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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 감독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2017년작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는 세계 최초로 전 프레임을 실제 유화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던 고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날들을 추적하며,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헌정곡 뒤편으로 지독한 쓸쓸함과 묵직한 인간적 슬픔을 남긴다.

줄거리: 배달되지 못한 마지막 편지와 반 고흐의 흔적을 쫓는 여정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이 지난 1891년 여름 아를. 우체부 조셉 룰랭(크리스 오다우드)은 빈센트가 남긴 마지막 편지가 동생 테오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반송되자, 아들 아르망 룰랭(더글러스 부스)에게 테오를 찾아 직접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파리로 향한 아르망은 그곳에서 물감 상인 탕기 영감(존 세션스)을 만나 테오 역시 형 빈센트가 죽은 뒤 슬픔과 매독 합병증으로 불과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탕기 영감은 빈센트가 죽기 직전까지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머물며 엄청난 양의 걸작을 쏟아냈다고 회상하며, 빈센트의 주치의였던 가셰 박사(제롬 플린)라면 테오의 미망인(요한나)에게 편지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아르망은 반 고흐의 마지막 발자취가 남은 오베르쉬르우아즈로 향한다.

결말: 밝혀진 총상의 비밀과 스스로 떠맡은 비극 (※ 스포일러 주의)

오베르에 도착한 아르망은 라부 여관의 딸 아들린, 강가 뱃사공, 가정부 루이즈, 그리고 가셰 박사의 딸 마르그리트 등 고흐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던 인물들을 차례로 만난다. 그러나 고흐의 죽음을 둘러싼 사람들의 증언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아르망은 빈센트의 복부 총상이 스스로 쏘기에는 각도가 부자연스럽고, 권총과 그림 도구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타살 의혹을 품는다. 특히 카우보이 흉내를 내며 빈센트를 끊임없이 조롱하고 괴롭히던 동네 부유한 소년 르네 세크레탕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마침내 만난 가셰 박사는 진실의 본질을 짚어준다. 르네 일당과의 사고나 실탄 오발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빈센트는 복부에 총상을 입고도 의사에게 "아무도 탓하지 마시오, 내가 스스로를 쏜 것이오"라고 말하며 침묵했다는 것이다. 극심한 생활고 속에서도 자신을 위해 모든 헌신을 다하다 병들어가는 동생 테오의 짐을 덜어주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고통스러운 죽음을 온전히 제 것으로 끌어안았다는 비극적인 결론에 이른다. 아르망은 요한나에게 반드시 전해주겠다는 가셰 박사에게 빈센트의 마지막 편지를 건네고 집으로 돌아온다.

 

얼마 후 아르망과 아버지 룰랭은 요한나로부터 감사의 답장과 함께 빈센트가 남겼던 편지 사본을 전해 받는다. 그리고 편지 끝에 적힌 "당신을 사랑하는 빈센트(Your Loving Vincent)"라는 시그니처 서명과 함께, 밤하늘의 찬란한 별빛 속으로 고흐의 자화상이 미소를 지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화가들의 집념과 반 고흐의 인생이 만난 걸작: 유화 애니메이션의 경이

유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자체를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했다. 전 세계 100명이 넘는 화가들이 오디션을 거쳐 모여 고흐의 화풍을 연구하고, 6만 5천여 점에 달하는 유화 프레임을 손으로 직접 그려 완성해 냈다는 제작 배경은 그 자체로 경이에 가깝다. 세계 최초의 유화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술적·예술적 도전이 주는 시각적 충격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한 '비주얼 쇼케이스'에 그치지 않고 심장을 울리는 진짜 이유는, 수많은 현대 화가들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이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였던 빈센트 반 고흐의 비극적인 생애와 완벽하게 맞물렸기 때문이다.

 

살아생전에는 정신병자이자 실패자 취급을 받으며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고 고립 속에서 쓸쓸히 스러져갔던 반 고흐. 그런 그의 예술혼과 영혼을 기리기 위해 후대의 화가들이 캔버스 위로 붓터치를 한 획 한 획 덧칠하며 고흐의 인물들에게 숨을 불어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예술가의 영혼을 가장 예술적인 방식으로 위로하고 증명해 낸,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걸작이다.

캔버스 위에 흩뿌려진 별이 빛나는 밤과 샛노란 해바라기.
지독한 고독을 짊어졌던 불멸의 화가를 향해, 백여 명의 화가들이 붓끝으로 바친 눈물겨운 헌사.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국내 정발 블루레이(Blu-ray) 디스크로 감상했다. 1080p 고해상도 화면 속에서 유화 물감 특유의 도톰한 마티에르(질감)와 유려하게 요동치는 붓터치의 결이 스크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생생함을 선사했다. (※ 별도의 패키지 개봉기는 작성하지 않고 오롯이 본편의 압도적인 미장센에 몰입했다.) 헌정곡과 함께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 뒤편으로 고흐의 쓸쓸한 삶과 예술가들의 땀방울이 긴 여운을 남기기에, 수장고의 [크레딧이 올라가도] 랙 가장 따뜻한 자리에 정성껏 안착시킨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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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호러의 심연 #8] 날아다니는 관과 슬라브 요괴의 유쾌한 난장판: 《비이 (Viy / 마녀 전설, 196

소련 문학의 거장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콘스탄틴 예르쇼프, 게오르기 크로파체프 감독이 연출하고 알렉산드르 프투시코가 특수효과를 총괄한 1967년작 《비이(Viy /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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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방벽

본 리뷰는 <로스트> 시즌 3, 6화(I Do)까지의 내용만을 철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전개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스포일러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진행형' 리뷰이니 안심하고 감상해 주세요!

철창 안에서 서로를 끌어안는 케이트와 소이어. 내일이 없는 극한의 두려움 속에서 마침내 폭발해 버린 두 사람의 처절한 감정선.
하이드라 기지의 야외 철창 안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하는 케이트와 소이어의 씬

 

이번 화의 핵심 장면 (디테일과 연출) 도망자 케이트의 본질을 깊숙이 파고드는 동시에, 시즌 3 초반부의 억압된 텐션이 마침내 무시무시하게 폭발하는 최고의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부제인 'I Do(결혼 서약의 맹세)'는 케이트의 과거 플래시백에 등장하는 가장 아름답고도 기만적인 대사입니다.

 

이번 회차는 두 개의 강렬한 축으로 굴러갑니다. 하나는 죽음을 직감한 철창 속 케이트와 소이어가 마침내 서로를 향한 본능과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처절한 로맨스입니다. 평범한 행복(경찰관과의 결혼)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야만 했던 케이트가, 가장 끔찍한 감옥 안에서 비로소 도망치기를 멈추고 소이어의 곁에 남기로 선택하는 아이러니가 빛을 발합니다.

