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스포일러 주의 방벽

본 리뷰는 <로스트> 시즌 3, 19화(The Brig)까지의 내용만을 철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후 전개에 대한 어떠한 단서나 스포
일러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재 진행형' 리뷰이니 안심하고 감상해 주세요!

평생을 찾아 헤맸던 원수 '진짜 소이어'와 마주한 제임스 포드. 검은 바위호의 밀실에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폭발하는 분노.
어두운 '검은 바위호(Black Rock)'의 노예 수용소 칸(The Brig)에 묶여 있는 앤서니 쿠퍼와, 그 앞에서 분노로 온몸을 떠는 소이어의 씬

 

앞선 에피소드에서 던져진 수많은 떡밥들이 서서히 회수되며 극의 텐션이 폭발하는 시즌 3의 후반부입니다. 19화의 부제인 'The Brig (영창, 함선의 구금실)'는 숲속에 버려진 낡은 노예선 '검은 바위호'의 내부 밀실을 의미함과 동시에, 과거의 트라우마라는 감옥에 영원히 갇혀버린 두 남자(로크와 소이어)의 처절한 심리 상태를 대변합니다.

 

이번 화의 핵심 장면 (디테일과 연출) 이번 에피소드는 <로스트>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기념비적인 복수극이 완성되는 회차입니다. 아더스 무리에 합류하기 위해 친아버지(앤서니 쿠퍼)를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로크는, 결국 그 알량한 도덕성과 나약함 때문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합니다. 대신 그는 자신을 대신해 피를 묻혀줄 완벽한 '대리인'을 찾아내죠. 바로 소이어입니다.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검은 바위호 안에서 소이어와 쿠퍼가 독대하는 씬입니다. 쿠퍼가 과거 자신이 썼던 수많은 가명 중 하나가 '톰 소이어'였다고 비웃듯 고백하는 순간, 소이어(제임스 포드)의 동공이 흔들리며 극강의 카타르시스와 소름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소이어. 그는 어린 시절 썼던 복수의 편지를 쿠퍼에게 억지로 읽게 만듭니다. 하지만 반성 대신 편지를 찢어버리며 조롱하는 쿠퍼의 태도에 퓨즈가 끊어진 소이어는, 쿠퍼의 목에 묶인 사슬을 미친 듯이 당겨 기어코 그를 교살하고 맙니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원수를 제 손으로 끝낸 소이어의 텅 빈 눈빛은, 복수의 끝에 남는 것은 결국 끔찍한 허무함뿐이라는 것을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로크가 소이어에게 건넨 시한폭탄 같은 증거물. 해변 캠프에 숨어든 스파이의 존재를 알리며 새로운 폭풍을 예고하는 결정적 물건.
쿠퍼를 처리한 대가로, 로크가 소이어에게 소형 녹음기 하나를 건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 장면

[미스터리 추적 일지]

  • [신규 떡밥] 소이어의 손에 쥐어진 스모킹 건, 줄리엣의 녹음기: 캠프에 돌아가면 줄리엣이 벤의 첩자라는 사실을 알리라는 로크의 말에, 소이어는 코웃음을 칩니다. 아무런 물증도 없이 자신이 나선들 해변의 사람들이 그 말을 순순히 믿어주겠냐며 날카롭게 반문하죠. 그 순간 로크가 결정적인 증거물로 내민 것이 바로 소형 녹음기입니다. 소이어가 아직 재생 버튼을 누르지는 않은 채 에피소드가 막을 내리지만, 이 확고한 물증이 조만간 캠프 내부에 얼마나 거대한 불신과 파란을 몰고 올지 폭풍 전야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 [부분 해소] 시신을 짊어진 로크의 기괴한 귀환: 벤이 내린 잔혹한 통과 의례를 '소이어의 손'을 빌려 기어코 완수해 낸 로크. 그는 아버지의 시신을 어깨에 짊어진 채 홀로 어두운 정글 속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 섬뜩한 결과물을 들고 기어코 아더스의 진영으로 향하는 로크의 묵직한 뒷모습은, 과연 벤이 이 변칙적인 결과를 순순히 인정할 것인지 향후 전개에 거대한 물음표를 남깁니다.
  • [완전 해소] 페니가 보낸 구조대, 나오미의 정체: 지난 화에서 제기되었던 떡밥이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나오미와 사이드가 나누는 진중한 대화를 통해 마침내 그녀의 진짜 목적이 수면 위로 드러났죠. 나오미는 거부 '페니 위드모어'가 데스몬드를 찾기 위해 고용한 비밀 수색대의 일원이었습니다. 외부 세계에서 드디어 이 섬을 향한 직접적인 개입 시도가 시작되었음이 확인되며 극의 스케일이 한층 더 확장되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1980년대 도쿄의 어느 황량한 빈 공터. 그곳에는 쇠파이프 골조와 천막을 엮어 만든 기괴한 가설 오두막이 서 있었습니다. 바다 괴물, 즉 '해수(海獸)'의 형상을 본뜬 이 텐트 극장의 이름은 바로 카이쥬 시어터(Kaijyu Theater)였습니다.

 

낮에는 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며 생계를 잇고, 밤이면 공터 천막에서 피와 땀을 튀기며 기괴한 연극을 올리던 20대의 츠카모토 신야. "영수증을 끊을 때면 50대가 된 지금도 이름이 조금 쑥스럽다"며 웃는 그의 회고 속에는, 일본 인디펜던트 시네마의 신화가 어떻게 태동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살점과 고철의 기괴한 결합으로 세계를 전율케 한 츠카모토 신야의 기념비적 걸작 <철남>(1989)


황금 곰치 천막과 타구치 토모로오와의 운명적 조우

카이쥬 시어터 초기에 올린 세 편의 연극 중 마지막 작품이 바로 '황금 곰치' 형상의 텐트에서 공연된 <전봇대 소년의 모험>이었습니다. 이때 객원 배우로 무대에 섰던 인물이 바로 츠카모토의 영원한 페르소나 타구치 토모로오였습니다.

 

타구치의 파격적인 연기에 전율한 츠카모토는 곧바로 그를 차기 실험작인 8mm 단편 <보통 사이즈의 괴인(普通サイズの怪人: The Phantom Of Regular Size, 1986)>의 주연으로 낙점했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사이버펑크'라는 단어가 널리 정착되지 않았지만, 도시의 공기에는 이미 인간과 차가운 기계가 무질서하게 뒤엉키는 세기말적 징후가 가득했습니다. 츠카모토는 이 기운을 동물적인 후각으로 포착해 필름에 담아냈고, 이 거친 프로토타입은 훗날 세계를 뒤흔든 걸작 <철남(Tetsuo: The Iron Man, 1986)>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메탈과 살점의 에로티시즘: 스튜디오 시스템을 거부한 '자급자족'의 미학

<철남>을 극장에 정식 개봉하기 위해 유한회사로 법인화한 '카이쥬 시어터'는 츠카모토의 완벽한 성역이었습니다. 츠카모토는 기존 SF 영화들이 다루던 '뇌만 인간이고 몸은 기계인 정돈된 사이보그'의 틀을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그가 매혹된 것은 인간의 유기적인 살점과 녹슨 금속 파편이 질척하게 짓이겨지는 무질서한 융합, 그리고 그 기괴한 결합 속에 내재된 날것의 '에로티시즘'이었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을 "자신의 예술적 아버지"라 부르면서도, 그는 비디오 가게 구석에 꽂힐 저예산 컬트 호러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철남>의 폭발적 성공 이후 대형 영화사 도호(Toho)와 쇼치쿠(Shochiku)의 러브콜을 받아 <히루코: 요괴 헌터(妖怪ハンタ ヒルコ, Hiruko the Goblin, 1991)>와 에도가와 란포 원작의 <쌍생아(双生児 -GEMINI-, 1999) >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거대 자본 속에서도 그는 '카이쥬 시어터'의 자급자족 방식을 결코 버리지 않았습니다. 연출과 각본은 물론, 촬영, 조명, 미술, 음악, 편집, 심지어 배급까지 도맡는 '원맨 아미' 시스템이야말로 내성적인 그가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유일한 호흡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거대 자본 속에서도 독립영화 특유의 자급자족 스타일을 지켜낸 <쌍생아>(1999)

"CGI엔 실재감이 없다": 아날로그의 영혼을 디지털로 지키다

현대 영화계가 매끄러운 CGI로 도배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츠카모토의 철학은 확고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천재적인 감각으로 공룡의 실재감을 빚어내는 거장이 아닌 이상, 기술만을 과시하는 디지털 화면은 돌아서면 잊히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도 배우의 와이어를 지우는 등의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CG를 제한하고, 모든 특수효과와 물리적 충돌은 현장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부딪치며 찍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인터뷰의 끝자락, 츠카모토 감독은 해외에서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철남 1, 2>와 <코토코(KOTOKO, 2011)>의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직접 손에 쥐고 색보정과 사운드 리마스터링을 완수한 벅찬 소회를 밝혔습니다.

