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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다크 판타지 3부작의 초석이자 그의 초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악마의 등뼈》는 스페인 내전 말기라는 비극적인 역사의 상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딕 풍의 심리 호러 시네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연대와 그들을 둘러싼 인간의 잔혹한 탐욕을 기묘하면서도 매혹적인 비주얼로 풀어냈다. 음산한 고아원의 분위기와 기괴한 붉은 피를 흘리는 꼬마 유령의 존재는 오싹함을 자아내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아련하고 슬픈 미장센은 눈이 시리도록 고혹적인 아우라를 완성해 내어 아카이브의 가장 탐미적이고 뒤틀린 걸작 랙에 보존하기 가장 완벽한 타이틀이다.

줄거리: 광막한 사막의 고아원, 그리고 지상에 박힌 불발탄과 꼬여버린 비밀

스페인 내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 군인 아버지를 잃은 소년 카를로스(페르난도 티엘브)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외롭게 고립된 산타 루시아 고아원에 입소한다. 고아원 운동장 한가운데에는 폭격 당시 떨어졌으나 터지지 않은 채 기괴하게 박혀 있는 거대한 노란색 불발탄이 기괴한 정취를 풍기며 서 있고, 카를로스는 이곳에서 밤마다 물속을 유영하듯 나타나 슬픈 흐느낌을 남기는 꼬마 유령 '산티'를 목격한다. 산티는 카를로스의 귓가에 "너희 모두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서늘한 경고를 속삭인다. 카를로스는 산티가 이곳 고아원 출신의 아이였으며, 전쟁의 혼란을 틈타 누군가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는 끔찍한 진실과 고아원에 숨겨진 금괴를 둘러싼 검은 음모를 서서히 파헤치기 시작한다.

결말: 탐욕의 파국, 그리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가슴 아픈 연대 (※ 스포일러 주의)

고아원에 숨겨진 금괴를 독차지하려는 야욕에 눈이 먼 관리인 하신토(에두아르도 노리에가)는 결국 은인 같았던 고아원 원장과 교사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고아원에 불을 지른다. 대피할 곳 없이 지하실에 갇힌 아이들은 하신토의 잔혹한 폭력에 맞서기 위해, 날카롭게 깎은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단단하게 연대한다. 힘을 합친 아이들의 반격으로 지하실 물탱크에 빠진 하신토는, 과거 자신이 죽여 그곳에 유기했던 산티의 원혼에 이끌려 물속 깊은 심연으로 끌려가 비참하게 익사한다. 어른들의 탐욕이 불러온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불타버린 고아원의 폐허를 뒤로하고,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 나간다. 그들의 서글프고 위태로운 뒷모습을 비추며 서사는 아련하게 매듭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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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재미를 관통하는 감독의 방대한 지성, 서늘함마저 예술로 조각하는 힘

이 타이틀은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본편의 서사적 깊이와 장르적 완성도만으로도 시네필의 감각을 황홀하게 충족시키는 수작이다. 다만 이 영화가 선사하는 고유의 영화적 재미를 딱 잘라 한 줄로 표현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데, 그 정서적 겹이 워낙 두텁고 쓸쓸한 까닭이다. 하지만 이번 상영의 진정한 카타르시스는 본편의 러닝타임이 끝난 직후, 물리 매체에 수록된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 트랙을 타고 흘러나왔다.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마이크 앞에서 쉼 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방대한 지식과 박식함은 듣는 내내 진심으로 감탄을 자아내며 보는 이를 완전히 압도한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연출한 컷들의 기술적 비하인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스페인 내전이라는 역사적 비극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문학과 미술사학을 넘나드는 예술적 메타포의 해체, 그리고 그 밑바탕을 지탱하는 본인만의 단단한 인생사 철학까지 흥미진진하고 막힘없이 풀어낸다.

 

말을 어찌나 재미있고 위트 있게 잘하는지, 그가 스크린이라는 캔버스를 인식하는 태도와 삶을 바라보는 세계관을 코멘터리를 통해 전해 듣는 과정 자체가 영화 본편을 감상하는 것 이상의 기막힌 지적 유희를 선사했다. 거장의 머릿속에 정교하게 설계된 예술적 지도가 어떻게 화면 위에 기분 나쁘고도 매혹적인 고딕 호러의 미장센으로 직조될 수 있었는지 고스란히 증명해 보인, 내용과 부가 스펙 모두가 완벽의 궤도에 오른 마스터클래스다.