 

다른 하나는 단연 잭의 수술실 시퀀스입니다. 벤의 척추 종양 수술을 집도하던 잭이 의도적으로 신장낭을 절개해 벤의 목숨을 쥐고 흔들며, 철창의 두 사람을 탈출시키기 위한 피 묻은 인질극을 벌이는 순간의 서스펜스는 압도적입니다. 메스를 든 채 이성과 광기의 경계에 선 잭이 무전기로 "케이트, 당장 도망쳐!"라고 절규하는 엔딩은 시청자를 그야말로 패닉에 빠뜨립니다.

벤의 수술 도중 무전기를 집어 든 잭. 수술대를 완벽한 인질극의 무대로 뒤바꾼 이성적인 의사의 가장 비이성적이고 치명적인 결단.
벤의 수술 도중 메스를 멈추고, 무전기를 집어 들어 케이트에게 소리치는 잭의 강렬한 클로즈업

 

시청 스펙 & 테크니컬 노트

  • 온도차가 극명한 시각적 대비: 케이트와 소이어가 갇힌 야외 철창 씬은 쏟아지는 비와 흙먼지, 짙은 어둠 속의 습한 질감이 35mm 필름의 거친 노이즈와 함께 원초적으로 표현됩니다. 반면, 잭이 있는 수술실은 극도로 차갑고 창백한 형광등 조명(Cool-toned)으로 세팅되어 있어 두 공간의 감정적, 시각적 온도 차이가 홈시어터 환경에서 극대화됩니다.

남겨진 미스터리와 다음 화 추측

  • 새로운 떡밥 1: 벤이 죽기를 간절히 바랐던 줄리엣. 잭이 수술 중 사고를 위장해 주길 바랐던 그녀는, 대놓고 벤을 인질로 잡아버린 잭의 돌발 행동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 새로운 떡밥 2: 잭이 벌어준 1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케이트와 소이어는 과연 어디로 도망칠 수 있을까? 이곳은 본섬과 바다로 분리된 하이드라 섬인데, 배가 없다면 탈출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 나만의 뇌피셜: 잭은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섬에 영원히 갇히는 길을 선택했다. 케이트와 소이어가 기적적으로 탈출하더라도,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잭을 그대로 버려두고 가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본섬으로 돌아가 흩어진 생존자들을 모아 잭을 구출하기 위한 거대한 전면전을 준비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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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포크 호러의 정수를 집대성한 세버린 필름(Severin Films) 'All the Haunts Be Ours' 박스셋의 네 번째 디스크, <마녀의 망치 (Witchhammer, 1970)>와 <비이 (Viy, 1967)> 블루레이에 포함된 <From The Woods To The Cosmos — John Leman Riley On The History Of Soviet Fantasy And Sci-Fi Film> 부가영상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냉전 시대, 서방과의 치열한 체제 경쟁 속에서 탄생한 소련의 SF 영화들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국가적 자존심과 거대한 이념, 그리고 그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운 거장들의 광기 어린 집착과 비밀스러운 촌극이 뒤얽힌 소비에트 SF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부가영상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아엘리타: 화성 반란(Aelita: Queen of Mars, Аэлита, 1924)》와 별을 향한 길(Road to the Stars, Дорога к звёздам, 1957)》포스터

완벽주의가 낳은 비극: 파리 극장의 '영사 속도 2배속' 대참사

혁명 전후 러시아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전설적인 대스타 이반 모주힌. 그는 1916년 작 <스페이드의 여왕> 등에서 극에 기괴하고 서늘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박자 느리게 걷고 움직이는 독창적인 슬로우 연기법을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혁명 후 파리로 망명한 그는 자신의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현지 영사 기사들이 그의 느린 연기를 '기술적 결함'으로 착각해, 정상 속도로 맞추겠다며 영사기를 미친 듯이 빨리 돌려버린 것입니다. 거장이 혼을 갈아 넣어 계산한 그로테스크한 명연기가 한순간에 엉성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전락해 버린 뼈아픈 순간이었습니다.

1916년 무성영화 <스페이드의 여왕(The Queen of Spades, Пиковая дама, 1916)> 속 이반 모주힌의 특유의 서늘하고 강렬한 눈빛 스틸컷

거장들의 살벌한 자존심 싸움: 스타니스와프 렘의 "크레디트에서 내 이름 빼!"

동유럽 하드 SF의 거장 스타니스와프 렘과 영화계의 시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만남은 축복이 아닌 재앙에 가까운 충돌이었습니다. 타르코프스키가 연출한 <솔라리스>의 완성본을 본 원작자 렘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했습니다. 타르코프스키가 원작 소설의 철학적 뼈대를 과도하게 해체하고 자신만의 예술관으로 뜯어고쳤기 때문입니다. 렘은 당장 "엔딩 크레디트에서 내 이름을 삭제하라"며 격렬하게 항의했고, 이는 철의 장막 안팎을 뒤흔드는 일촉즉발의 국제적 스캔들로 번질 뻔했습니다.

솔라리스 (Солярис, 1972)의 한 장면

할리우드의 기묘한 연금술: 로저 코먼과 청년 코폴라의 '소련 영화 세탁'

1950~60년대 B급 영화의 제왕 로저 코먼과 AIP 사는 소련이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과 기술력을 갈아 넣어 만든 SF 대작들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자체 제작비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특수효과 장면들만 교묘하게 잘라내 헐값에 수입한 뒤, 노골적인 공산주의 선전 요소를 가위질하고 엉성한 영어 더빙을 덧입혀 '미국산 신작 SF'로 둔갑시켰죠. 놀랍게도 훗날 <대부>와 <지옥의 묵시록>을 만든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무명 시절 이 소련 영화 짜깁기 및 각색 작업에 투입되어 초기 필모그래피를 쌓았습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암살 공포가 만든 유령: 끝내 이름을 불리지 못한 '수석 설계자'

소련은 파벨 클루샨체프 감독의 <별을 향한 길>처럼 무중력과 회전형 우주정거장을 사실적으로 고증하며 전 세계에 자국의 우주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화려한 프로파간다 이면에는 지독한 피해망상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서방 정보기관의 납치나 암살을 극도로 두려워한 나머지, 소련 우주 계획을 총괄 지휘한 핵심 총책임자의 실명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철저히 국가 기밀에 부쳤습니다. 인류를 최초로 우주로 쏘아 올린 천재는 평생 대외적으로 오직 '수석 설계자(First Engineer)'라는 서늘한 익명으로만 불려야 했습니다.

