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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예고편, 시놉시스, 심지어 전작에 대한 기억마저 싹 비우고 백지상태로 영화를 볼 때 상상 이상의 쾌감을 얻기도 한다. 릭 로먼 워 감독의 《엔젤 해즈 폴른 (2019)》이 딱 그런 경우다. 복잡한 메시지나 철학적 고뇌 따위는 잠시 접어두고, 오직 다 때려 부수고 터뜨리는 원초적인 파괴력에 몸을 맡기다 보면 "와, 이거 엄청 재밌네!"라는 탄성이 절로 튀어나온다. 멀티플렉스 상업 액션물이 갖춰야 할 미덕을 아주 훌륭하게 꽉 채운 팝콘 무비다.

 

폭발 씬 성애자가 빚어낸 화끈한 파괴의 미학

영화를 보며 가장 강렬하게 드는 생각은 단 하나다. "감독이 필시 폭발 장면 성애자이거나 이 분야의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초반부 평화로운 호숫가를 순식간에 지옥으로 뒤바꿔버리는 대규모 드론 폭격 씬부터가 압권이다.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은 드론 떼가 목표물을 향해 무자비하게 꽂히며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시퀀스는, 액션 팬들의 아드레날린을 단숨에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이후로도 숲속 부비트랩 폭발, 도심 총격전, 병원 폭파까지 그야말로 스크린 전체를 화약고로 만들어버리는 화끈한 연출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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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경호원과 든든한(?) 아버지의 콤비 플레이

'폴른' 시리즈의 3편 격인 이 작품은, 전작들에서 꿋꿋하게 대통령을 지켜내던 무적의 경호원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을 하루아침에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의 주범으로 전락시킨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동료들과 FBI에게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된 배닝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진짜 배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산속에 은둔해 살던 기인 같은 아버지 클레이 배닝(닉 놀테)과의 재회다. 부자간의 삐걱거리는 티키타카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도망자 서사에 적절한 유머를 불어넣고, 급기야 아버지가 숲속에 설치해 둔 무시무시한 폭약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장면에서는 화끈함이 배가 된다.

 

생각할 필요 없이 즐기는 팝콘 액션의 정석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진짜 흑막을 찾아내어 응징한다는 서사 자체는 클리셰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뻔한 길을 아주 시원하고 속도감 있게 질주한다. 굳이 머리 아프게 논리적 개연성을 따지거나 인물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그저 제라드 버틀러가 총을 쏘고, 구르고, 무언가가 성대하게 폭발하는 스펙터클을 팝콘과 함께 즐기면 그만이다.


 

"어떤 영화인지 아무런 정보 없이 봐서 그런가 엄청 재미있네. 감독이 폭발 장면 성애자거나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복잡한 셈법 없이 오직 장르적 쾌감에만 충실한 이 우직함이야말로, 우리가 주말 저녁 멀티플렉스 상영관(혹은 거실 소파)에서 기대하는 가장 순수한 재미가 아닐까.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꺼내보기 좋은, 아주 훌륭하고 시원한 폭파 쇼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이토록 무자비하게 터뜨리고 부수는 영화라면 디스크 매체의 진가가 200% 발휘된다. 초반부 드론 폭격 씬에서 사방을 찢어놓는 듯한 비행음과 우퍼를 사정없이 울려대는 폭발음은 무손실 사운드트랙이 수록된 물리 매체를 통해서만 온전히 체감할 수 있다. 거실을 순식간에 화약 냄새 진동하는 전장으로 탈바꿈시켜 줄 이 화끈한 오디오 레퍼런스 타이틀은 [물리매체(블루레이)] 카테고리에 묵직하게 기록해 둘 만하다.

[Unboxing] 엔젤 해즈 폴른 (Angel Has Fallen, 2019) - 아라미디어 풀슬립 500장 한정판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엔젤 해즈 폴른 (Angel Has Fallen, 2019) - 아라미디어 풀슬립 500장 한정판 블루레이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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