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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시몬 시뇨레와 베라 클루조가 완전범죄를 모의하는 두 여인으로 열연한 《디아볼릭》은 프랑스 영화사는 물론 세계 장르 영화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긴 사이코패스 심리 스릴러 시네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마저 원작 소설의 판권을 탐냈으나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고전 흑백 시네마 특유의 아날로그 필름 질감과 빛과 그림자의 정교한 음영 대비를 통해 장르의 문법을 정립한 거장의 마스터피스다. 영화사(史)의 한 페이지를 정교하게 차지한 명작들을 추적하여 아카이브하는 공간에 가장 완벽하게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줄거리: 물탱크에 유기한 시체, 그리고 홀연히 시작된 심리적 숨바꼭질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초라한 사립 기숙학교, 교장인 미셸(폴 머리스)은 아내 크리스티나(베라 클루조)의 재산을 쥐고 흔들며 그녀를 가학적으로 폭행하는가 하면, 학교 교사인 니콜(시몬 시뇨레)을 정부(情婦)로 두는 비인간적인 행태를 일삼는다. 폭력과 모욕을 견디다 못한 아내 크리스티나와 미셸에게 버림받은 니콜은 결국 정교한 살인 모의를 통해 미셸을 수면제로 살해하고, 시체를 기숙학교의 더러운 수영장 물탱크에 유기한다. 완전범죄로 끝난 줄 알았던 계획은 수영장의 물을 뺀 뒤에도 미셸의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기묘한 균열을 맞이한다. 이후 크리스티나의 주변에 죽은 미셸의 세탁된 양복이 배달되거나 그의 환영이 목격되는 등,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자아내는 숨 막히는 심리적 압박이 그녀의 약한 심장을 서서히 죄어오기 시작한다.

결말: 죽은 자의 귀환, 탐욕이 완성한 추악한 기만과 충격적 반전 (※ 스포일러 주의)

공포와 죄책감에 시달리던 크리스티나는 학교의 욕조에서 기어 나오는 미셸의 시체를 목격하고 극심한 쇼크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다. 그러나 그 순간, 욕조 속에서 죽은 줄 알았던 미셸이 눈을 부릅뜨고 멀쩡하게 걸어 나오고, 크리스티나를 도왔던 니콜이 방 안으로 들어와 그와 다정하게 포옹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심장이 약한 크리스티나의 재산을 통째로 가로채기 위해 남편 미셸과 정부 니콜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하게 설계하고 조작한 추악한 연극이자 사기극이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두 남녀가 성공의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은퇴한 사설 탐정 피셰가 이들의 범죄 정황을 모두 파악하고 방 안으로 들이닥치며 기만 가득했던 살인마들의 연극은 허망하게 파국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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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을 시샘하게 만든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저력, 벌거벗은 처참함을 남기는 플롯의 위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을 스릴러의 거장이라고 말하더라도 영화판에서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스릴러 영화라는 장르를 떠올리면 영화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히치콕 감독의 이름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직관적으로 스쳐 지나갈 정도이니, 어떤 사람이라도 그런 절대적인 수식어에 대해 토를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아니 아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깊숙이 감상하고 나면 히치콕 감독의 명성에 충분히 버금가는 또 다른 스릴러의 거장이 유럽 프랑스 땅에서 열심히 날카로운 필름을 찍고 있었다는 서늘한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그 주인공이 바로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이다.

 

어쩌면 이 작품이야말로 현대 영화계에서 통용되는 "스포일러 주의"라는 개념의 위대한 시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력하게 든다. 사실 이 필름은 결말과 반전의 뼈대를 대놓고 알고 본다면 영화가 지닌 장르적 재미가 무참하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반감이라는 단어로 다 담지 못할 만큼, 만약 플롯의 진상을 다 간파한 상태에서 재생한다면 스릴러의 서스펜스가 거의 벌거벗은 수준의 처참함을 느끼게 해 줄 정도로 결말이 자아내는 장르적 충격과 위력이 너무나도 세다. 중반 이후 어느 정도 결말의 조각들이 예칭 가능하게 흘러가긴 하지만, 그럼에도 대놓고 결말을 스포일러 당한 채 관람한다면 그저 그런 뻔한 고전 영화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그러한 장르적 특성을 누구보다 명민하게 꿰뚫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 영화의 연출자인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은 영화가 완전히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화면에 대놓고 이색적인 경고 문구를 인쇄해 두었다. 극장에서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으면 주변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도 좋지만, 절대로 결말만큼은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당부가 스크린에 등장한다. 그동안 수많은 시네마의 궤적을 추적해 왔지만 대놓고 관객을 향해 이러한 규칙을 언급한 영화는 이게 처음이었으며, 작품의 제작년도가 무려 1955년 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영화 역사상 스포일러에 대한 언급을 대놓고 공식화한 최초의 필름이지 않을까 싶다.