별을 향한 길(Road to the Stars, Дорога к звёздам, 1957)의 한 장면

[해당 내용은 아래의 물리매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마녀의 망치 (1970) & 비이 (1967) -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마녀의 망치 (1970) & 비이 (1967) -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개봉기

이전 글 보기: 전 세계 포크 호러의 정수를 집대성한 끝판왕, 세버린 필름 15-Disc 박스셋 전체의 웅장한 패키지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All the Haunts Be Ours: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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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분할 화면으로 쪼개진 심리 스릴러의 마스터피스

스릴러 장르의 거장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초기 걸작이자, 크라이테리언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으로 발매된 <시스터즈 (Sisters, 1973)>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이 타이틀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직접 승인(Director-Approved)한 새로운 4K 디지털 복원판입니다. 마고 키더(Margot Kidder)와 제니퍼 솔트(Jennifer Salt)의 인상적인 연기,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분할 화면(Split-screen) 기법, 그리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단골 음악 감독이었던 버나드 허먼(Bernard Herrmann)의 서늘한 스코어가 어우러진 이 심리 스릴러를 최상의 화질로 소장할 수 있습니다. 크라이테리언 특유의 풍성한 서플먼트와 정성스러운 부클릿이 더해져 컬렉터들의 아카이빙 욕구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패키지입니다.

📦 English Summary for Global Collectors

  • Title: Sisters (1973)
  • Label: The Criterion Collection
  • Edition: Director-Approved Special Edition Blu-ray
  • Format: 1-Disc (Blu-ray)
  • Video: New 4K digital restoration / 1.85:1 Aspect Ratio
  • Audio: Uncompressed Monaural Soundtrack
  • Packaging: Clear Criterion Keepcase with Booklet
  • Comment: A spectacular Criterion release of Brian De Palma’s Hitchcockian thriller. Featuring a stunning director-approved 4K restoration and an incredibly rich booklet containing vintage interviews and essays. An essential pickup for thriller and suspense fans.


Tech Specs & Disc Details (스펙 및 디스크 구성)

본편의 서늘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4K 복원 화질과 무손실 모노 오디오를 제공합니다.

항목 (Item) 상세 정보 (Details) 비고 (Notes)
Title 시스터즈 (Sisters)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Format 1-Disc (Blu-ray) Region A 발매판
Resolution New 4K Digital Restoration 1.85:1 Aspect Ratio
Audio Uncompressed Monaural 영어 오디오
Subtitles English 영문 자막 지원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안내)

감독과 배우들의 귀중한 인터뷰 및 과거 자료들이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 배우 제니퍼 솔트(Jennifer Salt)의 새로운 인터뷰 영상.
  • 2004년에 진행된 브라이언 드 팔마, 빌 핀리(Bill Finley), 찰스 더닝(Charles Durning), 폴 허쉬(Paul Hirsch), 에드워드 R. 프레스만(Edward R. Pressman)의 인터뷰.
  • 1973년 미국 영화 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에서 진행된 브라이언 드 팔마의 디스커션 오디오.
  • 1970년 에 출연한 배우 마고 키더의 영상.
  • 포토 갤러리 및 라디오 스팟.

Collector's View: Packaging & Artwork (패키지 디자인)

강렬한 타이포그래피와 시그니처 케이스

시스터즈 (Sisters, 1973)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킵케이스 전면 및 후면

  • 설명: 크라이테리언 시그니처 투명 킵케이스 전면에는 흑백의 섬뜩한 얼굴 위로 핏빛 붉은색의 'Sisters' 타이포그래피가 수직으로 강렬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후면에는 영화의 시놉시스, 스페셜 피처 목록과 함께 4K 복원 및 감독 승인(Director-Approved)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붉은색과 검은색의 극적인 대비 (디스크)

시스터즈 (Sisters, 1973)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투명 케이스 내부 및 디스크

  • 설명: 케이스를 열면 흑백 스틸컷이 인쇄된 내부 슬리브가 베이스로 깔려 있습니다. 특히 크라이테리언의 'C' 로고를 형상화한 듯한 강렬한 레드/블랙 분할 디자인의 디스크 프린팅이 타이틀의 스릴러 무드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시각적인 쾌감을 줍니다.

핏빛으로 물든 풍성한 아카이브 (부클릿)

시스터즈 (Sisters, 1973)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부클릿 내부 텍스트
시스터즈 (Sisters, 1973)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스틸컷

  • 설명: 영화의 톤을 그대로 이어가는 강렬한 붉은색과 흑백 대비의 부클릿입니다. 평론가 캐리 리키의 에세이, 1973년 필름메이커스 뉴스레터에 실린 감독의 인터뷰, 음악 감독 버나드 허먼과의 작업기를 다룬 브라이언 드 팔마의 에세이 등 텍스트가 매우 충실합니다. 특히 칼을 쥔 마고 키더와 생일 케이크가 배치된 붉은 센터폴드 스틸컷은 영화의 불길한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전달합니다.

Final Verdict: 아카이빙의 모범을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 마스터피스 (총평)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시스터즈> 블루레이는 장르 영화를 어떻게 물리 매체로 보존하고 예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교과서 같은 타이틀입니다.

  • Aesthetic Perfection: 전면 커버부터 내부 디스크 프린팅, 그리고 두툼한 부클릿 전체를 관통하는 블랙과 레드의 컬러 코드 배합은 스릴러 영화의 텐션을 패키징 자체로 훌륭하게 발산합니다.
  • Ultimate Archive: 감독이 직접 승인한 4K 복원 화질은 물론이고, 버나드 허먼의 스코어에 대한 에세이와 70년대 아카이브 인터뷰까지 영화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방대한 텍스트와 부가영상을 제공하여 컬렉터들의 진열장에 영구적으로 꽂혀 있을 자격을 증명합니다.

★이전 개봉기 보기: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이전 글 보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3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애로우 비디오 4-Disc 박스셋 전체의 웅장한 패키지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Unboxing] 솔리드 메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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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문학의 거장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콘스탄틴 예르쇼프, 게오르기 크로파체프 감독이 연출하고 알렉산드르 프투시코가 특수효과를 총괄한 1967년작 《비이(Viy / 마녀 전설)》는 소비에트 연방 최초의 공식 호러이자 다크 판타지 걸작이다. 슬라브 민속 신앙의 토속적 기괴함과 악령들의 향연을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집약한 기념비적 작품이다.