 

영세한 독립 제작사로서 천문학적인 디지털 복원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뼈를 깎는 과정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피땀이 어린 필름의 온전한 통제권을 스스로 쥐길 원했습니다. 공터의 허름한 천막에서 시작된 츠카모토의 금속 파편들은 이제 영구한 디지털 마스터로 복원되어, 시대를 뛰어넘어 다음 세대의 스크린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을 직접 손수 리마스터링하여 필름의 영혼을 디지털로 되살린 츠카모토 신야 감독


[해당 내용은 아래의 물리매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이전 글 보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3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애로우 비디오 4-Disc 박스셋 전체의 웅장한 패키지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Unboxing] 솔리드 메탈 나

4klog.tistory.com

반응형
반응형
프랑스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 뤽 베송이 제작·각본을 맡고, 루이 르테리에와 홍콩의 원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2002년작 액션 영화 《트랜스포터(The Transporter)》. 당시 무명에 가깝던 제이슨 스타뎀을 단숨에 세계적인 액션 스타로 밀어 올렸고, 이후 리부트를 포함해 총 4편의 장편 영화 시리즈로 확장되었던 2000년대 초반 유로파코프의 대표 간판 흥행작이다. 밀레니엄 초입 비디오 대여점과 극장가를 휩쓸었던 팝콘 무비의 잔상을 복기하기 작성한다. 

줄거리: 수트와 규칙, 트렁크 속에서 꿈틀거린 화물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은신하듯 살아가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전문 운반책 프랭크 마틴(제이슨 스타뎀). 그는 철저하게 지키는 세 가지 절대 철칙("계약 조건을 변경하지 않는다", "의뢰인의 이름을 묻지 않는다", "배달할 화물을 절대 열어보지 않는다")을 바탕으로 암흑가의 위험한 의뢰를 칼같이 처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밀수업자 '월 스트리트'로부터 의뢰받은 가방을 목적지로 운반하던 중, 타이어 펑크로 멈춰 선 차 트렁크 안에서 가방이 살아 숨 쉬듯 꿈틀거리는 것을 목격한다. 목이 말라 괴로워하는 기척에 결국 자신의 원칙을 깨고 가방을 열어젖힌 프랭크는 입에 테이프가 붙은 채 결박된 동양인 여성 라이(서기)를 발견한다. 물을 건네며 그녀를 풀어주려다 탈출 소동을 겪지만, 일단 프로페셔널로서의 계약을 완수하기 위해 그녀를 본래 목적지인 월 스트리트 일당에게 넘긴다.

 

배달을 마친 후 프랭크는 월 스트리트로부터 또 다른 가방을 운반해달라는 추가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 들렀을 때 그 가방 안에 설치되어 있던 폭탄이 터지며 프랭크의 소중한 애마인 BMW가 흔적도 없이 폭파된다. 배신당했음을 깨달은 프랭크는 분노에 차 월 스트리트의 아지트로 쳐들어가 일당을 쓸어버린다. 격투 끝에 프랭크는 마당에 있던 월 스트리트의 고급 승용차를 훔쳐 현장을 빠져나오는데, 아지트의 혼란을 틈타 마침 그 차 뒷좌석에 몰래 숨어들어 있던 라이와 우연히 재회하게 되면서 그녀를 자신의 은신처로 데려온다.

결말: 밀항 컨테이너, 찢어진 가족사 속의 카타르시스 없는 돌진 (※ 스포일러 주의)

라이는 프랭크에게 월 스트리트 일당이 중국인 불법 이민자 수백 명을 선박 컨테이너에 실어 노예로 팔아넘기려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청한다. 프랭크는 처음에는 더 이상 엮이지 않으려 선을 긋지만, 자신의 해변 가옥마저 일당의 로켓포 공격으로 산산조각 나면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휘말린다.

 

사건을 추적하던 현지 경찰 타르코니 형사(프랑수아 베를레앙)의 은근한 조력 속에, 프랭크는 컨테이너가 하역되는 부두로 잠입한다. 그곳에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데, 인신매매를 주도하는 거물 범죄 조직의 진짜 배후 '콰이'가 바로 라이의 친아버지였던 것이다. 라이는 아버지의 비인도적인 악행을 막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었던 것이었다.

 

프랭크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대형 트럭들을 상대로 필사의 추격전을 벌이며 악당들을 맨몸과 기지로 하나씩 격파한다. 격투 끝에 트럭에서 월 스트리트를 쓰러뜨리고, 라이는 프랭크를 죽이려던 아버지를 직접 사살하면서 사건은 종결된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타르코니 형사는 컨테이너 문을 열어 갇혀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을 구출한다.

24년의 세월을 건너온 배신감: 취향의 불일치인가, 영화의 함량 미달인가

이 영화가 흥행에 힘입어 2002년 본편을 포함해 총 4편의 장편 영화 시리즈로까지 줄줄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분명 당대 관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대단한 만족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개봉 후 무려 2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작품을 직접 대면했을 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나지 않은 생각은 "도대체 이런 영화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지?"라는 극심한 의구심과 당혹감이었다.

 

솔직히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감상했던 영화였고, 가능하면 물리매체(블루레이)까지 수집해 서가에 꽂아둘 생각이었기에 감상 직후 '디스크를 사지 않길 정말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절로 들 정도였다. 서사의 뼈대는 앙상하다 못해 처참하고, 뜬금없는 러브라인과 유치 찬란한 악당들의 동기, 시대착오적인 대사들은 보는 내내 헛웃음을 유발했다. 과연 내가 2000년대 특유의 액션 톤을 이해하지 못해 겪는 인지부조화인 건지, 아니면 영화 자체가 애초에 이따위 수준이었던 건지 머리가 지끈거릴 만큼 헷갈릴 지경이었다.

 

결국 "그냥 철저히 내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였을 뿐"이라고 스스로 납득하며 넘기려 하지만,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 완성도 앞에서 밀려드는 허탈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킬링타임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조악한 만듦새를 덮어두기엔 아쉬움이 너무나도 크다.

슈트와 선글라스로 포장했던 2000년대 초반의 낡은 껍데기.
24년의 시차를 견디지 못하고 당혹스럽게 주저앉은 팝콘 액션의 신기루.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쿠팡플레이(Coupang Play)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평생 소장용으로 유료 결제하여 감상했다. 결제가 끝난 직후 밀려드는 '내 돈 아깝다'는 후회와 함께, 섣불리 해외판이나 정발 디스크를 구매해 랙 공간을 낭비하지 않은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대중적 명성과 개인적 불호 사이의 극심한 괴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수장고의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랙에 서늘한 마음으로 보관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 (Shoot 'Em Up, 2007)》 No. 261 :: 4K 개봉기 아카이브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

2007년 개봉 당시 포스터만 보고 흔하디흔한 B급 총격 액션물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 연출, 클라이브 오웬, 모니카 벨루치, 폴 지아마티 주연의 《거침없이 쏴라!