히치콕이라는 거대한 태양에 가려져 있던 프랑스의 또 다른 스릴러 거장 앙리 조르주 클루조가 완성한 사이코패스 심리 스릴러의 원형. 관객에게 결말을 함구해 달라는 역사상 최초의 '스포일러 금지' 텍스트를 엔딩 직전에 박제할 만큼 플롯의 위력이 무시무시하며, 음산한 기숙학교의 공기와 추악한 기만의 서사를 촘촘한 아날로그 흑백 미장센으로 조각해 낸 영원불멸의 고전 마스터피스.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관객분들께 비겁하게 굴지 마십시오. 친구들의 재미를 망치지 않도록 영화의 결말을 절대 말하지 마세요"라는 거장의 서늘하고 정중한 경고문 문구를 끝으로 디스크 플레이어의 무거운 회전을 마감했다. 이번 상영은 현대 스릴러 문법의 원형을 탐구하고 히치콕을 시샘하게 만든 유럽 고전 서스펜스의 정수를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 라이브러리에서 소중히 꺼내 든 《디아볼릭》 크라이테리온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 블루레이 에디션 기록물이다. 시네필들의 종착역이라 불리는 크라이테리온의 시그니처인 투명 킵케이스 전면에는 탁한 욕조 물속에서 무언가를 누르고 있는 붉은 손의 강렬한 일러스트와 물결에 일렁이는 듯한 타이포그래피가 장식되어 물리 매체 컬렉터의 소장 가치를 단단히 증명한다. 케이스를 열면 나타나는 내부 양면 프린팅(Inner print)은 일렁이는 수면 옆에 놓인 무거운 짐가방(Trunk)과 두 인물의 실루엣을 음산하게 그려내 섬뜩한 상상을 자극하며, 디스크 표면의 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 듯한 남자의 실루엣 디자인과 일체감을 이루며 완벽한 패키지 디자인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Unboxing] 디아볼릭 (Diabolique, 1955)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디아볼릭 (Diabolique, 1955) -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히치콕마저 질투했던 서스펜스의 마스터클래스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조차 판권을 탐냈으나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는 일화로 유명한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심리 스릴러 걸작, 블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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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디지털 복원된 1080p Full HD 해상도의 1.33:1 흑백 화면은 음영의 대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낡은 기숙학교의 음산한 텍스처를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실연해 내며, 프랑스 언컴프레시드 모노(French Uncompressed Monaural) 사운드 트랙은 삐걱거리는 바닥 소리와 적막 속에서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 등 영화 특유의 숨 막히는 오디오 디자인을 완벽하게 출력해 안방극장의 공기를 서늘하게 장악한다. 동봉된 전용 소책자(Booklet) 내부에는 테렌스 래퍼티(Terence Rafferty)의 깊이 있는 에세이와 흑백 스틸컷들이 정성스럽게 수록되어 있으며, 중간에 삽입된 부릅뜬 두 눈동자의 강렬한 클로즈업 샷은 페이지를 넘기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게 만들 정도의 시각적 아우라를 선사한다. 1955년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비웃듯 현대 스릴러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촘촘한 각본과 연출의 저력을 리스펙트하며, 이 위대한 물리 매체 파편은 예정대로 [먼지 쌓인 영사기] 카테고리 랙에 거룩하게 수감한다. 라이브러리 안에서 스포일러 주의라는 규칙을 최초로 발명해 낸 장르의 원형이자, 물방울 소리조차 두려워지는 고전 서스펜스의 교과서로서 영원히 보존해 둘 것이다. 추악한 기만의 서사가 남긴 소름 끼치는 잔상과 크라이테리온 패키지가 주는 풍요로운 포만감을 삼키며, 깊은 밤의 영사를 묵직하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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