줄거리: 마녀의 시신 곁에서 치러야 하는 사흘 밤의 기도

키예프 신학교의 방탕하고 철없는 신학생 호마 브루투스(레오니트 쿠라블료프)는 방학을 맞아 길을 떠돌다 외딴 오두막의 노파에게 하룻밤 묵어가게 된다. 하지만 노파는 마녀였고, 호마에게 마법을 걸어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악몽 같은 밤을 보낸다. 호마는 몽둥이로 마녀를 내리쳐 간신히 제압하지만, 쓰러진 노파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젊은 처녀의 모습으로 변한다. 공포에 질려 도망친 호마에게 곧 청천벽력 같은 지령이 떨어진다. 한 부유한 코사크 지주의 외동딸이 숨을 거두며 호마에게 장례 기도를 올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 그 죽은 딸은 바로 호마가 쓰러뜨렸던 마녀였고, 호마는 빠져나갈 수 없는 외딴 마을의 낡은 목조 성당 안에서 마녀의 관을 지키며 사흘 밤 동안 목숨을 건 철야 기도를 시작한다.

결말: 결계를 뚫고 등장한 거대 요괴 '비이'와 맞이한 새벽 (※ 스포일러 주의)

첫째 날과 둘째 날 밤, 관에서 깨어난 마녀가 날아다니며 덮쳐오지만 호마는 바닥에 분필로 성스러운 결계(원)를 그리고 성경을 외우며 간신히 버텨낸다. 공포로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를 부여잡고 맞이한 마지막 셋째 날 밤, 마녀는 지옥의 모든 악령과 요괴, 해골과 흙인형들을 성당 안으로 소환한다. 결계 안으로 접근하지 못하던 악마들은 모든 마물의 우두머리이자 대지를 울리는 거대 요괴 '비이(Viy)'를 불러낸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린 비이가 손가락으로 호마를 가리키며 "그가 저기 있다!"고 외치자 결계는 무너지고, 악령들이 덮치며 호마는 극도의 공포 속에 비명을 지르며 숨을 거둔다. 이윽고 새벽닭이 울자 미처 지옥으로 돌아가지 못한 악령들이 성당 벽과 창문에 박제된 채 굳어버리고, 아침 햇살 속에 텅 빈 성당의 모습과 함께 영화는 기괴하고도 서늘한 마침표를 찍는다.

무겁지 않은 활력과 창의적인 특수효과: 소련 시네마의 매혹적인 재발견

마녀의 저주와 악령이라는 섬뜩하고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뜻밖에도 대단히 유쾌하고 활력이 넘친다. 보드카를 들이켜며 춤추고 떠드는 코사크인들의 슬랩스틱 같은 일상 묘사와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의 결합은 공포 장르 특유의 짓누르는 무게감을 덜어내며 영화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1960년대라는 시대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시각적 특수효과의 완성도와 아이디어는 대단히 놀랍고 재미있다. 공중을 맹렬히 회전하며 날아다니는 관, 좁은 목조 성당의 벽을 뚫고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괴수들의 아날로그 분장, 그리고 압도적인 위압감을 선사하는 괴물 '비이'의 등장 시퀀스는 CG가 줄 수 없는 손맛 어린 영화적 쾌감을 선사한다. 영미권 호러와는 궤를 달리하는 독특한 결을 지닌, 소련 영화의 숨은 매력을 유쾌하고 강렬하게 실감하게 해준 수작이다.

슬라브 민담의 환상성이 빚어낸 기괴하고 유쾌한 악몽.
분필로 그은 결계 너머,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폭발한 1967년 소비에트 호러의 정점.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미국 장르 영화 전문 레이블 세버린 필름(Severin Films)의 방대한 포크 호러 박스셋 《올 더 하운츠 비 아워스 (All the Haunts Be Ours)》 Disc 4 블루레이를 통해 감상했다. 체코의 거장 오타카르 바브라 감독의 《마녀의 망치 (Witchhammer, 1970)》와 한 디스크에 묶인 압도적인 더블 빌(Double Feature) 구성이다. 모스필름(Mosfilm)의 복원 HD 마스터를 거친 선명한 1.33:1 오리지널 화면비 위에 슬라브 민담 특유의 원색적인 컬러 질감과 그로테스크한 오컬트의 향연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 십자가 실루엣의 디스크 프린팅과 세부 부가영상, 디지팩 패키지의 실물 사진은 블로그의 [All the Haunts Be Ours Disc 4: 마녀의 망치 & 비이 개봉기] 포스팅에 정성껏 기록해 두었다.) 동유럽과 소비에트 포크 호러의 정수를 아카이빙하기 위해 수장고의 [포크 호러(Folk Horror)의 심연] 랙 깊숙한 곳에 경건하게 안착시킨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Unboxing] 마녀의 망치 (1970) & 비이 (1967) -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마녀의 망치 (1970) & 비이 (1967) -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개봉기

이전 글 보기: 전 세계 포크 호러의 정수를 집대성한 끝판왕, 세버린 필름 15-Disc 박스셋 전체의 웅장한 패키지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All the Haunts Be Ours: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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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43] 사진 한 장의 무게를 갉아먹은 어정쩡한 유머, 역사의 비장미와 겉돈 불협화음: 《박열 (Anarchist from Colony, 2017)》 No. 214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43] 사진 한 장의 무게를 갉아먹은 어정쩡한 유머, 역사의 비장미와 겉돈 불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이제훈과 최희서가 주연을 맡은 2017년작 《박열(Anarchist from Colony)》은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벌어진 조선인 대학살의 만행을 은폐하려던 일제 제국주의에 맞서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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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44] 수많은 화가의 붓끝과 빈센트의 비극적 삶이 빚어낸 기적, 캔버스 너머의 서글픈 여운: 《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 2017)》 No. 217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44] 수많은 화가의 붓끝과 빈센트의 비극적 삶이 빚어낸 기적, 캔버스 너머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 감독이 10년에 걸쳐 완성한 2017년작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는 세계 최초로 전 프레임을 실제 유화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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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이제훈과 최희서가 주연을 맡은 2017년작 《박열(Anarchist from Colony)》은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벌어진 조선인 대학살의 만행을 은폐하려던 일제 제국주의에 맞서 스스로 대역죄인을 자처했던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무거운 역사적 비극과 법정 투쟁을 다루며 끝난 뒤에도 시대의 아픔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만드는 영화다.

