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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인디·컬트 영화계의 거장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1987년작 중단편 영화 《전봇대 소년의 모험(電柱小僧の冒険 / The Adventure of Denchu-Kozo)》. 등에서 전봇대가 솟아난 소년이라는 파격적인 설정과 함께 거친 16mm 필름의 질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살점과 기계가 뒤엉키는 그로테스크한 시각 효과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날것의 에너지와 사이버펑크적 기괴미가 시선을 압도한다.

줄거리: 모모코의 구원, 타임머신 가동과 25년 뒤 암흑의 미래

중학생 소년 히카리(센바 에리)는 등 뒤에 거대한 전봇대가 자라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심한 놀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같은 반 여학생 모모코(카나오카 노부)가 나타나 히카리를 괴롭히던 학교 친구들을 단숨에 해치우며 그를 구해낸다. 자신을 구해준 모모코에게 고마움을 느낀 히카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묘한 '타임머신' 장치를 건네려 하지만 모모코는 이를 거절한다. 히카리가 직접 기계를 작동시키는 순간, 엄청난 스파크와 시공간의 왜곡이 일어나며 그는 25년 뒤의 미래 세계로 날아가 버린다.

 

히카리가 도달한 미래는 짙은 어둠이 깔린 도시. 그곳은 콘도(츠카모토 신야), 히지카타(타구치 토모로오), 오키타로 구성된 흉악한 3인조 '신선조 뱀파이어단'이 활개 치고 있었다. 뱀파이어인 이들은 아주 잠깐씩 비치는 햇빛에도 피부가 타들어가며 활동에 치명적인 제약을 받기 때문에, 지상의 빛을 완전히 차단해 '24시간 내내 지속되는 완전한 어둠'을 완성하고자 기괴한 인공 생명체 '이브(후지와라 케이)'를 비밀리에 키워내고 있었다.

결말: 사리바 선생의 유산, 전등 빛의 폭발과 암흑의 종말 (※ 스포일러 주의)

미래로 떨어진 히카리는 신선조 뱀파이어 일당과 맞서 홀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여성 '사리바 선생(카나오카 노부 1인 2역)' 앞에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며 싸움에 휘말린다. 그녀의 정체는 25년의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미래의 모모코'였다. 사리바 선생은 신선조가 이브를 완성해 세상을 24시간 완전한 암흑천지로 만들려 하고 있음을 경고하며, 히카리의 등 뒤 전봇대에 강력한 빛을 낼 수 있는 전등을 매달아 준다.

 

그러나 본거지에서 전투가 벌어지던 중 사리바 선생이 치명상을 입고 끝내 숨을 거둔다. 설상가상으로 신선조의 리더 콘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브를 범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 이브는 살점과 기계 부품이 흉측하게 뒤엉키며 통제 불능 상태로 기괴하게 폭주하기 시작한다.

 

사리바 선생의 죽음과 괴물의 폭주 앞에 극도의 분노에 휩싸인 히카리는 자신의 전봇대에 전선을 연결하고 체내의 모든 에너지를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사리바 선생이 매달아 준 전등에서 뿜어져 나온 눈부시고 파괴적인 고압의 전등 빛이 먼저 날뛰던 이브를 흔적도 없이 파괴하고, 이어 신선조 3인방마저 강렬한 빛으로 차례차례 불태워 완벽하게 숨통을 끊는다.

 

암흑을 몰고 오던 적들이 완전히 소멸하고 하늘에서 맑은 햇살이 쏟아져 내리자 지상은 평화를 되찾는다. 전투를 마친 히카리는 타임머신의 작동과 함께 자신이 살던 원래의 과거 시간대로 무사히 귀환한다. 여전히 등 뒤에 전봇대가 솟아 있지만, 현실로 돌아온 히카리가 모모코 곁에서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결연한 모습과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유치한 소년만화를 압도하는 기괴함의 아우라: 상상력의 발원지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이런 기상천외한 상상력은 어디서 터져 나오는 걸까?"라는 경탄과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등에 전봇대가 솟아난 소년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 뱀파이어들을 전등 빛으로 지져버린다는 서사 뼈대 자체는 영락없는 전형적 소년 만화의 도식이자 유치찬란한 설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츠카모토 신야 감독은 이 단순하고 유치한 이야기를 평범한 히어로물로 결코 내버려 두지 않는다. 스크린을 찢을 듯 쏟아지는 아날로그 스톱모션 연출, 살갗을 뚫고 솟아오른 쇳덩이와 전선들의 엽기적인 융합, 거칠게 요동치는 16mm 필름의 입자감은 유치함을 집어삼킬 만큼 독보적인 기괴함을 뿜어낸다.

 

그로테스크하고 불쾌할 정도로 강렬한 메탈릭 미장센이 전면에 배치되다 보니, 그 유치했던 소년만화식 전개마저 묘하게 매혹적이고 쿨하며 멋있어 보이는 기묘한 시각적 마력을 발휘한다. 훗날 장르 영화계의 전설이 되는 《철남 (Tetsuo: The Iron Man)》의 파괴적인 에너지가 이미 이 47분짜리 필름 안에서 완전한 형태로 꿈틀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작이다.

살점 위로 솟아오른 차가운 전봇대와 번뜩이는 스파크.
유치한 망상을 날것의 사이버펑크 미학으로 벼려낸, 츠카모토 신야의 파괴적인 시각적 광기.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영국 애로우 비디오(Arrow Video)에서 출시한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츠카모토 신야 감독선 (Solid Metal Nightmares)》 박스셋 Disc 1 블루레이로 감상했다. 《철남》, 《철남 2》와 함께 수록된 1080p HD 복원 마스터는 1.33:1 오리지널 화면비와 무손실 오리지널 PCM 1.0 모노 사운드를 지원하여, 16mm 필름 특유의 거친 입자감과 찢어지는 쇳소리 노이즈를 안방극장에 날카롭게 전달한다. (※ 클리어 킵케이스와 강렬한 레드 톤 표지, 《철남 2》 리버시블 커버 및 세부 스펙은 블로그의 [Solid Metal Nightmares 박스셋 Disc 1: 철남 1&2, 전봇대 소년의 모험 개봉기] 포스팅에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소년만화적 유치함을 기괴한 사이버펑크 에너지로 완벽히 승화시킨 작품이기에 수장고의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랙에 보관한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철남 1 & 2, 전봇대 소년의 모험 -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박스셋 Disc 1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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