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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오사카의 축축하고 어두운 뒷골목. 그 끈적한 야쿠자의 세계에 홀로 떨어진 파란 눈의 이방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웃사이더》는 서양인의 새하얀 피부 위에 붉은 잉어 문신(이레즈미)이 새겨지는 기묘한 시각적 이질감을 내세우며 관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내고 나면, 이 영화가 과연 진지한 하드보일드 느와르인지, 아니면 서양인이 동양의 폭력단 문화를 동경하며 만든 우스꽝스러운 코스프레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팩트 체크: 주연 배우의 고군분투와 우여곡절 제작 비화

사실 이 영화는 스크린 밖의 제작 비화가 본편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는 마이클 패스벤더나 톰 하디 같은 굵직한 배우들이 주연으로 거론되었으나 캐스팅이 무산되는 등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배급사 역시 워너 브라더스에서 넷플릭스로 변경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 주연을 맡게 된 자레드 레토는 제작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순수하게 주연 배우로서만 참여했는데, 특유의 지독한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일본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소화해 냈다. 하지만 배우의 그런 피나는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뼈대가 되는 서사는 턱없이 빈약하기만 하다.

미장센과 이방인의 고독? 그저 헛웃음 나오는 야쿠자 판타지

영화는 과묵한 이방인 닉(자레드 레토)이 야쿠자 조직 시로마츠 파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꽤나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담아내려 애쓴다.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 의식이나 잔혹한 칼부림 등 일본 야쿠자 특유의 극단적인 폭력성을 미장센으로 삼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했을 그 '이방인의 고독과 끈적한 미장센'은 도무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동양의 신비주의와 야쿠자의 의리에 심취한 서양인의 왜곡된 오리엔탈리즘 판타지처럼 느껴져 헛웃음을 자아낸다. 철저한 이방인이었던 닉이 별다른 깊은 교감이나 서사적 설득력 없이 단숨에 조직의 핵심으로 인정받는 과정은 작위적이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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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튀기는 복수, 그리고 공허한 카타르시스 (※ 결말 스포일러)

은인이었던 키요시와 보스가 배신자 오로치(시이나 깃페이)에 의해 살해당한 후, 영화는 닉의 처절한 피의 복수극으로 치닫는다. 닉이 홀로 일본도를 빼 들고 적진에 쳐들어가 오로치의 목을 베어버리는 후반부의 액션은 분명 수위가 높고 잔혹하다.

 

하지만 모든 복수를 끝낸 닉을 향해 남은 조직원들이 일제히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닉이 온몸의 문신을 드러낸 채 서늘하게 서 있는 마지막 결말 씬에 다다르면 그 작위적인 겉멋은 정점을 찍는다. 처절한 느와르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야 할 순간에, 오히려 헛기침이 나올 만큼 실망스러운 마무리다.

 

"솔직히 어느 부분에서 이 영화를 좋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미장센과 이방인의 감정으로? 난 오히려 우습기만 하더라."

 

때로는 잔혹한 폭력과 화려한 미장센만으로는 텅 빈 서사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이 영화가 완벽하게 증명한다. 넷플릭스의 자본력과 자레드 레토의 열연이 빚어낸, 기분 나쁘게 아름답다기보다는 그저 기분만 묘해지는 우스꽝스러운 실패작이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특성상 물리 매체(블루레이/4K UHD)로 정식 발매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가끔 크라이테리언(Criterion) 같은 부티크 레이블을 통해 넷플릭스 명작들이 디스크로 구제(?)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 작품만큼은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노션(Notion)에 정리해 둔 나만의 영화 데이터베이스에 굳이 칸을 할애해 가며 소장 기록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정확하고 솔직한 평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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