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모토 신야 감독이 1989년의 거친 16mm 흑백 신화를 뒤로하고, 자본과 35mm 컬러 필름을 장착해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한 1992년작 《철남 2: 바디 해머(Tetsuo II: Body Hammer)》. 전작의 게릴라적 에너지에 메이저한 서사 구조와 정교해진 특수효과를 덧입혀 인간 병기로 변해가는 남자의 분노를 폭발시킨 사이버펑크 바디 호러 속편이다. 1편만큼의 거친 날것의 충격은 덜하지만 감독 특유의 기괴한 정신세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줄거리: 스킨헤드의 침입과 아파트의 참극, 폭주하는 분노
평범한 회사원 다니구치 토모오(타구치 토모로오)는 사랑하는 아내 카나(카나오카 노부 / Nobu Kanaoka), 어린 아들 미노루와 함께 고층 아파트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는 그는 극단적인 감정의 동요를 겪을 때마다 신체에 기이한 이상 반응이 일어나지만, 이를 애써 억누르며 가족과의 행복을 지키려 한다.
어느 날 백화점에서 의문의 스킨헤드 괴한들이 나타나 아들 미노루를 위협하는 최초의 습격이 발생한다. 다행히 첫 번째 위기는 가까스로 넘기며 아이를 지켜내지만, 괴한들은 곧이어 토모오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자택까지 침입해 두 번째 공격을 감행한다. 괴한들은 미노루를 붙잡아 인질로 삼은 채 토모오의 극단적인 분노를 집요하게 자극한다. 공포와 살의가 한계에 다다른 순간, 토모오의 신체 내부에서 솟구쳐 나온 정체불명의 화포가 통제를 잃고 발사되며 자신의 손으로 아들 미노루를 산산조각 내어 폭사시키는 끔찍한 비극이 벌어진다. 자식을 잃은 죄책감과 무력감 속에 토모오는 괴한들에게 결박당해 거대한 폐공장 비밀 연구소로 끌려간다.


결말: 촉수를 통해 복원된 기억, 거대 전차의 파멸과 잿더미 위의 산책 (※ 스포일러 주의)
토모오를 납치한 자들은 신체를 무기로 개조하는 스킨헤드 집단의 우두머리 '야츠(The Guy)'(츠카모토 신야)였다. 야츠는 토모오를 잔혹하게 고문하며 기계화 본능을 강제로 각성시키고, 분노가 폭발한 토모오는 살점을 찢고 솟구쳐 나온 총열과 와이어로 무장한 완전한 생체 병기로 변이해 연구소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마침내 마주한 야츠와의 결전. 치열한 공방 끝에 토모오가 승기를 잡고 결정타를 날리려던 바로 그 순간, 야츠의 이마에서 기괴한 금속 촉수가 뻗어 나와 토모오의 머리를 관통한다. 그 촉수를 통해 봉인되어 있던 과거의 기억이 토모오의 뇌리에 쏟아져 들어오며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어린 시절 토모오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관계를 맺던 중 사고로 총을 쏴 어머니를 살해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고, 그 거대한 충격과 공포 속에서 아버지를 직접 죽여버렸다. 당시 토모오의 동생이었던 야츠는 그 현장에서 형이 뿜어냈던 순수한 살의에 깊이 매료되어 형을 동경하고 존경하게 되었으며, 형의 그 완벽한 파괴 본능을 다시금 해방하기 위해 이 모든 비극적인 판을 짰던 것이다.
자신의 봉인된 기억과 광기를 마주한 토모오는 쓰러진 동생 야츠와 스킨헤드 잔당들의 사지, 그리고 연구소의 고철 덩어리들을 모조리 자신의 몸속으로 빨아들이며 거대한 살점-금속 융합 생체 전차로 거대화한다. 온 세상을 녹슨 쇳덩이로 뒤바꾸겠다는 듯 도시를 향해 진군하는 거대 전차의 광란이 펼쳐지고, 이내 화면이 전환된다.
쑥대밭이 되어 잿더미로 변해버린 도쿄 도심의 폐허 속, 거짓말처럼 토모오와 아내 카나, 그리고 죽었던 아들 미노루까지 세 가족이 나란히 발을 맞추어 걸어가는 기묘한 풍경을 비추며 영화는 서늘하게 막을 내린다.


진화한 하드웨어, 거세된 야성: 1편의 충격과 2편의 완성도 사이
확실하게 1편에 비해 여러 기술적인 면에서는 발전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16mm 흑백의 거친 입자 대신 35mm 컬러 필름을 채택했고, 네온 핑크와 차가운 푸른빛이 교차하는 감각적인 조명, 살점을 뚫고 튀어나오는 정교한 보형물과 메카닉 특수분장은 한층 세련된 비주얼을 자랑한다. 스토리텔링 역시 두서없는 악몽의 연속이었던 전작과 달리, 잃어버린 기억과 가족의 비극이라는 명확한 서사적 인과관계를 갖추어 진입 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바로 그 정돈된 서사와 세련미 때문에, 역설적으로 1편이 관객의 멱살을 잡고 흔들던 날것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다소 부족한 듯 느껴진다. 전작이 선사했던 숨 쉴 틈 없는 스톱모션의 광기 어린 속도감과 날것의 금속 냄새 대신, 다소 묵직하고 전형적인 SF 액션의 리듬을 따르다 보니 느껴지는 아쉬움이다.
뭐 그래도 2편 역시 감독의 정신세계가 무척 궁금해지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가슴에서 솟구치는 거포와 전신을 집어삼키는 금속 탱크의 파괴적인 기괴함, 그리고 잿더미 위를 걷는 세 가족의 기이한 엔딩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편보다 아쉽지만 2편도 나쁘지만은 않은,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속편이다.


자본과 기술을 입은 인간 병기의 포효. 1편의 날것 그대로인 야성은 옅어졌을지언정,
금속과 살점을 반죽하는 츠카모토 신야의 괴이한 뇌내 회로는 여전히 뜨겁게 박동한다.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앞서 감상한 《철남 1》에 이어 영국 애로우 비디오(Arrow Video)의 《솔리드 메탈 나이트메어 (Solid Metal Nightmares)》 박스셋 첫 번째 디스크(Disc 1) 블루레이로 연속 감상했다. 35mm 오리지널 네거티브에서 복원된 1080p 해상도는 1편의 거친 흑백 그레인과는 또 다른, 푸른빛 도는 차가운 도심과 핏빛 특수분장의 컬러풀한 질감을 선명하게 뿜어낸다. (※ 본 박스셋 슬리브를 뒤집으면 나타나는 팝한 네온 핑크·블루 톤의 《철남 2》 리버시블 아트워크와 패키지 디테일은 블로그의 [Solid Metal Nightmares 박스셋 Disc 1 개봉기] 포스팅에 함께 기록해 두었다.) 1편만큼의 압도적인 원초성은 덜하지만 거장의 진화 과정을 온전히 목격할 수 있는 소중한 속편이기에, 수장고의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랙 한구석에 나란히 안착시킨다. 오늘 밤의 영사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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