스페인 내전의 아픈 역사와 어른들의 추악한 탐욕이 남긴 상흔을, 기예르모 델 토로 특유의 탐미적이고 서늘한 다크 판타지 비주얼로 승화시킨 걸작. 물속을 부유하는 소년 유령의 슬픈 아우라로 기묘한 시각적 충격을 던지는 동시에, 감독 코멘터리에 담긴 방대한 인문학적 지성과 입담이 타이틀 본연의 가치를 몇 배나 풍요롭게 격상시키는 고품격 고딕 호러의 정수.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사막의 광막한 먼지바람 속으로 걸어 나가는 아이들의 쓸쓸한 실루엣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지적인 음성 해설 잔향을 끝으로 블루레이 디스크의 물리적인 플레이를 멈췄다. 이번 상영은 한 거장의 영혼이 담긴 다크 판타지의 시초를 온전히 소장하고 감상하기 위해 라이브러리 깊은 곳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든 《악마의 등뼈》 크라이테리온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 블루레이 에디션 기록물이다. 크라이테리온 특유의 깔끔한 투명 킵케이스 전면에는 고아원 마당 한가운데 처박힌 거대한 불발탄과 그 앞을 맴도는 쓸쓸한 소년의 실루엣이 붉은 연기와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시각적 소장 가치를 단단히 증명한다. 케이스 내부를 열면 좌측에는 핏자국과 유령의 형상이 담긴 기괴한 드로잉 컷이 디자인되어 있고, 우측에 안착된 블루레이 디스크 표면에는 당장이라도 깨어질 듯 금이 간 거대한 눈동자가 몽환적인 보라색 톤으로 프린팅되어 있어 영화가 품은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물리적인 물성으로 고스란히 연장해 준다.

 

[Unboxing] 악마의 등뼈 (The Devil's Backbone, 2001)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악마의 등뼈 (The Devil's Backbone, 2001)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전쟁의 상흔과 유령이 맴도는 슬픈 고딕 호러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초기 걸작이자, 그의 다크 판타지 세계관이 확립되기 시작한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물리 매체 수집가들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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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직접 승인한 복원 소스를 기반으로 투사되는 1080p Full HD 해상도의 1.85:1 화면비는 사막의 메마른 황토색 질감과 고아원 지하실의 차가운 푸른 물빛을 눈이 시리도록 선명하게 대조해 내며, 스페인어 DTS-HD MA 5.1 사운드 트랙은 불발탄의 웅장한 진동음과 유령의 서글픈 흐느낌을 완벽하게 출력해 안방극장의 공기를 뒤흔든다. 또한 동봉된 리플릿(Leaflet) 내부에는 저명한 평론가 마크 커모드(Mark Kermode)의 깊이 있는 에세이 "THE PAST IS NEVER DEAD..."가 29개의 세부 챕터 목록과 함께 수록되어 있어 감상 후의 사유를 더욱 풍성하게 돕는다.

 

무엇보다 이번 아카이빙의 백미는 단연 감독의 심층적인 스페셜 피처 해설 코멘터리 트랙으로, 거장의 박식한 지성과 탁월한 입담이 주는 지적 카타르시스는 훗날 이 영화의 숨은 진가를 되짚을 때마다 큰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영화가 지닌 슬픈 아름다움과 피지컬 패키지의 무결점 퀄리티를 리스펙트하며, 이 고귀한 수집품은 예정대로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카테고리 랙에 완벽하게 안착시킨다. 델 토로의 머릿속에 설계된 방대한 우주를 고해상도 소스로 다시 목격하고 싶을 때, 혹은 거장의 품격 있는 목소리를 들으며 예술적 영감을 보충하고 싶을 때 언제든 경건한 마음으로 플레이어를 열어 디스크를 안착시킬 완벽한 레퍼런스 타이틀로 영구히 보존해 둘 것이다. 거장이 조각한 슬픈 유령의 잔상과 크라이테리온이 안겨준 극상의 소장 포만감을 음미하며, 깊은 밤의 영사를 차분히 거둔다.


★이전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45] 장르적 한계를 넘어선 한국형 SF의 이정표, 빈틈 많은 서사에도 박수치게 만드는 우주적 야심: 《승리호 (SPACE SWEEPERS, 2020)》 No. 151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45] 장르적 한계를 넘어선 한국형 SF의 이정표, 빈틈 많은 서사에도 박수치

조성희 감독이 연출하고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승리호》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 SF 블록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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