이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보는 동안 *"과연 배우들이 자신들이 찍고 있는 이 영화의 전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하는 걸까? 혹시 쇼트(컷)별로 지시받은 행동만 연기할 뿐 전체 스토리는 전혀 모른 채 찍는 건 아닐까?"*라는 엉뚱한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주인공인 대니얼과 앨리슨, 난데없이 난입한 빈센트와 사이먼 부자, 그리고 간호사 킴까지 캐릭터들의 시점이 중구난방으로 삼등분되어 파편화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 대체 누구의 감정에 이입하고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날로그 호러에 대한 순수한 기술적 노스탤지어만이 외롭게 번뜩이는 작품이다.

80년대 크리처물에 바치는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진득한 질감.
그러나 과도한 압축과 산만한 시선 분산 속에 삼켜져 버린 미지의 심연.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웨이브(Wavve)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감상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화면을 통해 꿈틀거리는 촉수와 라텍스 인형, 피칠갑 특수효과의 투박하고 매혹적인 질감만큼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빈약한 서사적 응집력과 산만한 캐릭터 분산에 대한 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실물 특수효과의 끈적한 그로테스크 미학을 기록하기 위해 수장고의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랙에 안치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7] 축소된 스케일과 길을 잃은 빌런의 무게감, 루이스의 하드캐리: 《앤트맨과 와스프 (Ant-Man and the Wasp, 2018)》 No. 258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7] 축소된 스케일과 길을 잃은 빌런의 무게감, 루이스의 하드캐리: 《앤

201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거대한 우주적 파국을 다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충격 직후에 찾아왔던 가족형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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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 (Shoot 'Em Up, 2007)》 No. 261 :: 4K 개봉기 아카이브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

2007년 개봉 당시 포스터만 보고 흔하디흔한 B급 총격 액션물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 연출, 클라이브 오웬, 모니카 벨루치, 폴 지아마티 주연의 《거침없이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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