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뉴웨이브의 거장 오타카르 바브라 감독이 연출한 1970년작 《마녀의 망치(영제: Witchhammer)》는 17세기 체코 모라비아 지방에서 실제로 자행되었던 대규모 마녀사냥 재판 기록을 서늘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복원해 낸 역사 심리 호러의 걸작이다. 종교적 광신이라는 미명 아래 무고한 생명을 짓밟고 재산을 갈취하던 집단 광기의 역사를 묵직하게 파고들어, 크레딧이 오른 후에도 깊은 분노와 무력감을 남기기는 영화다.

줄거리: 미사포 뒤에 숨겨진 악마의 망치와 마녀재판의 서막
1670년대 모라비아 지방. 한 노파가 젖이 나오지 않는 암소를 위해 미사 중 성체를 몰래 챙기려다 발각되자, 벨케 로시니의 백작 가문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은퇴했던 노회한 종교재판관 인드리히 보블리크(블라디미르 슈메랄)를 초빙한다. 사냥의 냄새를 맡은 보블리크는 중세의 악명 높은 마녀사냥 지침서 『마녀의 망치(Malleus Maleficarum)』를 휘두르며 무자비한 심문을 시작한다. 엄지손가락 압착기와 스페인 구두 등 끔찍한 고문 도구 앞에서 무고한 여인들은 거짓 자백을 쏟아내고, 광기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다.


결말: 불타버린 정의와 홀로 안락을 누린 악마 (※ 스포일러 주의)
보블리크의 진짜 목적은 종교적 순결이 아닌, 마을 부유층의 재산을 몰수하여 챙기는 탐욕이었다. 이에 맞서 이성과 신앙으로 결백을 주장하던 양심적인 사제 크리슈토프 라우트너(엘로 로만치크) 신부마저 마녀 숭배의 수괴로 몰려 처절한 고문 끝에 굴복하고, 화형대의 불길 속에서 비참하게 목숨을 잃는다. 끝내 악을 응징하는 통쾌한 권선징악이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고한 수십 명의 목숨을 잿더미로 만든 보블리크는 막대한 부를 챙긴 채 부유하고 안락하게 살다 천수를 누렸다는 역사적 사실이 서늘하게 기록되며 영화는 무거운 침묵 속에 막을 내린다.


실재했던 비이성의 지옥, 권선징악 없는 역사가 던지는 무신론적 질문
영화를 보는 내내 엄습하는 가장 큰 공포는, 이 끔찍하고 기괴한 비이성의 시대가 지어낸 허구가 아니라 완벽한 역사적 실화라는 사실이다. 영화 시작 전 '실화에 기반했다'는 안내가 나오지만, 관객은 내심 악랄한 종교재판관이 천벌을 받거나 통쾌하게 단죄되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어떠한 타협도 없이 역사의 차가운 진실을 그대로 들이민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주도한 광신의 집행자가 아무런 죗값도 치르지 않고, 오히려 훗날 결혼까지 하여 호의호식하다 장수했다는 결말은 무력감을 넘어 깊은 무신론적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인간이 신의 이름을 참칭하여 탐욕을 채울 때 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오타카르 바브라 감독은 건조하고 사실적인 17세기 시대극 미장센과 폐쇄적인 포크 호러의 질감으로, 중세의 마녀사냥을 빌려 1968년 '프라하의 봄' 이후 횡행하던 공산주의 조작 재판과 인간성 말살의 공포를 날카롭게 꿰뚫었다.



신이라는 가면을 쓴 인간의 추악한 탐욕. 권선징악 없는 차가운 역사가 남긴 가장 참혹한 포크 호러의 기록.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북미 명품 장르 레이블 세버린 필름(Severin Films)의 기념비적인 15디스크 박스셋 『All the Haunts Be Ours: A Compendium of Folk Horror Vol. 1』의 4번 디스크로 감상을 진행했다. 소비에트 판타지 호러 《비이(Viy, 1967)》와 함께 수록된 더블 빌(Double Feature) 구성으로, 체코 국립영화자료원(Czech Film Center)에서 제공한 2.35:1 와이드스크린 HD 복원 마스터 덕분에 흑백 필름 특유의 차갑고 날카로운 명암비가 압도적인 해상도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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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boxing] 마녀의 망치 (1970) & 비이 (1967) -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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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디스크의 상세 스펙과 기괴한 십자가 실루엣이 돋보이는 디지팩 아트워크, 풍성한 부가영상 구성을 담은 실물 패키지 기록은 블로그 내 [[Unboxing] 마녀의 망치 (Witchhammer, 1970) & 비이 (Viy, 1967)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블루레이 개봉기]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광기와 위선이 빚어낸 역사적 고발과 인간 내면의 칠흑 같은 심연을 증명한 이 걸작을 수장고의 [포크 호러(Folk Horror)의 심연] 랙 최상단에 묵직하게 안착시킨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40] 태워진 비닐하우스와 나체의 질주, 권태와 분노가 충돌한 기괴한 합작: 《버닝 (BURNING, 2018)》 No. 205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40] 태워진 비닐하우스와 나체의 질주, 권태와 분노가 충돌한 기괴한 합작: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바탕으로 거장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완성한 2018년작 《버닝(BURNING)》은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미스터리 드라마 걸작이다.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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