4klog.tistory.com

★다음 감상문 보기: 작성 예정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2007년 개봉 당시 포스터만 보고 흔하디흔한 B급 총격 액션물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 연출, 클라이브 오웬, 모니카 벨루치, 폴 지아마티 주연의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Shoot 'Em Up)》이다. 상식과 물리 법칙, 개연성을 쿨하게 쓰레기통에 처박은 채 오직 총성과 탄피, 그리고 '당근' 하나로 화면을 피칠갑하는 전대미문의 광기 어린 액션 무비다. 

줄거리: 당근을 씹던 노숙자, 총알로 탯줄을 끊다

길거리 벤치에 웅크려 앉아 무표정하게 생당근을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던 정체불명의 부랑자 미스터 스미스(클라이브 오웬). 그의 눈앞에 만삭의 임산부가 무장 괴한들에게 쫓기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광경이 들어온다.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외면하려던 스미스는, 임산부를 조롱하며 위협하는 킬러를 참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던 생당근을 괴한의 입에 쑤셔 박아 뒤통수로 뚫어버리는 엽기적인 살인을 시작으로 총격전에 휘말린다.

 

사방에서 빗발치는 총알 세례 한복판에서 산모는 급작스러운 진통을 시작하고, 스미스는 쏟아지는 탄환을 피하며 아이를 받아낸 뒤 자신의 권총을 직접 발사해 총알로 아기의 탯줄을 끊어낸다. 하지만 산모는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고, 스미스는 영문도 모른 채 갓 태어난 핏덩이 아기 올리버를 품에 안고 탈출한다.

 

악랄하고 집요한 청부살인업계의 해결사 칼 헤르츠(폴 지아마티)와 그가 이끄는 사설 용병 부대는 아기를 죽이기 위해 도시 전체를 뒤집어놓기 시작한다. 갓난아기에게 모유를 먹여야 했던 스미스는 모성애 페티시 손님들을 상대하는 단골 매춘부 도나 퀸타나(모니카 벨루치)를 찾아가고, 도나는 질색하면서도 결국 아기를 외면하지 못한 채 스미스와 기묘한 동행을 시작한다.

결말: 모유 수유와 베드신 총격전, 그리고 당근 밭의 비밀 (※ 스포일러 주의)

헤르츠 일당의 무차별적인 추격을 피해 도망치던 스미스는 도나와 모텔 방에서 격렬한 정사를 나누던 도중에도 난입한 암살자 부대를 상대로 체위를 바꿔가며 헤드샷을 날리는 전무후무한 총격전을 벌인다.

 

추적 끝에 스미스는 아기가 표적이 된 충격적인 진실을 밝혀낸다.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이자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발의한 럿레지 상원의원이 말기 암(백혈병)에 걸려 있었고, 자신의 골수 이식 치료에 쓰일 완벽한 혈연 아기를 얻기 위해 대리모들을 모아 비밀 임신 시설(아기 공장)을 운영해 왔던 것. 이에 총기 규제 법안 통과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미국 최대의 총기 제조사 해머슨 인터내셔널의 사장이 헤르츠를 고용해 이식용 아기들을 몰살하려 했던 것이다.

 

스미스는 상원의원의 전용기에 잠입해 럿레지를 직접 처단하고,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 공중 총격전 끝에 지상으로 탈출한다. 이어 해머슨의 본거지로 쳐들어가지만 헤르츠 일당의 함정에 빠져 손가락 뼈가 모조리 으스러지는 잔혹한 고문을 당한다. 그러나 양손 손가락 사이에 실탄들을 끼워 넣고 벽난로 불길에 손을 밀어 넣어, 열기로 탄환 뇌관을 연속 폭발시키는 기상천외한 트릭으로 헤르츠를 역관광 사살하고 해머슨까지 응징한다. 마침내 살아남은 스미스는 도나와 아기가 기다리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식당으로 향하고, 버스 안 강도들을 당근으로 가볍게 위협하며 벅스 버니처럼 쿨한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00년대의 클라이브 오웬, 병맛과 간지가 공존하는 무대뽀 쾌감

지금까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뇌리에 깊게 각인된 상징적인 오브제를 꼽으라면 단연 "당근",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현대의 액션 명작 《존 윅》이다.

 

후대의 《존 윅》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놈들을 처단할 때 "연필"이 전설적인 킬러의 살인 무기이자 상징적인 도구로 쓰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그 "당근"이 완벽한 시그니처로 군림한다. 주인공 스미스가 무슨 이유로 버려진 폐공장에서 은둔하며 지내는지 그 전사(前史)는 영화 어디에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 삭막한 공장 안에서 손수 텃밭을 일궈 당근을 길러 먹는다. 밭에서 갓 뽑아 올린 당근 뿌리에 흙 한 톨조차 묻어있지 않은 말끔한 생당근이라는 점부터가 헛웃음과 의아함을 자아내듯, 그가 왜 그렇게 당근이라는 채소에 병적으로 집착하는지는 끝끝내 알 길이 없다.

 

2010년대에 키아누 리브스가 절제된 건푸(Gun-Fu)와 압도적인 실력으로 프로페셔널한 암살자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면, 2000년대 버전의 원조 액션 킬러는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닌 클라이브 오웬의 미스터 스미스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영화, 진짜 병신 같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한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동시에 미치도록 멋있기도 하다.

 

눈 뗄 틈 없이 쏟아지는 화려한 건카타 액션 덕택인지, 아니면 상식 따위는 개나 줘버린 스미스라는 '반(半)또라이' 캐릭터의 독보적인 아우라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현실적인 고민 따위는 1도 찾아볼 수 없으며, 마치 "마당에 돌아다니는 해충을 박멸하는 데 대체 무슨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가요?"라고 묻는 듯한 뻔뻔한 마인드로 쉴 새 없이 총질을 난사해 대는 액션 시퀀스는 실로 충격적이다.

 

2000년대 할리우드에도 이 정도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막무가내 무대뽀 영화가 실존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언제 한 번쯤 제목은 스쳐 지나가듯 들어봤지만 왜 그동안 굳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지, 뒤늦게 마주한 이 황당무계한 총격 난장판 앞에서 묘한 감회와 실소를 곱씹어 보게 만든다.

흙 한 톨 안 묻은 당근과 무한 탄창의 총격전.
'병맛'의 극치와 하드보일드 '간지'가 빚어낸 2000년대 액션 괴작의 카타르시스.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쿠팡플레이 스트리밍을 통해 감상했다. 극장 개봉 당시 포스터의 조악함 때문에 오랫동안 재생 목록의 뒤편으로 밀려나 있던 작품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록 음악과 함께 쏟아지는 탄피의 리듬감과 만화적 과장미가 상상 이상으로 뇌리에 때려 박혔다. 루니 툰의 벅스 버니가 권총을 쥐고 킬러들을 도륙하는 듯한 유쾌한 막가파 B급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수장고의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랙에 유쾌하게 수납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35] 촉수와 라텍스의 아날로그 향연, 산만하게 흩어진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심연: 《더 보이드 (살인병동: 더 보이드 / The Void, 2016)》 No. 259 :: 4K 개봉기 아카이브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35] 촉수와 라텍스의 아날로그 향연, 산만하게 흩어진 매드 사이언티

제러미 길레스피와 스티븐 코스탄스키 감독이 연출한 2016년작 캐나다 독립 호러 영화 《더 보이드(The Void, 국내 개봉명: 살인병동: 더 보이드)》. 80년대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과 클라이

4klog.tistory.com

★다음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8] 24년 전의 명성이 남긴 당혹감, 엇갈린 기대와 인지부조화: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2002)》 No. 262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8] 24년 전의 명성이 남긴 당혹감, 엇갈린 기대와 인지부조화: 《트랜스포

프랑스 영화계의 흥행 보증수표 뤽 베송이 제작·각본을 맡고, 루이 르테리에와 홍콩의 원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2002년작 액션 영화 《트랜스포터(The Transporter)》. 당시 무명에 가깝던 제이

4klog.tistory.com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Overview: 핏빛으로 물든 로맨스와 서늘한 스릴러의 매혹적인 교차

뉴라인 시네마와 <바바리안> 제작진이 선사하는 과감하고 영리한 SF 스릴러, <컴패니언 (2025)> 4K UHD 스틸북 한정판 개봉기입니다.

