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킷 롸이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스티븐 도프가 절체절명의 도둑으로 열연한 《보치드》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고층 빌딩 안에서 벌어지는 잔혹 코미디 스릴러 시네마다. 주류 영화의 세련된 문법이나 고급스러운 연출과는 거리가 멀고, 남들에게 선뜻 권하기에는 다소 민망하고 황당무계한 전개를 자랑하는 B급 키치 스타일의 타이틀이다. 그러나 사방에 피가 튀는 슬래셔 장르의 문법에 황당한 실소를 유발하는 유머를 뒤섞어, 컬렉터의 기묘한 호기심과 이끌림을 기어코 충족시키고 마는 독특한 매력의 괴작 파편이다.

줄거리: 꼬여버린 강도 행각, 인질극이 불러온 미치광이들의 난장판

프로 도둑인 리치(스티븐 도프)는 모스크바의 한 고층 빌딩에 보관된 전설적인 골동품 유물을 훔치라는 임무를 맡고 투입된다. 하지만 계획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하고, 리치와 그의 무능한 동료들은 예기치 못한 소동 끝에 빌딩의 보안이 가동되면서 갇히게 된다. 졸지에 몇몇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는 인질극을 벌이게 된 리치 일당.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고립된 빌딩의 특정 층은 단순한 폐쇄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고문과 살육을 즐기는 기상천외한 연쇄 살인마와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캐릭터들이 도사리고 있었고, 골동품을 훔치려던 도둑들은 이제 살인마의 칼날을 피해 살아남아야 하는 우당탕탕 사투에 휘말린다.

결말: 사지 절단의 파국 속에서 피어난 황당한 생존 (※ 스포일러 주의)

살인마들이 인질과 도둑들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사냥하면서 빌딩 내부의 복도는 순식간에 시체 더미로 뒤덮인다. 영화는 시종일관 진지함을 배제한 채 목이 잘려 나가고 사지가 분리되는 잔혹한 고어 시퀀스들을 블랙 코미디의 톤으로 연출한다. 리치는 온갖 황당한 소동과 인물들의 멍청한 오판 속에서 피가 낭자한 결전을 치른다. 살인마 일당과의 난장판 끝에 결국 수많은 인질들과 괴한들이 끔찍하면서도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주인공 리치를 비롯한 극소수의 생존자만이 피칠갑이 된 채 초토화된 빌딩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잔인함의 수위는 높지만 그 결말의 공기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B급 소동극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며 서사는 매듭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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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악해서 더 유쾌한 저예산 호러의 텍스처, 취향을 저격하는 B급 정서의 맛

장르적 완성도를 정교하게 따지는 시네필에게는 헛웃음만 나오는 괴작일지 모르나, 우당탕탕 흘러가는 저예산 코미디 호러만의 날것 그대로의 정서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꽤나 유쾌하고 볼만한 타이틀이다. 특히 이 영화의 특수효과 텍스처는 묘한 이질감과 실소를 동시에 유발한다. 극 중에 나뒹구는 시체 더미들은 의외로 어색함 없이 고어 영화의 시각적 아우라를 잘 풍기는 반면, 뜬금없이 화면에 등장하는 '쥐'의 비주얼은 대놓고 조악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보는 이를 진짜로 놀라게 만든다. '대놓고 저걸 쥐라고 가져다 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엉성한 모형 쥐의 디테일은 극의 긴장감을 완벽하게 파괴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헐거움과 허술한 완성도 자체가 영화가 지닌 B급 키치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굳혀주는 영리한 장치로 다가온다. 짜임새 있는 스릴 대신 막 나가는 유머와 피칠갑의 쾌감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정교한 각본 대신 사방에 선혈이 낭자한 사지 절단의 슬래셔 문법과 조악한 모형 쥐의 텍스처를 당당하게 들이미는 저예산 코미디 호러 시네마. 세련된 주류 상업 영화의 궤적을 철저히 배제한 채, 황당무계한 소동극의 에너지와 뻔뻔한 B급 감성만으로 수집가의 라이브러리 안에서 기묘한 장르적 쾌감과 볼만한 재미를 선사하는 웰메이드 괴작.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살인마들의 무자비한 전기톱 소음과 복도에 나뒹구는 시체 더미들의 소동이 멈추고 디스크 플레이어의 회전을 마감했다. 이번 상영은 매끄러운 할리우드 스릴러의 규격화된 공식에서 벗어나, 날것 그대로의 붉은 유혈 유머와 뻔뻔한 장르적 키치 감성을 만끽하기 위해 라이브러리 구석에서 꺼내 든 북미 워너 브라더스 발매의 《보치드》 무삭제판(Uncut Version) Region 1 DVD 기록물이다. 신품으로 알고 주문했으나 도착한 패키지 후면에는 오래된 렌탈샵 특유의 투박한 'Used - Good' 바코드 중고 스티커가 선명하게 박혀 있어 당혹감을 주었지만, 이 오래된 흔적이야말로 영화가 품은 거친 B급 정서와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며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빌려보던 시절의 아날로그적 스토리텔링과 추역을 소환해 주는 수집의 재미를 더해준다.