 줄거리: 관동대지진의 학살 은폐와 스스로 대역죄인이 된 불령선인

1923년 도쿄, 관동대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본 내각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약탈을 저지른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자경단과 군경에 의해 6천 명이 넘는 무고한 조선인이 무차별 학살당하자, 국제 사회의 비난을 피하고 내각의 책임을 덮기 위해 일제 수뇌부는 시선을 돌릴 '거물급 희생양'을 물색한다.

 

인력거를 끌며 항일 아나키즘 단체 '불령사'를 이끌던 박열(이제훈)과 그의 시에 반해 동거를 시작한 일본인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는 불령선인 단속 과정에서 체포된다. 내각의 비열한 음모를 간파한 박열은 단순히 도망치거나 부인하는 대신,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 오히려 자신이 "황태자를 폭탄으로 암살하려 했다"고 자백하며 '대역죄인'의 타이틀을 스스로 짊어진다.

결말: 제국주의 법정을 조롱한 공판, 영원한 안식과 남겨진 사진 (※ 스포일러 주의)

예심판사 다테마스(김준한)의 심문을 받으면서도 박열과 후미코는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일제의 위선과 천황제의 모순을 통렬하게 논파한다. 조선 예복을 입고 재판장에 서겠다는 박열의 요구가 관철되며 마침내 열린 대역죄 공판. 두 사람은 법정 한복판을 자신들의 사상 투쟁 무대로 삼아 제국주의 사법부를 거침없이 조롱하고 비판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지지만, 일제는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은사(감형)령을 내려 무기징역으로 감형한다. 그러나 후미코는 황제의 거짓된 자비를 조롱하며 은사증서를 그 자리에서 찢어발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어 영영 분리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미코는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의문의 죽음(자살로 발표)으로 생을 마감하고, 옥중에 홀로 남은 박열은 동지들을 통해 그녀의 사망 비보와 유골이 고향으로 보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일제 취조실에서 함께 어깨를 맞대고 다정하게 찍었던 실제 흑백 사진 한 장과, 22년 2개월이라는 긴 옥고를 치르고 1945년 해방 후 석방된 박열의 훗날 행적이 자막으로 흐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기대가 컸던 만큼의 아쉬움: 가벼운 톤과 진지의 급변이 빚은 불협화음

상당히 기대를 품고 감상했던 작품이었기에, 영화가 끝난 뒤 마주한 실망감과 낯섦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취조실에서 박열과 후미코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찍었던 실제 그 사진 한 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대의 처절한 아픔과 역사적 무게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지금의 나와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도록 뿌리가 되어준 역사적 사실과 독립운동의 궤적은 성역화라는 표현조차 거슬릴 정도로 당연히 그 이상의 숭고한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함부로 흠집을 낼 수 없고 지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재의 거룩함을 걷어내고 '영화 그 자체'로서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이준익 감독 특유의 연출 호흡은 나와는 결이 썩 잘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아예 각 잡고 웃기는 순수 코미디 장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어정쩡한 코믹 요소를 틈틈이 끼워 넣어 인물과 상황을 한없이 가볍게 흩뿌려놓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

 

장난치듯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비장하고 진지한 모드로 급변하는 널뛰기식 톤 앤 매너는 감정의 몰입을 거칠게 방해하며 심한 거부감을 유발했다. 물론 감독에게 그런 의도는 추호도 없었겠지만, 일제의 심장부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박열이라는 걸출한 실존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와 위대한 행적을 도리어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어버린 뼈아픈 역효과가 아니었나 싶다.

사진 한 장에 응축되었던 묵직한 시대의 울림.
어정쩡한 유머의 잔재 속에 갇혀버린 비장미, 연출의 톤이 남긴 씁쓸한 불협화음.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넷플릭스(Netflix)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감상했다. 1920년대 도쿄의 시대상과 어두운 유치장 세트의 질감은 디지털 화면 속에서도 단정하게 전달되었으나, 톤의 부조화에서 오는 서사의 아쉬움까지 메워주진 못했다. 영화적 연출 호흡에 대한 짙은 아쉬움과는 별개로,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비극과 그 시대의 아픔을 다룬 묵직한 소재의 무게를 존중하여 수장고의 [크레딧이 올라가도] 랙 한편에 기록해 둔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변두리 극장 #7] 저평가의 굴레를 벗겨낸 한국형 반전 퍼즐의 맛: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The Puzzle, 2006)》 No. 212 :: 4K 개봉기 아카이브

 

[변두리 극장 #7] 저평가의 굴레를 벗겨낸 한국형 반전 퍼즐의 맛: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The

김태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주진모, 문성근, 홍석천, 현성, 박준석이 의기투합한 2006년작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The Puzzle)》은 은행 개인 금고 강탈과 의문의 배후 'X'를 둘러싸고 벌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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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포크 호러의 심연 #8] 날아다니는 관과 슬라브 요괴의 유쾌한 난장판: 《비이 (Viy / 마녀 전설, 1967)》 No. 215 :: 4K 개봉기 아카이브

 

[포크 호러의 심연 #8] 날아다니는 관과 슬라브 요괴의 유쾌한 난장판: 《비이 (Viy / 마녀 전설, 196

소련 문학의 거장 니콜라이 고골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콘스탄틴 예르쇼프, 게오르기 크로파체프 감독이 연출하고 알렉산드르 프투시코가 특수효과를 총괄한 1967년작 《비이(Viy /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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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방벽

본 리뷰는 <로스트> 시즌 3, 5화(The Cost of Living)까지의 내용만을 철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전개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스포일러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진행형' 리뷰이니 안심하고 감상해 주세요!

정글 속에서 동생 예미의 형상을 한 검은 연기 괴물과 마주한 미스터 에코. 평생을 짊어져 온 죄책감 앞에서도 끝내 참회를 거부하는 굳건한 신념.
짙은 정글 한가운데서 검은 연기 괴물과 정면으로 마주 선 미스터 에코의 비장한 뒷모습

 

이번 화의 핵심 장면 (디테일과 연출) 섬의 거대한 영적 기둥이었던 미스터 에코의 장엄하고도 충격적인 퇴장 에피소드입니다. 부제인 '생존의 대가(The Cost of Living)'는 살기 위해, 그리고 동생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악인이 되어야만 했던 에코의 처절한 삶을 완벽하게 요약합니다.

