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시리즈는 늘 위대한 감독들의 등용문이자 실험장이었다. 리들리 스콧의 '우주 호러', 제임스 카메론의 '밀리터리 액션', 데이비드 핀처의 '우울한 철학'을 거쳐 4편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프랑스의 비주얼리스트 장 피에르 주네였다. 그가 창조해 낸 《에이리언 4》는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이질적이고 끈적거리며, 묘하게 블랙 코미디의 향기가 풍기는 기괴한 돌연변이 명작으로 탄생했다.

끈적하고 그로테스크한 시각적 유희
주네 감독의 전작인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흐르는 특유의 음습하고 기형적인 미술 감각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포르말린 유리관 속에 박제된 실패한 리플리 복제 인간들의 끔찍한 몰골이나, 물갈퀴를 달고 수중을 유영하며 인간을 사냥하는 에이리언의 디자인은 아름다우면서도 뼛속까지 불쾌하다. 우주선이라는 차가운 금속 공간을 마치 거대한 생물체의 축축한 내장처럼 묘사한 솜씨는 오직 장 피에르 주네만이 할 수 있는 미학이다.

짠함과 기괴함의 경계, 뉴본 에이리언의 탄생 (※ 결말 스포일러)
이 영화의 호불호를 가장 극명하게 가르는 지점은 단연 후반부 '뉴본 에이리언'의 등장과 죽음이다. 퀸 에이리언의 자궁에서 태어난 이 흉측한 반인반괴 생명체는 인간의 해골 같은 얼굴과 슬픈 눈망울을 가졌다.
자신의 진짜 어미인 퀸을 단숨에 잔인하게 도륙해 버리고는, 리플리에게 다가가 마치 "엄마~!" 하고 부르는 듯한 맹목적이고 아련한 눈빛을 보낼 때 관객은 심한 인지 부조화에 빠진다. 끔찍하게 징그러운 괴물인데 묘하게 애처롭고 짠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영화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처연한 처형식
리플리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 창문에 산성 피로 작은 구멍을 내는 순간, 이 우주의 고아는 너무나도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 거대한 내장과 뼈가 손바닥만 한 구멍으로 믹서기에 갈리듯 빨려 나가는 그로테스크한 바디 호러 장면은 압도적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리플리를 향해 뻗는 그 처연한 눈빛은 우스우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찌르는 지독한 비애감을 남긴다. 4편까지 오다 보니 이런 독특하고 기괴한 해석의 에이리언까지 보게 되다니, 묘한 쾌감마저 드는 순간이다.

어쩌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이 영화를 맡았을까?
당시 20th Century Fox(제작사)는 데이비드 핀처의 《에이리언 3》가 너무 어둡고 우울하게 끝나버리자, 분위기를 확 반전시킬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만화적인 상상력'을 가진 감독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니 보일 감독에게 먼저 제안이 갔지만 거절당했고, 제작진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기괴하고도 매혹적인 디스토피아 동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1995)》를 만든 프랑스의 장 피에르 주네였다. 조스 웨던(어벤져스 감독)이 쓴 기상천외한 복제인간 스크립트를 보고, 주네의 그로테스크한 미술 감각과 블랙 코미디 성향이 이 돌연변이 에이리언 세계관을 완벽하게 끈적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했던 것인데 결과는? 더이상 후속편이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물론 프리퀼이 나오긴 했는데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나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결이 다르다고 본다.)
"엄마~~! 하고 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련한 눈빛에 최후를 맞는 에이리언. 이 장면이 사실 호불호를 명확하게 가르지 않을까 싶다.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4편까지 오니 독특한 해석까지 나온다. 뭐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이상한 것도 아니지. 어쨌든 난 그래도 재미있게 봄."
시리즈의 정통성을 따지는 골수팬들에게는 너무 나간 이단아 취급을 받을지 몰라도, 독립적인 괴수 액션 스릴러로 떼어놓고 본다면 이보다 더 끈적하고 쫄깃하게 재밌는 오락물도 드물다. 우스꽝스러움과 기괴함 사이에서 완벽한 줄타기를 한 감독의 똘끼에 조용히 박수를 보낸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에이리언의 끈적이는 점액질과 수중 씬의 미세한 공기 방울, 그리고 문제의 '뉴본 에이리언'이 지닌 사람 살갗 같은 창백하고 기분 나쁜 피부 질감은 질 좋은 물리 매체로 감상할 때 그 불쾌한(칭찬이다) 디테일이 살아난다. 시리즈의 대미를 기괴하게 장식한 이 작품의 타이틀을 소장용 랙에 꽂아두고, 노션(Notion)의 영화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구매가와 에디션 정보를 타이핑해 넣으며 은근한 만족감을 느낀다. 호불호가 갈린다 한들, 내 라이브러리 안에서는 꽤나 아끼는 매력적인 돌연변이 컬렉션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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