 

완벽한 반려자를 향한 맹목적인 기대와 어긋난 소유욕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비틀어낸 작품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시작하여 예측 불가한 폭주로 이어지는 이 서늘한 휴가지의 사건들을 네이티브 4K(2160p) 해상도와 Dolby Atmos의 입체적인 사운드로 안방극장에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핑크빛 패키지에 담긴 핏빛 스릴러라는 역설적인 매력이 물리 매체 컬렉터들의 소장 욕구를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 English Summary for Global Collectors

  • Title: Companion (2025)
  • Label: Warner Bros. / New Line Cinema
  • Edition: 4K UHD + Blu-ray Steelbook Limited Edition
  • Format: 2-Disc (1 4K UHD + 1 BD-50)
  • Video: 4K UHD: 2160p High Definition (HDR10) 2.39:1 / BD: 1080p HD 2.39:1
  • Audio: English Dolby Atmos-TrueHD
  • Subtitles: Korean, English SDH, and more
  • Packaging: Pink Steelbook with clear inner trays
  • Comment: A cleverly designed Steelbook for Drew Hancock's darkly satirical sci-fi thriller. The beautiful pink cover juxtaposed with blood spatters perfectly captures the film's shift from a romantic getaway to a violent nightmare. It boasts reference-quality Dolby Atmos audio and native 4K visuals, making it a stellar addition to any thriller collection.

Tech Specs & Disc Details (스펙 및 디스크 구성)

본편의 섬뜩한 긴장감을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4K HDR10 화질과 공간감을 극대화한 오디오를 제공합니다.

항목 (Item) 상세 정보 (Details) 비고 (Notes)
Title 컴패니언 (Companion) 스틸북 한정판
Format 2-Disc (4K UHD + 2D BD) 국내 정식 발매판
Resolution 4K UHD (2160p) / BD (1080p) 2.39:1 Aspect Ratio

Audio English Dolby Atmos-TrueHD 다국어 Dolby Digital 5.1 지원
Subtitles Korean(한국어), English SDH 외 다수 본편 및 부가영상 자막 지원

Special Features (부가영상 안내)

캐릭터의 심연과 작품의 세계관을 탐구하는 제작 과정 영상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Companion: I Feel Therefore I Am (5:43): 영화 속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
  • Companion: Love, Eli (4:26): 주요 캐릭터 '엘리'에 초점을 맞춘 메이킹 영상.
  • AI Horror (5:09): 현대 사회의 기술적 불안을 투영한 인공지능 호러 장르로서의 접근법.

Collector's View: Packaging & Artwork (패키지 디자인)

로맨틱 핑크와 서늘한 핏자국의 역설 (외관)

컴패니언 (Companion, 2025) - 스틸북 한정판 (4K UHD + 2D) 블루레이 스틸북 전면

  • 설명: 스틸북 전면은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핑크색 다이어리 질감의 배경 위로, 우아한 필기체로 쓰인 'Companion' 타이틀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로 선명하게 튄 핏자국들이 영화의 다크하고 폭력적인 본색을 암시하며 섬뜩한 시각적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영리한 풍자와 과감한 스릴러 (J-card 후면)

컴패니언 (Companion, 2025) - 스틸북 한정판 (4K UHD + 2D) 블루레이 스틸북 후면 J-card

  • 설명: 동봉된 띠지(J-card) 후면에는 버라이어티(Variety)지의 "A CLEVER AND DARKLY SATIRICAL THRILLER(영리하고 어두운 풍자 스릴러)"라는 찬사와 함께, <노트북> 제작사와 <바바리안> 제작진의 만남을 강조하는 카피가 적혀 있습니다. 극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3장의 스틸컷과 상세한 디스크 스펙이 하단에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레드 & 핑크 디스크와 무심한 시선 (내부 아트워크)

컴패니언 (Companion, 2025) - 스틸북 한정판 (4K UHD + 2D) 블루레이 투명 케이스 내부 및 디스크

  • 설명: 스틸북을 펼치면 전면 아트워크의 핏자국을 상징하듯 강렬한 레드 컬러의 4K UHD 디스크와, 핑크색 바탕의 블루레이 디스크가 겹쳐서 수납되어 있습니다. 두 장의 디스크를 모두 걷어내면,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정면을 빤히 응시하는 여성 캐릭터(아이리스)의 클로즈업 아트워크가 나타나 영화의 서늘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Final Verdict: 비틀어진 관계를 향한 날카로운 스릴러 소품 (총평)

워너브라더스의 <컴패니언> 스틸북은 달콤한 포장지 속에 예리한 칼날을 숨겨둔 영화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이고 아름답게 형상화한 물리 매체입니다.

  • Aesthetic Perfection: 사랑스러운 핑크빛 커버에 더해진 무심한 핏자국, 그리고 내부의 레드 디스크와 서늘한 클로즈업 샷에 이르기까지, 패키지의 모든 시각적 요소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반전과 풍자를 완벽하게 내포하고 있습니다.
  • Ultimate Archive: 현대인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단절감과, 오직 자신에게만 맞춰진 '완벽한 동반자'를 향한 비뚤어진 집착을 영리하게 꼬집어낸 웰메이드 스릴러를 4K 화질과 Dolby Atmos의 압도적인 사운드로 소장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이전 개봉기 보기: [Unboxing] 동경 방랑자 (Tokyo Drifter, 1966)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동경 방랑자 (Tokyo Drifter, 1966)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팝아트로 그려낸 야쿠자 누아르의 시각적 혁명1960년대 일본 영화계의 이단아, 스즈키 세이준(Seijun Suzuki)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걸작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전형적

4klog.tistory.com

★다음 개봉기 보기: 작성예정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제러미 길레스피와 스티븐 코스탄스키 감독이 연출한 2016년작 캐나다 독립 호러 영화 《더 보이드(The Void, 국내 개봉명: 살인병동: 더 보이드)》. 80년대 존 카펜터의 《괴물(The Thing)》과 클라이브 바커의 《헬레이저》, 그리고 H.P.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 바치는 끈적끈적한 러브레터로 호러 팬들 사이에서 '숨은 수작'이라 불려온 작품이라고 한다. 근데 내가 봤을 땐 그 영화들과 비교하는 건 그 영화들에 대한 대단한 모욕이라고 생각된다. 폐쇄 직전의 한적한 시골 병동을 무대로 펼쳐지는 기괴한 오컬트 의식과, CG를 거부한 채 순수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빚어낸 그로테스크한 크리처의 미학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쓴다.

줄거리: 삼각형의 백색 복면, 밀폐된 병동과 촉수의 발흥

순찰 중이던 보안관 대니얼 카터(에런 풀)는 한밤중 숲속 도로변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는 청년 제임스를 발견하고, 최근 화재로 인해 필수 최소 인력만 남은 채 폐쇄를 앞두고 있던 인근의 시골 병원으로 데려간다. 병원에는 대니얼의 전처이자 간호사인 앨리슨(캐슬린 먼로)과 원장 리처드 파월 박사(케네스 웰시), 실습생 킴(엘렌 웡), 출산을 앞둔 임산부 매기와 그녀의 할아버지 벤 등이 머물고 있었다.