 

이번 화의 진정한 백미는 섬의 심판자처럼 군림하는 검은 연기 괴물(Smoke Monster)과의 최종 대치 씬입니다. 괴물은 에코의 동생 예미의 형상으로 나타나 참회를 요구하지만, 에코는 "나는 살아남기 위해 한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겠다"며 거부합니다. 그 순간 예미의 모습이 거대한 검은 연기로 변하며 에코를 무자비하게 나무에 패대기치는 씬은 압도적인 공포와 허탈감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한편, 하이드라 기지에서는 줄리엣의 기막힌 이중 플레이가 펼쳐집니다. 잭에게 벤의 척추 종양 수술을 설득하는 비디오를 틀어놓고, 화면 밖에서는 스케치북에 적은 글씨로 "수술 중 사고를 위장해 벤을 죽여달라"고 조용히 간청하는 씬입니다. 감시 카메라를 속이기 위한 이 숨 막히는 아날로그 트릭은, 아더스 내부에도 벤을 향한 엄청난 증오와 분열이 존재함을 강렬하게 시사합니다.

감시 카메라를 속이기 위해 스케치북으로 잭에게 은밀한 암살을 제안하는 줄리엣. 완벽해 보이던 아더스 내부의 곪아 터진 분열과 반역의 징조.
감시 카메라를 피해, 재생 중인 비디오 모니터 옆에서 잭에게 '벤을 죽여달라'는 메시지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어 보이는 줄리엣

 

시청 스펙 & 테크니컬 노트

  • 사운드와 타임코드의 정밀한 미학: 에코가 검은 연기 괴물에게 처참하게 공격당하는 시퀀스는 사운드 디자인의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기계음과 쇳소리가 서라운드 채널을 찢을 듯이 울리다가, 에코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순간 모든 소음이 멈추고 거친 숨소리만 남습니다.
  • 성스러움과 잔혹함의 시각적 대비: 나이지리아 성당 플래시백 씬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아름다운 자연광과, 그 신성한 공간에서 무자비하게 민병대를 도륙하는 에코의 피 튀기는 액션이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35mm 필름 특유의 거친 입자감이 이 아이러니한 피의 구원 서사를 더욱 묵직하게 만들어줍니다.

남겨진 미스터리와 다음 화 추측

  • 새로운 떡밥 1: 검은 연기 괴물의 정체는 단순한 보안 시스템이나 짐승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을 읽고 죽은 자의 모습을 모방하며, 심지어 도덕적인 심판까지 내리는 이 지성체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 새로운 떡밥 2: 줄리엣은 왜 벤을 그토록 증오하면서도 스스로 죽이지 못하고 잭의 손을 빌리려 하는 것일까? 그녀 역시 섬에 강제로 억류된 피해자인 것일까?
  • 나만의 뇌피셜: 에코의 마지막 유언("다음은 당신 차례야")은 섬의 신비를 맹신하는 존 로크를 향한 강력한 경고다. 로크의 맹목적인 믿음이 결국 검은 연기 괴물의 다음 타겟이 되게 만들 것 같다. 한편, 살려야 하는 의사로서의 본분과 벤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사이에서 잭은 엄청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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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7세기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자행된 잔혹한 실화 마녀재판을 서늘하고 기괴한 흑백 미장센으로 그려낸 체코 뉴웨이브의 숨은 걸작입니다. 종교적 광기와 탐욕스러운 권력이 무고한 인간의 존엄성을 고문과 날조로 어떻게 파괴해 나가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중세 종교 재판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당대 전체주의 정권의 숙청과 사상 탄압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파격적인 정치 우화이기도 합니다. 아래의 글은 영국 세컨드 런(Second Run) 사의 블루레이(글쓴이는 세버린 필름의 All the Haunts Be Ours: A Compendium of Folk Horror) 15-Disc 박스셋 참고) 서플먼트에 수록된 비평가 캣 엘링거(Kat Ellinger)와 영화사학자 마이클 브룩(Michael Brooke)의 영상 에세이 <여성의 자궁은 지옥으로 통하는 문이다(The Womb of Woman is the Gateway to Hell)> 대담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17세기 모라비아 마녀재판의 공식 기록과 하인리히 크라머의 악명 높은 저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을 토대로 제작된 오타카르 바브라 감독의 <마녀의 망치(체코어 원제: Kladivo na čarodějnice / 영어 제목: Witchhammer, 1969)>는, 서구권의 상업적 마녀사냥 영화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체코 뉴웨이브의 전복적인 걸작입니다.

상업적 익스플로이테이션의 껍데기를 깬 지성적 충격 

1960년대 말 서구권에서는 <심판(Witchfinder General, 1968)>, <악마의 씨(Rosemary's Baby, 1968)>, <Mark of the Devil (Hexen bis aufs Blut gequält, 1970)> 등의 흥행으로 마녀재판과 사탄주의를 다룬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자극적인 노출, 고문, 성폭행을 앞세운 상업적 장르물이었습니다. <마녀의 망치> 역시 주연 배우의 전신 나체나 끔찍한 고문 스틸컷 등으로 홍보되며 서구 컬트 팬덤의 호기심을 끌었으나, 실제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자극 대신 묵직한 대사와 서늘한 정치적 은유로 가득 찬 정통 드라마의 무게감에 압도당했습니다.

17세기 종교재판에 투영한 스탈린주의 숙청과 '밀라다 호라코바' 

바브라 감독은 체제 순응적이라는 과거의 오명을 씻어내듯, 1968년 '프라하의 봄'이 소련군에 짓밟힌 직후 이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영화가 묘사하는 조작된 혐의와 고문을 통한 거짓 자백의 메커니즘은 1950년대 체코슬로바키아를 휩쓸었던 스탈린주의 '쇼 재판(Show Trials)'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특히 나치 강제수용소를 견뎌내고도 공산 정권의 조작 재판에 의해 사형당한 실존 여성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 '밀라다 호라코바(Milada Horáková)'의 불굴의 저항정신은, 화형대 위에서도 "전부 거짓이다", "나는 결백하다"라고 외치며 죽어가는 극 중 여성들의 당당한 눈빛 속에 고스란히 살아 숨쉽니다.

전복적 여성주의 각본가 '에스터 크룸바호바'의 손길 

이 작품이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 날카로운 페미니즘적 통찰을 품게 된 배경에는 체코 뉴웨이브의 핵심 브레인이자 전설적인 각본가 에스터 크룸바호바(Ester Krumbachová)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데이지즈(Daisies, 1966)>, <발레리에의 기이한 일주일(Valerie and Her Week of Wonders, 1970)> 등을 통해 가부장제와 사회적 인습을 통렬히 풍자했던 크룸바호바는, <마녀의 망치>에서도 귀족의 탐욕과 종교적 위선, 그리고 여성에게 씌워진 원초적 낙인을 예리하게 해체했습니다.

