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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파멸적인 결말을 향해 질주할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2025년작 《어글리 시스터》가 바로 그런 부류다. 코멘터리를 통해 명확해졌듯,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아는 '신데렐라' 서사를 바디 호러(Body Horror)의 문법으로 기괴하게 비틀어버린 잔혹 동화다. 미의 기준에 억눌려 파괴되어 가는 여성의 신체와 그로테스크한 미장센은 이 영화를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의 방에 가두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다.

신데렐라 판타지의 파괴와 바디 호러의 결합

영화를 보는 내내 신데렐라 서사의 변주임을 눈치챌 수밖에 없지만, 그 방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축축하고 불쾌하다. 왕자에게 간택받기 위해 금발, 교정기, 코 수술, 속눈썹 수술 등 외모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정체성을 잃어가는 주인공 엘비라의 행보는 충격적이다. 특히 신데렐라가 놓고 간 구두에 자신의 발이 맞지 않자 완전히 이성을 잃고 스스로 발가락을 잘라버리는 모습은 끔찍함을 넘어 기괴함 그 자체다. 더 압권인 것은, 피투성이가 된 딸이 애먼 발을 잘랐다는 사실을 눈치챈 어머니가 "엉뚱한 발을 잘랐잖니"라는 핀잔과 함께 태연하게 반대쪽 발마저 잘라버리는 설정인데, 이는 소름 끼치도록 완벽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여기에 루치오 풀치 감독의 스타일을 빌려와 내면의 악령(촌충)을 토해내는 시퀀스는 토마스 폴드버그의 아날로그 특수분장과 맞물려 압도적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무도회장 폭파를 원했던 자의 씁쓸한 아쉬움

이 영화가 바디 호러를 표방했기에, 내심 거대한 핏빛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향력이 엿보이는 연출이나 코리 파르자의 《서브스턴스》처럼, 기괴한 괴물로 변해버린 엘비라가 무도회장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폭파시켜 버리지는 않을까? 혹은 아내를 '고르는' 위치에 선 왕자의 그 오만한 남성성 트로피에 통쾌한 반격을 가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결말은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미쳐버린 주인공을 구원하는 것은 왕자도, 괴물로 변한 스스로의 분노도 아닌 시종일관 제정신을 유지했던 또 다른 자매 '알마'다. 알마가 건넨 우유와 신부학교 원장에게 받은 해독제로 내면의 촌충을 시원하게 게워낸 엘비라. 이후 발가락이 잘려 걷지 못하는 그녀가 바닥에 엎드리고 동생 알마가 언니의 두 발을 잡아끄는, 마치 '외바퀴 손수레'를 연상시키는 엉뚱하고 기괴한 자세로 저택을 탈출하는 두 자매의 모습은 진정한 연대(Sisterhood)를 보여주는 '나름의 해피엔딩'이다. 의미 있는 결말이긴 하지만, 억눌렸던 분노가 피바다로 터져 나오길 내심 바랐던 장르 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슴슴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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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사운드 트랙과 뼈 있는 블랙 코미디, 그리고 압도적 열연

핏빛 복수극이 부재한 서사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메워주는 뜻밖의 수확은 바로 '배경음악(OST)'이다. 70년대풍의 쇼크 줌과 거친 카메라 워크 등 빈티지한 영상미 위에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코어가 절묘하게 얹혀 영화의 텐션을 끝까지 멱살 잡고 끌고 간다. 여기에 북유럽어로 '끝'을 의미하지만 영어권 관객에겐 도발적인 오해를 부르는 'Slutt'이라는 마지막 자막과, 난리통에 장사도 치르지 못하고 덩그러니 방치된 아버지의 쿠키 영상까지 더해져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기괴한 유머의 끈을 놓지 않는다.

 

신데렐라 서사를 기괴하게 비틀어버린 작품이지만, 정작 원전의 신데렐라 격인 '아그네스'보다 엇나간 이복 언니 '엘비라'를 더 응원하게 되는 묘한 아이러니도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다. 파멸을 향해 폭주하는 와중에도 왕자를 향한 엘비라의 마음만큼은 맹목적일 정도로 순수했기에 왠지 모를 지지를 보내게 된달까. 솔직히 말해 "무조건 평점 8점 이상을 줘야 하는 엄청난 명작이다!"라고 치켜세우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엘비라가 뿜어내는 소름 돋는 광기 어린 연기와, 두 자매의 어머니 '리베카'가 보여주는 노골적이고 뻔뻔한 연기 앙상블에는 진심 어린 기립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세련된 사운드트랙과 배우들의 미친 열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매혹적인 괴작임은 틀림없다.


"아쉬우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다."

 

핏빛 복수극의 카타르시스는 부족했을지언정, 촌충을 토해내는 압도적인 연기와 세련된 사운드트랙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매혹적인 괴작.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기괴하고 축축한 바디 호러의 질감과 70년대풍의 거친 카메라 워크는 역시 고화질 물리 매체(Physical Media)를 통해 감상할 때 그 서늘한 감각이 배가된다. 화면을 뚫고 나올 듯 생생했던 아날로그 특수분장의 충격을 곱씹으며, 감상을 마친 디스크를 케이스에 조심스럽게 담아 컬렉션 랙의 정해진 자리에 각 맞춰 꽂아둔다.

 

이어서 늘 그래왔듯 노션(Notion)을 열어 정성스럽게 구축해 둔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띄운다. [기분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카테고리를 지정하고 리스트에 《어글리 시스터》의 타이틀을 새겨 넣는다. 비고란에는 '신데렐라 판타지를 찢고 나온 촌충과 기괴한 자매애, 그리고 끝내주는 OST'라고 만족스럽게 타이핑하며, 랙의 빈 공간을 채우듯 나만의 시청 로그를 또 한 줄 든든하게 채워 넣는다.

 

[Unboxing] 어글리 시스터 (The Ugly Stepsister, 2025) - 세컨드 사이트 4K UHD+BD 한정판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어글리 시스터 (The Ugly Stepsister, 2025) - 세컨드 사이트 4K UHD+BD 한정판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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