 

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은 광기와 혼돈에 휩싸인다. 간호사 베벌리가 환자의 눈을 찌르고 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겨내며 발작을 일으키자 대니얼은 반사적으로 총을 쏴 그녀를 사살한다. 그리고 병원 밖은 삼각형 문양이 새겨진 하얀 두건을 쓴 정체불명의 광신도 무리에게 빈틈없이 포위당해, 흉기를 든 그들에게 가로막혀 누구도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 상태에 놓인다.

설상가상으로 제임스를 쫓아 병원으로 들이닥친 의문의 무장 괴한 부자(父子) 빈센트와 사이먼이 가세하며 내부는 극심한 대치 상태에 빠진다. 이때 병실에 방치되어 있던 베벌리의 시체가 기괴하게 뒤틀리더니, 피부를 찢고 솟구쳐 나온 거대한 촉수 괴물로 변이해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한다.

결말: 지하 미궁의 사교 의식, 피라미드와 저세계의 공존 (※ 스포일러 주의)

혼란 속에서 병원의 온화한 의사였던 리처드 파월 박사의 충격적인 정체가 드러난다. 죽은 딸을 부활시키겠다는 맹목적인 집착에 사로잡혀 흑마술과 이계(異界)의 초월적 존재에 영혼을 판 매드 사이언티스트이자 광신도들의 교주였던 것이다. 파월 박사는 병원 지하의 비밀 시설에서 인간들을 제물 삼아 끔찍한 생체 실험을 자행하고 있었다.

 

그는 대니얼의 전처 앨리슨을 납치해 뱃속에 기괴한 변이 생명체를 잉태시키고, 자신 역시 스스로 피부 가죽을 모조리 벗겨낸 흉측한 살덩이 상태로 거듭나 다른 차원의 '공허(The Void)'로 통하는 거대한 게이트를 연다. 임산부 매기는 자신의 할아버지 벤의 목을 긋고 제물이 되어 거대한 괴물(파월의 딸)을 낳고 절명한다. 변이되어 고통스러워하는 앨리슨의 숨을 끊어준 대니얼은 파월 박사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든다.

 

포털이 붕괴하기 직전, 대니얼은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는 파월 박사를 붙잡고 다른 차원의 심연 속으로 함께 몸을 던진다. 괴물의 추격을 피해 간신히 탈출한 벙어리 아들 사이먼은 생존자인 간호사 킴과 병원 밖에서 재회하며 유일하게 현실 세계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화면은 다른 차원의 황량한 암석 지대로 전환된다. 그곳에는 심연으로 떨어진 대니얼과 앨리슨이 손을 잡은 채 나란히 서 있다. 머리 위로 기괴하게 떠 있는 거대한 검은 역피라미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과 함께 영화는 코스믹 호러의 몽환적이고 암담한 막을 내린다.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미학, 그러나 산만한 서사와 압축의 한계

호러 마니아들 사이에서 '숨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기에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고자 감상했지만, 솔직한 감상으로는 'CG를 극도로 배제하고 라텍스, 가짜 피, 특수 애니메트로닉스 인형을 활용한 80년대 실물 특수효과(Practical Effects)의 끈적하고 그로테스크한 질감'과 '기존 할리우드 호러의 뻔한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는 전개', 딱 이 두 가지 장점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구석을 찾기 힘든 영화였다.

 

본질은 결국 죽은 딸을 살리려다 미쳐버린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광란 파티인데, 여기에 우주적 공포(코스믹 호러)와 크리처물, 오컬트 종교와 초월적 차원의 존재까지 과욕을 부려 뒤죽박죽 섞어놓다 보니 보는 내내 서사에 집중하기가 대단히 피로했다.

 

소재나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음에도 불과 90분의 러닝타임에 모든 떡밥을 억지로 우겨넣다 보니 영화가 이도 저도 아니게 무너져 내렸다. 차라리 3~4부작짜리 호흡이 긴 TV 미니시리즈 형태로 여유 있게 세계관과 복선을 풀어나갔다면 훨씬 더 그럴듯한 웰메이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보는 동안 *"과연 배우들이 자신들이 찍고 있는 이 영화의 전체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하는 걸까? 혹시 쇼트(컷)별로 지시받은 행동만 연기할 뿐 전체 스토리는 전혀 모른 채 찍는 건 아닐까?"*라는 엉뚱한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주인공인 대니얼과 앨리슨, 난데없이 난입한 빈센트와 사이먼 부자, 그리고 간호사 킴까지 캐릭터들의 시점이 중구난방으로 삼등분되어 파편화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 대체 누구의 감정에 이입하고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아날로그 호러에 대한 순수한 기술적 노스탤지어만이 외롭게 번뜩이는 작품이다.

80년대 크리처물에 바치는 아날로그 특수효과의 진득한 질감.
그러나 과도한 압축과 산만한 시선 분산 속에 삼켜져 버린 미지의 심연.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웨이브(Wavve)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감상했다. 디지털 플랫폼의 화면을 통해 꿈틀거리는 촉수와 라텍스 인형, 피칠갑 특수효과의 투박하고 매혹적인 질감만큼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빈약한 서사적 응집력과 산만한 캐릭터 분산에 대한 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실물 특수효과의 끈적한 그로테스크 미학을 기록하기 위해 수장고의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랙에 안치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7] 축소된 스케일과 길을 잃은 빌런의 무게감, 루이스의 하드캐리: 《앤트맨과 와스프 (Ant-Man and the Wasp, 2018)》 No. 258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7] 축소된 스케일과 길을 잃은 빌런의 무게감, 루이스의 하드캐리: 《앤

201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거대한 우주적 파국을 다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충격 직후에 찾아왔던 가족형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와

4klog.tistory.com

★다음 감상문 보기: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거침없이 쏴라! 슛 뎀 업 (Shoot 'Em Up, 2007)》 No. 261 :: 4K 개봉기 아카이브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18] 당근 씹는 2000년대판 존 윅, 병맛과 간지 사이의 무대뽀 총질: 《

2007년 개봉 당시 포스터만 보고 흔하디흔한 B급 총격 액션물인 줄 알고 무심코 지나쳤던 영화, 마이클 데이비스 감독 연출, 클라이브 오웬, 모니카 벨루치, 폴 지아마티 주연의 《거침없이 쏴라!

4klog.tistory.com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201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거대한 우주적 파국을 다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충격 직후에 찾아왔던 가족형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와스프(Ant-Man and the Wasp)》. 페이튼 리드 감독이 1편에 이어 다시 메가폰을 잡고, 크기 조절 액션과 경쾌한 케이퍼 무비의 톤을 계승한 작품이다. 오랜만에 설레는 기대를 안고 집어 들었으나, 매력적인 영웅의 활약 뒤편에 도사린 빈약한 악역의 한계와 팝콘 무비의 잔상을 복기하기 위해 글을 쓴다.

줄거리: 가택연금 3일 전, 캐리어처럼 끌고 다니는 연구소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 전투(《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불법 참전했던 스콧 랭(폴 러드)은 FBI와의 사법 거래를 통해 발목에 전자발찌를 찬 채 2년간의 가택연금 처분을 받는다. 연금 해제를 불과 3일 앞둔 어느 날, 스콧은 30년 전 양자 영역에 갇혀 실종되었던 초대 와스프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과 기묘한 양자 얽힘을 겪으며 그녀의 어린 시절 환상을 본다.

 

이 사실을 전화로 전해 들은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은 수배 중임에도 몰래 스콧의 집에 침투해 마취총으로 스콧을 잠재워 납치하듯 빼돌린다. 스콧의 전자발찌는 일과를 학습시킨 거대 개미의 다리에 채워놓아 FBI 요원 지미 우(랜들 박)의 감시를 완벽히 따돌린다.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 박사와 호프는 재닛을 구출하기 위한 '양자 터널'을 거의 완성했으나, 마지막 핵심 부품이 필요했던 것.