억압과 해방의 시각적 대조: 목욕탕에서 교회로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여인들이 목욕탕에서 서로 웃고 장난치는 아름답고 관능적인 장면으로 출발합니다. 이는 발레리안 보로프치크 감독의 유려한 미장센을 연상시키며, 이후 닥쳐올 참극과 대비되는 '완전한 순수와 해방'의 찰나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여인들은 코르셋과 화려한 의복에 꽁꽁 묶인 채 교회에 앉아 침울한 표정으로 기도를 올립니다. 영화는 이 극명한 대비를 통해 여성을 '지옥의 문'이라 부르며 성적·사회적 자율성을 거세하려는 가부장적 권력의 폭력을 시각화합니다.

고딕 중세극의 전통과 가장 취약한 이들의 수난 

영화는 프란티셰크 블라칠( František Vláčil )의 <마르케타 라자로바(Marketa Lazarová, 1967)>, <The Valley of the Bees (Údolí včel, 1968)>, 에두아르트 그레치네르( Eduard Grečner )의 <용의 귀환(Drak sa vracia, 1968)>, 타르코프스키( Andrei Arsenyevich Tarkovsky )의 <안드레이 루블료프(Андрей Рублёв, 1966)>처럼 고딕 양식과 이교도적 상징을 충돌시키며 체제 비판의 도구로 삼습니다. 본래 마을 공동체에서 치유사이자 산파 역할을 하던 여성들의 민간 지식은 마녀라는 이름 아래 철저히 말살당했습니다. 결국 <마녀의 망치>는 전체주의 정권의 억압 속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혹하게 희생당하는 존재가 언제나 '여성'이었음을 뼈아프게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해당 내용은 아래의 물리매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마녀의 망치 (1970) & 비이 (1967) -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마녀의 망치 (1970) & 비이 (1967) - 세버린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4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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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에 대한 감상문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포크 호러의 심연 #7] 광기와 탐욕의 시대가 남긴 서늘한 비극: 《마녀의 망치 (Witchhammer, 1970)》 No. 206 :: 4K 개봉기 아카이브

 

[포크 호러의 심연 #7] 광기와 탐욕의 시대가 남긴 서늘한 비극: 《마녀의 망치 (Witchhammer, 1970)》 N

체코 뉴웨이브의 거장 오타카르 바브라 감독이 연출한 1970년작 《마녀의 망치(영제: Witchhammer)》는 17세기 체코 모라비아 지방에서 실제로 자행되었던 대규모 마녀사냥 재판 기록을 서늘하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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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 리턴즈>(2006)에 실망하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답답함(부족한 액션, 지나치게 느린 템포, 70년대 영화에 대한 과도한 집착) 뒤에는 워너 브라더스의 10년에 걸친 '제작 지옥(Development Hell)'과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무모한 도박이 얽힌 파란만장한 비하인드가 존재한다.

10년간 엎어지며 날린 5천만 달러의 빚

1987년 《수퍼맨 4: 최강의 적(Superman IV: The Quest for Peace, 1987)》의 참패 이후, 워너 브라더스는 1990년대 내내 슈퍼맨을 부활시키려고 온갖 시도를 했다.

  • 팀 버튼의 <수퍼맨 라이브스(Superman Lives)>: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팀 버튼 연출로 제작 직전까지 갔으나 수천억 원의 예산 문제로 무산.
  • 브렛 래트너, 맥지(McG) 버전: 각본가 J.J. 에이브럼스의 각본을 바탕으로 추진되다 주연 캐스팅 및 촬영지 갈등으로 연이어 엎어짐.
  • 결과: 영화를 한 컷도 찍지 않았는데 기획 취소와 계약 위약금 등으로만 약 5,000만 달러(약 600억 원)가 사전 증발했다. 이 손실 비용이 고스란히 <수퍼맨 리턴즈>의 제작비 장부에 얹어지면서, 영화는 시작부터 2억 달러 이상의 비현실적인 제작비 부담을 안게 되었다.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3> 탈주와 '올드팬 헌정' 고집

<유주얼 서스펙트>, <엑스맨 1, 2>로 당대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브라이언 싱어는 본인이 연출하기로 되어 있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엑스맨 3)>을 내팽개치고 슈퍼맨으로 넘어왔다.

 

문제는 그가 가진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 1978년 오리지널작에 대한 '지나친 성애(聖愛)'였다.

  • 시대착오적인 톤앤매너: 2000년대 중반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2005)처럼 현실적이고 거친 슈퍼히어로물이 뜨던 시기였다. 그러나 싱어는 70년대식 따뜻하고 클래식한 동화적 감성을 고집했다.
  • 액션의 실종: 히어로와 악당의 타격감 넘치는 대결 대신, 무거운 비행기를 받아내거나 크립토나이트 섬을 우주로 들어 올리는 등 '구조와 희생'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로 인해 정작 관객들이 원하던 박진감 넘치는 액션 블록버스터의 쾌감이 거세되었다.

통편집된 1,000만 달러짜리 오프닝 씬

브라이언 싱어는 영화의 오프닝으로 슈퍼맨이 파괴된 고향 행성 크립톤의 잔해를 탐사하는 씬을 촬영했다.

  • 기괴한 크리스탈 폐허를 탐험하는 이 시퀀스에만 무려 1,000만 달러(약 130억 원)가 투입되었다.
  • 하지만 극장 개봉 직전 "너무 어둡고 템포가 처진다"는 이유로 영화에서 통째로 잘려나갔습니다. (이 미공개 영상은 훗날 블루레이 부가영상으로만 공개되었다.)

삐걱거린 캐스팅과 막장 드라마 서사

  • 신인 브랜든 라우스의 한계: 크리스토퍼 리브와 외모가 닮았다는 이유로 파격 발탁되었으나, 원작의 압도적인 아우라를 넘어서지 못하고 '리브의 모창 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 로이스 레인의 아이 논란: 5년 만에 돌아왔더니 로이스 레인은 다른 남자와 약혼해 있고, 그 아이가 사실 슈퍼맨의 아들이었다는 설정은 히어로물보다는 아침 드라마에 가까운 찝찝함을 남겼다.

결국 <수퍼맨 리턴즈>는 "감독의 과도한 노스탤지어(과거 집착) + 제작비 누적으로 인한 흥행 부담 + 액션 부족"이 겹치면서 평단에서는 미장센으로 일부 호평을 받았을지언정, 대다수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물로 남게 되었다.

 

이 실패로 인해 워너는 결국 브라이언 싱어의 속편 계획을 백지화하고, 2013년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을 통해 완전히 판을 엎고 리부트하게 된다.