 

[Unboxing] 보치드 (Botched, 2007) - 무삭제판(Uncut Version) Region 1 DVD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보치드 (Botched, 2007) - 무삭제판(Uncut Version) Region 1 DVD 개봉기

Overview: 피와 웃음이 난무하는 B급 슬래셔 코미디의 정수스티븐 도프 주연의 2007년작, 유혈이 낭자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호러 코미디 의 무삭제판(Uncut Version) DVD 개봉기입니다. 이번 타이틀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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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일반 아마레이(Amaray) 케이스 내부의 핏빛 디스크를 구동하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480i(NTSC) 해상도의 거칠고 투박한 화면비(1.77:1 Widescreen)는, 매끄러운 4K 블루레이의 스펙과는 대조적이지만 오히려 슬래셔 영화의 날것 같은 분위기와 절묘한 호흡으로 녹아든다. 영어 돌비 디지털 5.1(Dolby Digital 5.1) 사운드가 자아내는 난장판 음향과 비록 한국어 자막은 미지원할지언정 온전히 보존된 무삭제판 특유의 핏빛 유머는 브라운관 시절의 거친 텍스처를 방 안 가득 실연해 낸다. 남들에게 추천하기엔 민망한 조악한 쥐 모형의 비주얼을 안고 있을지라도 컬렉터의 미묘한 취향을 저격하는 중독성을 인정하며, 이 타이틀은 예정대로 [이걸 왜 봐요? (근데 난 봄)] 카테고리 랙에 유쾌하게 입주시킨다. 중고의 세월마저 영화의 일부로 흡수해 버리는 저예산 고어 코미디의 헐거운 매력을 음미하며, 깊은 밤의 영사를 마친다.


★이전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42] 한정된 밀실이 자아낸 극상의 가성비, 빈틈없는 열연으로 조각한 서스펜스 문법: 《패닉 룸 (Panic Room, 2002)》 No. 143 :: 4K 개봉기 아카이브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42] 한정된 밀실이 자아낸 극상의 가성비, 빈틈없는 열연으로 조각한 서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완벽주의에 가까운 정교한 미장센과 카메라 워킹으로 연출한 《패닉 룸》은 대저택 안의 첨단 대피소를 배경으로 한 밀실 서스펜스 스릴러 시네마다.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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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먼지 쌓인 영사기 #18] 히치콕에 버금가는 고전 서스펜스의 거장, '스포일러 금지'의 원형을 새긴 파격적 걸작: 《디아볼릭 (Les Diaboliques / Diabolique, 1955)》 No. 146 :: 4K 개봉기 아카이브

 

[먼지 쌓인 영사기 #18] 히치콕에 버금가는 고전 서스펜스의 거장, '스포일러 금지'의 원형을 새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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