 

호프는 새로운 2대 와스프로서 날개와 블래스터를 장착하고 암시장 기술 밀매업자 소니 버치(월튼 고긴스)와 접촉하지만, 버치가 연구소의 막대한 가치를 눈치채고 배신하며 격돌이 벌어진다. 그 순간 물질을 통과하는 기괴한 능력을 지닌 정체불명의 존재 '고스트(해나 존케이먼)'가 난입해 행크 핌의 빌딩 크기 축소 연구소를 통째로 가로채 달아난다.

결말: 양자 영역의 귀환, 그리고 먼지로 바스러진 충격 (※ 스포일러 주의)

고스트의 정체는 과거 행크 핌의 동료 연구원이었던 엘리아스 스타의 딸 에이바 스타였다. 어린 시절 연구소 폭발 사고로 인해 신체 분자가 지속적으로 붕괴하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 왔으며, 생존을 위해 양자 영역의 에너지를 강제로 흡수하려 했던 것이다. 그녀를 돕던 빌 포스터(로렌스 피시번) 박사와 달리, 에이바의 계획은 재닛의 생명을 위협할 위험이 있었다.

 

스콧의 절친 루이스(마이클 페냐)와 엑스콘 보안 회사 동료들의 기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무대로 펼쳐지는 리모컨 크기 조절 카 체이싱 끝에 행크 핌 일행은 연구소를 되찾는다. 행크 핌은 탐사 포드를 타고 직접 아원자 단위의 미지의 세계인 양자 영역으로 진입해, 30년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초월적 치유 능력을 얻은 아내 재닛과 감격의 재회를 이룬다. 현실로 돌아온 재닛은 자신의 양자 에너지를 나누어주어 에이바의 불안정한 분자 상태를 일시적으로 안정시켜 주며 갈등은 봉합된다. 스콧은 아슬아슬하게 가택연금 종료 시점을 맞춰 집으로 복귀해 FBI의 최종 점검을 통과하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진정한 충격은 엔딩 이후의 쿠키 영상에서 찾아온다. 첫 번째 쿠키(미드 크레딧)에서 에이바의 치료를 위한 양자 치유 입자를 채취하기 위해 스콧이 루이스의 갈색 승합차 트렁크에 장착된 소형 양자 터널을 통해 미지의 양자 영역으로 들어간다. 입자를 수거하고 귀환 신호를 보내는 순간, 바깥의 무전이 거짓말처럼 끊긴다. 바로 그 시각, 건물 옥상에서 터널을 제어하던 행크 핌, 재닛, 호프 세 사람이 타노스의 핑거스냅으로 인해 소리 없이 먼지가 되어 바스러져 버린 것. 칠흑 같은 양자 영역 속에 홀로 미아가 되어버린 앤트맨의 절망적인 외침이 흐른다. 이어 두 번째 쿠키(포스트 크레딧)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고요와 정적만이 감도는 스콧의 집 거실에서, 전자발찌를 찬 거대 개미가 아무것도 모른 채 신나게 전자 드럼을 두들겨 대고 TV에서는 비상 방송 경보 화면이 지직거리는 기괴하고도 쓸쓸한 블랙 코미디로 마침표를 찍는다.

빌런의 부재가 남긴 뼈아픈 실망, 루이스 패거리가 살려낸 산소호흡기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이었다. 오랜만의 감상이었던 만큼 품었던 기대감도 꽤나 컸지만, 솔직한 결론을 내리자면 기대치에 비해 좀 많이 실망스러웠던 시리즈였다.

 

이 영화를 보며 뼈저리게 다시 한번 절감한 사실은, MCU를 비롯한 모든 히어로 영화는 주인공 영웅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빌런의 묵직한 무게감과 위압적인 압도감이 반드시 버텨주어야만 서사가 살아난다는 점이다. 메인 빌런으로 등장한 고스트(에이바)는 악당이라기보다는 그저 치료가 급한 불쌍한 환자에 불과했고, 암시장 브로커 소니 버치 일당 역시 동네 양아치 수준의 소동극을 일으키는 데 그쳤다. 갈등의 위기감이 전혀 조성되지 않다 보니 영화 전체가 맥 빠진 쟁탈전으로 표류했다.

 

만약 이 영화에서 1편에서도 미친 존재감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던 루이스와 그 친구들(엑스콘 패거리)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자백 유도제(진실의 물약)'를 맞고 랩을 하듯 쏟아내는 루이스 특유의 썰 풀기 코미디마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최근에 보았던 미셸 공드리 감독의 《그린 호넷(The Green Hornet, 2011)》처럼 시덥잖고 이도 저도 아닌 뻔하디뻔한 일반 히어로 무비로 전락해 버렸을 것이 분명하다. 명품 감초들의 하드캐리가 앙상한 빌런의 공백을 간신히 메워낸 절반의 성공작이다.

양자 영역으로 축소된 갈등의 긴장감, 위압감을 잃어버린 빌런의 씁쓸한 빈자리.
절친들의 유쾌한 입담이 간신히 산소호흡기를 댄 MCU의 소품.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국내 정식 발매된 블루레이 디스크로 감상을 진행했다. (패키지 개봉기는 아직 작성하지 않은 채 디스크로 먼저 감상했다.) 샌프란시스코 언덕길을 내달리는 핫휠 카 체이싱과 건물만 하게 거대화된 자이언트맨의 도심 활약 시퀀스는 블루레이 고유의 쨍한 색감과 준수한 서라운드 사운드로 훌륭한 시청각적 쾌감을 전달해 주었다. 오랜만의 MCU 나들이에서 마주한 빌런의 짙은 아쉬움과 감초 캐릭터들의 유쾌함을 기록하며, 수장고의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랙에 차분히 수납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화약 냄새나는 필름들 #6] 살아남은 자만이 영웅이다, 붉은 1사단의 전선과 고전의 품격: 《지옥의 영웅들 (The Big Red One, 1980)》 No. 256 :: 4K 개봉기 아카이브

 

[화약 냄새나는 필름들 #6] 살아남은 자만이 영웅이다, 붉은 1사단의 전선과 고전의 품격: 《지옥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제1보병사단(The Big Red One)의 보병으로 참전해 은성훈장과 동성훈장을 받았던 새뮤얼 풀러 감독의 자전적 역작, 1980년작 전쟁 영화 《지옥의 영웅들(The Big Red One

4klog.tistory.com

★다음 감상문 보기: 작성 예정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1980년대 후반, 도쿄의 한 광고 대행사 사무실. 낮에는 마이클 잭슨의 누이 라토야 잭슨이 등장하는 카메라 CF를 기획하며 로스앤젤레스 출장을 오가던 평범한 회사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의 그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습니다. 사비를 털어 창단한 극단 '카이쥬 시어터'의 좁은 연습실에서 메탈 뱀파이어와 기괴한 기계 괴물이 날뛰는 희곡을 쓰던 청년, 바로 츠카모토 신야였습니다.

 

낮의 회사원과 밤의 극단 연출가 사이에서 극심한 괴리감과 좌절을 겪던 그는 결국 회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울분과 갈증을 전부 쏟아부어 올린 무대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전봇대 소년의 모험(The Adventure of Denchu-Kozo)>이었습니다.

츠카모토 신야의 초기 대표작 <전봇대 소년의 모험>(1987) 속 타이틀 롤 캐릭터


등에 솟은 전신주, 츠카모토 자신의 페르소나

츠카모토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늘 멍하니 공상에 빠져 이야기만 상상하던 아이였습니다. 스스로를 "다른 아이들과 다른 미운 오리 새끼" 같다고 여겼던 그는, 만약 영화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자신은 그저 바보처럼 침이나 흘리는 무기력한 존재로 남았을 것이라 회고합니다.