 

실망스러운 감상기 보러 가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54] 클래식에 갇혀 길을 잃은 구원자의 귀환: 《수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No. 209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54] 클래식에 갇혀 길을 잃은 구원자의 귀환: 《수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

브라이언 싱어 감독 연출, 브랜든 라우스와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2006년작 《수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는 리처드 도너 감독과 크리스토퍼 리브가 구축했던 클래식 《슈퍼맨》 1, 2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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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주진모, 문성근, 홍석천, 현성, 박준석이 의기투합한 2006년작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The Puzzle)》은 은행 개인 금고 강탈과 의문의 배후 'X'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그린 한국형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다. 개봉 당시 혹평과 저평가에 가려졌으나 비주류 장르적 시도로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품이다.

줄거리: 설계자 'X'의 지령과 꼬여버린 강탈 작전

정체불명의 설계자 'X'로부터 은행 개인 금고에 보관된 거액의 무기명 채권을 털어오라는 은밀한 의뢰가 떨어진다. 전직 경찰 출신 류(주진모)를 중심으로 한때 거물 사채업자였던 환(문성근), 그리고 노(홍석천), 정(현성), 규(박준석)까지 5명의 남자가 한 팀으로 뭉친다. 작전 당일, 환을 제외한 4명은 은행을 기습해 계획대로 채권 가방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만, 은행 여직원(장지원)이 인질로 엮이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채권 가방과 인질을 데리고 약속된 외딴 은신처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 먼저 대기하고 있어야 할 환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눈앞의 참혹한 죽음에 4명은 극도의 패닉에 빠지고, 대체 'X'가 누구인지, 왜 이런 짓을 꾸몄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향한 의심과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결말: 밝혀진 과거의 악연, 인질의 가면을 벗은 복수의 설계자 (※ 스포일러 주의)

은신처에서 극에 달한 의심과 공포 속에 류, 노, 정이 서로를 살해하며 쓰러져 간다. 마지막까지 숨이 붙어있던 인물은 동료들에게 결박당한 채 다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규'였다. 피투성이가 된 밀실에서, 겁에 질린 척 묶여 있던 인질 여직원이 담담하게 결박을 풀고 일어나며 규는 마침내 그녀가 진짜 설계자 'X'였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다.

 

이후 화면은 그녀의 치밀했던 과거 회상과 설계 장면으로 전환된다. 그녀의 진짜 복수 과녁은 과거 자신의 가족을 파멸로 몰고 간 '환'과 지하 세계의 거물 '남사장'이었다. 과거 뛰어난 타짜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모녀를 인질로 잡은 남사장의 협박에 못 이겨 환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였고, 진실을 안 환은 어린 딸(X)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의 손을 무참히 절딴낸다.

 

나머지 인물들 역시 남사장에게 원한과 약점이 얽혀 있던 장기말들이었다. 류는 아내의 죽음에 남사장이 엮여 있었고, 노는 남사장의 밑에 있다가 조직을 이탈한 전력이 있었으며, 정은 남사장 패거리에게 동생이 납치당했던 아픔이 있었다. X는 이들의 원한과 탐욕을 절묘하게 엮어 남사장의 채권을 털게 한 뒤, 밀실 안의 의심과 공포를 이용해 스스로 물어뜯고 파멸하게 만든 것이었다. 끔찍했던 과거를 모두 청산한 여자의 서늘한 설계가 완성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박한 평점 너머의 재미: 평단의 혹평 이유 vs 실제 체감의 묘미

포털 평점이 워낙 좋지 않아 별다른 기대 없이 감상했으나, 세간의 혹평과 달리 이야기의 전개와 퍼즐 맞추기식 반전의 쾌감이 꽤나 쏠쏠했던 작품이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이토록 거대하고 치밀한 연쇄 자멸극을 설계했다는 설정이 다소 튀어 보일 수 있고, 남사장과 얽힌 인물들까지 전부 죽음의 밀실로 몰아넣어야 했는가에 대해선 약간의 의문이 남을 수도 있지만, 인질로 위장해 심리를 뒤흔든 트릭이나 남사장·환을 향한 복수의 인과관계 자체는 무리 없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 톤에서 억지로 흠을 찾자면, 특히 노 역할을 맡은 홍석천의 감정 표현이 다소 과하게 도드라져 몰입에 호불호가 갈릴 여지는 있다. 당시 평단과 대중이 이 영화에 박한 점수를 준 주된 이유는, 2000년대 중반 유행하던 할리우드 반전 스릴러(《유주얼 서스펙트》, 《저수지의 개들》 등)의 문법을 차용하느라 반전 강박에 갇혔다는 피로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선입견을 걷어내고 본다면, 저평가 속에 그대로 묻히기엔 아까운 쫄깃한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영화다.

 

밀실의 의심 속에 완성된 과거의 피비린내 나는 청산. 과잉된 연기 너머로 직조된 서늘한 한국형 복수 퍼즐.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웨이브(Wavve) 스트리밍을 통해 디지털로 감상했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스릴러 특유의 거칠고 채도 낮은 필름 톤과 밀실 안의 긴장감이 OTT 환경에서도 온전히 유지되었다. 비록 실물 디스크 개봉기는 아니지만, 세간의 박한 평가를 뒤집고 나름의 장르적 재미를 재발견한 비주류 타이틀로서 수장고의 [변두리 극장] 랙 한편에 가볍게 안착시킨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산업 폐기물 처리장 (내 아까운 2시간 물어내) #9] 성룡과 이연걸의 낭비, 라이온 킹 감독이 투하한 유치찬란한 초딩용 오리엔탈리즘: 《포비든 킹덤 -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 (The Forbidden Kingdom, 2008)》 No. 211 :: 4K 개봉기 아카이브

 

[산업 폐기물 처리장 (내 아까운 2시간 물어내) #9] 성룡과 이연걸의 낭비, 라이온 킹 감독이 투하

무협 액션계의 두 거두인 성룡(Jackie Chan)과 이연걸(Jet Li)의 역사적인 첫 동반 출연으로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던 2008년작 《포비든 킹덤 - 전설의 마스터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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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43] 사진 한 장의 무게를 갉아먹은 어정쩡한 유머, 역사의 비장미와 겉돈 불협화음: 《박열 (Anarchist from Colony, 2017)》 No. 214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43] 사진 한 장의 무게를 갉아먹은 어정쩡한 유머, 역사의 비장미와 겉돈 불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이제훈과 최희서가 주연을 맡은 2017년작 《박열(Anarchist from Colony)》은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 벌어진 조선인 대학살의 만행을 은폐하려던 일제 제국주의에 맞서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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