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영화 전체의 완성도나 오락성보다, 단 한 명의 배우가 뿜어내는 기괴한 아우라가 작품의 정체성을 집어삼키는 경우가 있다. 알프레드 솔 감독의 1976년작 《커뮤니언》(또는 《앨리스, 스윗 앨리스》)이 바로 그런 영화다. 가톨릭의 엄숙함과 노란 우비 살인마의 그로테스크한 조화는 이 영화를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카테고리에 올리기 충분하지만, 정작 이 작품에서 가장 소름 끼치게 불쾌하고도 매혹적인 피사체는 살인마가 아니라 12살 소녀 '앨리스'다.

폴라 E. 셰퍼드, 천재 아역이 뿜어내는 날것의 섬뜩함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앨리스 역을 맡은 아역 배우 '폴라 E. 셰퍼드'의 연기력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표독스럽고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괴롭히는 모습은, 슬래셔 호러의 살인마보다 더 서늘한 공포를 자아낸다. 동생 카렌(브룩 쉴즈)을 질투하며 보여주는 그 뒤틀린 내면 연기는 도저히 어린아이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놀랍게도 그녀는 이 영화를 포함해 단 두 편의 영화에만 출연하고 은퇴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토록 압도적인 재능을 더 이상 스크린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영화 팬으로서 무척이나 아쉽게 다가온다.

매력적인 70년대 감성, 그러나 아쉬운 오락성
《커뮤니언》은 1976년 작품답게 70년대 호러 특유의 투박하고도 스산한 감성을 물씬 풍긴다. 반투명 가면과 노란 우비를 뒤집어쓴 살인마의 시각적 디자인, 그리고 빛바랜 필름 질감이 주는 클래식한 분위기는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하지만 '영화로서의 재미'라는 측면에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작품은 그저 그런 평범한 스릴러 공포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서사의 전개는 다소 늘어지고 텐션은 종종 끊기며, 아역의 미친 연기력과 시각적 미장센이 아니었다면 꽤나 지루했을 평이한 연출이 못내 아쉽다.

종교적 광기와 찝찝한 결말 (※ 스포일러)
천사 같은 동생 카렌이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앨리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진짜 범인은 따로 있었다. 노란 우비 살인마의 정체는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혀 타락한 이들을 단죄한다는 망상에 빠진 '트레도니 부인'이었다. 성당에서 신부마저 찌르며 광란을 벌이던 그녀는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개운하게 끝나지 않는다. 모든 사건이 종결된 후, 앨리스가 트레도니 부인의 살해 도구(칼)를 슬쩍 자신의 쇼핑백에 챙겨 넣으며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악의 씨앗이 결국 앨리스에게로 전이된 것인지, 아니면 그녀 내면의 본성이 깨어난 것인지 모를 이 찝찝하고 기괴한 엔딩이야말로 이 작품이 남기는 가장 불쾌하고도 완벽한 여운이다.

"어린 나이에 표독스럽고 호기심에 가득 차 있는 듯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남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앨리스 역의 폴라 셰퍼드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딱 두 편의 영화만 찍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1976년 작품이라 70년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맘에 들지만, 영화로서 재미를 따지자면 그저 그러한 평범한 스릴러 공포영화라고 생각한다."
재미는 평범했지만, 노란 우비의 색채와 아역 배우의 표독스러운 눈빛만큼은 뇌리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70년대의 기묘한 스케치북.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70년대 필름 특유의 거친 그레인(입자감)과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는 서늘한 빛의 대비는 블루레이(Blu-ray) 디스크로 감상할 때 그 음산한 질감이 극대화된다. 다소 평범했던 스릴러의 아쉬움을 달래며 디스크를 랙에 꽂아둔다. 그리고 노션(Notion)의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열어 시청 로그를 남긴다.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장르 탭을 지정하고, 한 줄 평 란에 '평범한 호러를 집어삼킨 아역의 표독스러운 눈빛과 노란 우비'라고 타이핑하며 오늘 영화 감상의 여정을 깔끔하게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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