 

등 뒤에 거대한 전신주가 솟아나 따돌림과 콤플렉스에 시달리지만, 미래로 날아가 칠흑 같은 암흑을 환하게 밝히는 주인공 '덴추 코조(전봇대 소년)'는 다름 아닌 츠카모토 자신의 분신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공들여 만든 무대 의상과 소품들이 버려지는 것이 아까웠던 그는 마침내 오랜 숙원이었던 8mm 필름 카메라를 손에 쥐었습니다.

자신의 유년기와 내면의 콤플렉스를 영화로 승화시킨 츠카모토 신야 감독

"더 이상 온 힘을 쏟을 수 없을 만큼": 원초적 아날로그 트릭의 정점

이전까지 그의 단편들이 연극 무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원 신 원 컷' 위주였다면, <전봇대 소년의 모험>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컷을 잘게 쪼개어 관객이 마치 폭주하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한 현기증과 박진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CG는커녕 합성 장비조차 열악했던 시절, 8mm 필름으로 SF 판타지를 구현하는 과정은 문자 그대로 눈물겨운 '수공업의 극치'였습니다. 집 위로 먹구름이 몰려오는 단 한 장면을 찍기 위해 츠카모토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썼습니다.

  1. 지평선 윗부분을 검은 종이로 가리고 집의 실루엣만 1차 촬영한다.
  2. 필름을 수동으로 다시 되감는다.
  3. 이번에는 집을 가린 채, 솜뭉치에 먹물을 먹여 만든 가짜 먹구름을 허공에 겹쳐 재촬영한다.

현상된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 마침내 먹구름이 떠오른 화면을 확인했을 때의 희열은, 그가 "이보다 더 내 모든 것을 쥐어짤 수는 없었다"고 고백할 만큼 압도적인 몰입의 산물이었습니다.

8mm 필름의 물리적 한계를 집념의 수동 이중 노출로 극복한 <전봇대 소년의 모험> 명장면

<철남>을 탄생시킨 위대한 산실

<전봇대 소년의 모험>은 츠카모토 영화의 영원한 페르소나이자 동반자인 타구치 토모로오와의 호흡이 빛난 초기작이기도 합니다. 타구치는 악당 '히지카타' 역을, 감독 본인은 신센구미 뱀파이어 군단의 두목 '콘도' 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기괴한 활극을 펼쳤습니다.

 

스톱모션(프레임 바이 프레임) 기법을 치열하게 실험했던 전작 <보통 사이즈의 괴인>의 성과를 흡수하고, 손수 배경음악까지 전곡 작곡하며 '완전한 하나의 패키지'로 빚어낸 이 8mm 단편은 훗날 전 세계 영화계를 강타한 사이버펑크의 전설 <철남>을 잉태한 가장 순수하고 폭발적인 에너지의 요람이었습니다.

훗날 <철남>의 주역이 되는 츠카모토 신야와 타구치 토모로오의 전설적인 초기 호흡


[해당 내용은 아래의 물리매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이전 글 보기: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30년 작품 세계를 집대성한 애로우 비디오 4-Disc 박스셋 전체의 웅장한 패키지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Unboxing] 솔리드 메탈 나

4klog.tistory.com

반응형
반응형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제1보병사단(The Big Red One)의 보병으로 참전해 은성훈장과 동성훈장을 받았던 새뮤얼 풀러 감독의 자전적 역작, 1980년작 전쟁 영화 《지옥의 영웅들(The Big Red One)》. 노장 배우 리 마빈과 《스타워즈》로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던 마크 해밀이 호흡을 맞춘 고전이다. 북아프리카의 모래바람에서 시작해 시칠리아,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을 거쳐 체코슬로바키아의 강제수용소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선 전체를 가로지르며 오직 '생존'이라는 날것의 목표 아래 포연 속을 뒹굴었던 사병들의 발자취를 담은 정통 밀리터리물이다.

줄거리: 1차 대전의 트라우마, 북아프리카부터 노르망디까지

1918년 11월 1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날, 참호 속에서 미군 사병(리 마빈)은 항복 의사를 밝히며 다가오던 독일군 병사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러나 진지로 복귀한 직후 이미 4시간 전에 종전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그는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사람을 죽였다'는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가슴에 묻는다.

 

세월이 흘러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이제는 노련한 분대장이자 백전노장이 된 서전트(Sergeant/병장, 리 마빈)는 미 육군 제1보병사단의 분대를 이끈다. 시가 담배를 물고 참전기를 기록하는 소설가 지망생 저프(로버트 캐러딘), 살인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으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저격수 그리프(마크 해밀), 약삭빠른 빈치, 거친 기관총 사수 존슨.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들 만큼 수많은 보충병들이 전입해 오자마자 총탄에 쓰러져 나가는 아비규환 속에서, 서전트는 이 네 명의 사병만큼은 기필코 살려내며 전선을 돌파한다.

 

1942년 북아프리카 비제르테 전투에서 비시 프랑스군과 독일 아프리카 군단을 격파한 분대는, 1943년 시칠리아 침공을 거쳐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지옥문인 오마하 해변으로 향한다. 쏟아지는 기관총 탄막과 피로 물든 백사장 위에서 전우들의 시체를 엄폐물 삼아 철조망을 폭파하고 방어선을 뚫어낸 이들은,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을 넘어 독일 본토로 진격을 이어간다.

결말: 수용소의 비극과 1918년의 기시감 (※ 스포일러 주의)

전쟁의 막바지, 분대는 체코슬로바키아 국경 근처의 팔케나우(Falkenau) 나치 강제수용소를 해방시킨다.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 완전히 말살된 끔찍한 시체 구덩이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생존자들이었다. 살인에 거부감을 느끼던 저격수 그리프는 수용소 오븐 속에 숨어 있던 나치 친위대원을 발견하고, 분노에 휩싸여 탄창을 모조리 비워버리며 전쟁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처절하게 증명한다.

 

서전트는 수용소에서 만난 어린 유대인 소년에게 빵을 쥐여주고 목말을 태운 채 30여 분 동안 수용소 주변을 묵묵히 걸어 다닌다. 하지만 아이는 끝내 탈진과 영양실조를 이기지 못하고 서전트의 어깨 위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1945년 5월, 드디어 종전의 순간. 공중에서 살포된 항복 권고 전단지를 읽고 전쟁이 끝났음을 알게 된 독일군 슈뢰더는 미군에게 투항하기 위해 두 손을 든 채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숲을 수색하던 서전트는 다가오는 슈뢰더를 적으로 간주하고 주저 없이 단도로 찔러 쓰러뜨린다.

 

그 직후, 어둠을 뚫고 저프를 비롯한 분대원들이 서전트를 찾아 숲으로 다가온다. 한 병사가 무심코 담배에 불을 붙이려 하자, 서전트는 적에게 위치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거칠게 제지한다. 그러자 병사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서전트, 전쟁 끝났어요. 이미 1분 전에요."

 

1918년 1차 대전의 마지막 날 벌어졌던 비극적인 오인 살해가 정확히 27년 만에, 그것도 단 '1분의 시차'를 두고 끔찍하게 되풀이된 것이다. 그 순간 바닥에 쓰러진 독일군이 신음하며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분대원이 "이 녀석 아직 숨이 붙어 있어요!"라고 외치자, 서전트와 병사들은 그를 살려내기 위해 미친 듯이 달라붙어 상처를 지혈하고 응급처치를 퍼붓는다.

 

1918년에는 죽였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살려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모습 위로 저프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흐른다. "살아남는 것이 전쟁에서 유일하게 영광스러운 승리다." 지옥 같은 전장을 뚫고 기어이 살아남은 군인들의 묵묵한 군홧발 행진과 함께 영화는 깊은 울림을 남기며 막을 내린다.

현대 전쟁 영화와의 간극, 그러나 빛바래지 않는 고전의 가치

이번 감상은 리처드 쉬켈에 의해 복원된 2시간 40여 분 분량의 '재구성판(The Reconstruction / 감독판)'으로 진행했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전쟁 영화들의 압도적인 사운드 디자인, 살점이 튀는 듯한 생생한 핸드헬드 촬영, 처절할 정도로 극적인 연출과 직접 비교해 보자면 아무래도 시대의 한계 탓인지 기술적인 박진감이나 스펙터클 면에서는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가 끝난 뒤 가슴을 후벼파는 격정적인 감정의 동요나 거대한 여운이 길게 남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았다. 화려한 영웅주의나 대의명분을 걷어내고, 오직 '살아남는 것 자체가 영웅'이라는 참전용사 감독의 투박하고 솔직한 시선, 그리고 영화사(史)적으로 손꼽히는 2차 대전 클래식 명작의 온전한 호흡을 직접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감상이었다. 거친 필름 입자 속에서 묵묵히 시가를 태우던 리 마빈의 무표정한 얼굴 하나만으로도 클래식 전쟁 영화의 묵직한 품격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북아프리카의 사막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용소까지.
화려한 영웅 서사를 거부하고 살아남은 자들의 거친 군홧발로 써 내려간 2차 대전의 클래식.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워너 브라더스 북미판 블루레이 디스크로 감상을 진행했다. 113분 극장판은 1080p 고화질로, 감상에 활용한 162분 재편집본(The Reconstruction)은 480i SD 화질로 분리 수록된 독특한 사양의 타이틀이다. 비록 확장 복원판의 해상도가 SD급에 머물러 시각적인 선명함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풀러 감독의 가위질당했던 50분의 호흡을 복원 프로듀서 리처드 시켈의 인서트 편지와 함께 온전히 마주할 수 있어 수집가로서의 사료적 가치는 대단히 묵직했다. 전장의 화약내와 살아남은 자들의 쓸쓸한 행군을 기억하며, 수장고의 [화약 냄새나는 필름들] 랙에 단단히 안치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Unboxing] 지옥의 영웅들 (The Big Red One, 1980) - 워너 브라더스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지옥의 영웅들 (The Big Red One, 1980) - 워너 브라더스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참혹한 전장 속에서 피어난 생존의 서사시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새무얼 풀러(Samuel Fuller)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짙게 배어있는 전쟁 영화의 수작,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워너 브라

4klog.tistory.com


★이전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57] 비행의 미학과 역사의 침묵: 《바람이 분다 (風立ちぬ, The Wind Rises, 2013)》가 도달한 거장의 알리바이와 균열 No. 255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57] 비행의 미학과 역사의 침묵: 《바람이 분다 (風立ちぬ, The Wind Rises, 2013)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13년작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風立ち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주력 전투기였던 '제로센'을 설계한 실존 인물 호

4klog.tistory.com

★다음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7] 축소된 스케일과 길을 잃은 빌런의 무게감, 루이스의 하드캐리: 《앤트맨과 와스프 (Ant-Man and the Wasp, 2018)》 No. 258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67] 축소된 스케일과 길을 잃은 빌런의 무게감, 루이스의 하드캐리: 《앤

201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거대한 우주적 파국을 다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충격 직후에 찾아왔던 가족형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와

4klog.tistory.com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13년작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風立ち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의 주력 전투기였던 '제로센'을 설계한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의 삶에, 결핵을 앓는 연인과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호리 타츠오의 동명 소설을 접목한 작품이다. 아름다운 비행기를 향한 한 공학도의 순수한 열망이 제국주의의 광기 어린 살상 무기로 귀결되어 가는 모순과 비극,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끝내 떨쳐낼 수 없는 복잡한 역사적 딜레마를 남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2013년작 〈바람이 분다(風立ちぬ)〉는 거장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사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위태로운 벼랑 끝에 서 있는 텍스트다. 비행 메커니즘을 향한 소년적 동경과 평생을 견지해 온 반전주의라는 두 개의 모순된 축을 지녀온 노감독은, 태평양 전쟁의 상징적 무기 '제로센'을 설계한 호리코시 지로의 형상을 빌려 자신의 오랜 딜레마를 정면으로 돌파하려 시도한다.

 

영화의 미학적 성취는 눈부시다. 바람을 타고 유려하게 휘어지는 날개의 곡선, 관동대지진의 공포를 인간의 육성으로 형상화한 음향, 그리고 결핵으로 스러져가는 연인 나호코와의 비극적 순애보는 순수 예술과 공학적 창작열의 숭고함을 극대화한다. 꿈속 멘토 카프로니의 입을 빌려 "비행기는 저주받은 꿈이지만 하늘은 그것을 삼킨다"고 고백하듯, 영화는 폭주하는 군국주의의 광기 속에서도 개인의 창작적 순수성은 오염되지 않고 순결하게 보존될 수 있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는 씻을 수 없는 역사적 균열을 노출한다. 국가의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어쩔 수 없이 휘말린 거대한 시대적 폭풍'으로 자연재해처럼 대상화하고, 설계자의 시선을 오직 비행기 날개의 유려함과 개인의 비극적 로맨스에만 고착시킴으로써 영화는 가해의 역사로부터 기묘한 면죄부를 획득하려 든다. 잔해로 뒤덮인 비행기의 무덤 앞에서 "단 한 대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지로의 탄식은 일본 청년들의 상실에 대한 애도일 뿐, 그 날개 아래 짓밟힌 수많은 아시아 피해국들의 피와 비명에 대한 응답은 되지 못한다.

 

식민 지배와 분단, 전쟁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짊어진 피해국의 시선에서 〈바람이 분다〉의 순수주의적 태도는 결코 무구하게 읽힐 수 없다. 장인적 완성도의 극치 이면에 자리 잡은 이 뼈아픈 윤리적 알리바이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아름다움과 책임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던지며 짙은 역사적 응어리를 남긴다.

아름다운 꿈의 궤적을 좇았으나 파멸의 무덤으로 귀결된 시대의 비행.
거장의 반전 메시지와 피해국의 아픈 역사가 충돌하며 남긴 풀리지 않는 딜레마.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넷플릭스(Netflix) 스트리밍을 통해 고화질로 감상했다. 지브리 특유의 섬세한 수채화풍 풍경과 관동대지진의 지축을 울리는 독특한 음향 효과, 그리고 히사이시 조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스트리밍 화면을 가득 채웠다. 미야자키 하야오 필생의 모순과 고뇌가 응축된 작품이자 피해국 관객으로서 끝내 떼어낼 수 없는 역사적 응어리를 남긴 논쟁적 텍스트로서, 수장고의 [크레딧이 올라가도] 랙에 서늘한 질문과 함께 안치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55] 풍경의 서늘함과 도덕극의 공백: 《아무 일도 없었다 (Calibre, 2018)》의 장소성에 부쳐 No. 253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55] 풍경의 서늘함과 도덕극의 공백: 《아무 일도 없었다 (Calibre, 2018)》의 장

맷 팔머 감독이 연출하고 잭 로던, 마틴 맥캔이 주연을 맡은 2018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서스펜스 스릴러 《아무 일도 없었다(원제: Calibre)》. 오랜 친구 사이인 두 남자가 스코틀랜드의 한적한

4klog.tistory.com

★다음 감상문 보기: [화약 냄새나는 필름들 #6] 살아남은 자만이 영웅이다, 붉은 1사단의 전선과 고전의 품격: 《지옥의 영웅들 (The Big Red One, 1980)》 No. 256 :: 4K 개봉기 아카이브

 

[화약 냄새나는 필름들 #6] 살아남은 자만이 영웅이다, 붉은 1사단의 전선과 고전의 품격: 《지옥

실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제1보병사단(The Big Red One)의 보병으로 참전해 은성훈장과 동성훈장을 받았던 새뮤얼 풀러 감독의 자전적 역작, 1980년작 전쟁 영화 《지옥의 영웅들(The Big Red One

4klog.tistory.com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4K 개봉기 아카이브는 수집가 디스크러버의 영화 감상과 물리매체 리뷰를 기록하는 블로그입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