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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룬 SF 스릴러가 오직 철학적이고 무거울 필요는 없다. 기발한 상상력을 엔진 삼아 2시간 동안 관객의 멱살을 잡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2017)》는 잘 빠진 상업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몰입감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1인 7역의 스펙터클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쫄깃한 전개

인구 과잉으로 인해 '1가구 1자녀' 산아제한법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미래 사회. 일곱 쌍둥이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각자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만 외출하며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신분을 공유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흥미를 유발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8할은 누미 라파스의 미친 '1인 7역' 하드캐리에 빚을 지고 있다. 외모는 같지만 성격도, 스타일도, 특기도 모두 다른 일곱 자매를 완벽하게 분리해 내는 그녀의 연기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꽉 채운다. 평온했던 자매들의 일상이 '먼데이(월요일)'의 실종과 함께 박살 나고, 곧바로 이어지는 아동보호국(C.A.B.) 요원들과의 처절한 생존 게임은 런타임 내내 시계를 쳐다볼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숨 막히게 흥미진진하다.

 

완벽한 비호감 빌런들이 완성한 짜릿한 카타르시스

이 영화가 오락 영화로서 훌륭한 타격감을 가지는 이유는 악역들의 얄미운 캐릭터 구축 덕분이다. 산아제한법의 창시자인 니콜렛 케이먼(글렌 클로즈)의 위선적인 뻔뻔함이나, 피도 눈물도 없이 자매들을 사냥하는 아동보호국 요원들의 무자비함은 보는 내내 분노를 자아낼 만큼 완벽하게 '비호감'이다.

 

빌런들이 철저하게 악독하고 비인간적으로 그려진 덕분에, 일곱 자매들이 이들을 상대로 속임수를 쓰고 물리적인 타격을 입힐 때 터져 나오는 통쾌함은 배가된다. 캐릭터를 얄밉고 확실하게 살려낸 감독의 영리한 연출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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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소재를 다 담아내기엔 다소 힘이 빠진 결말 (※ 스포일러 주의)

하지만 엔진을 과열시키며 달려온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의 한계를 드러내며 삐걱거린다. 실종되었던 '먼데이'가 사실은 임신한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케이먼과 결탁하여 자매들을 배신했다는 반전은 꽤 충격적이다. 아동보호국에 끌려간 아이들이 냉동 수면 상태가 아니라, 사실은 끔찍하게 소각되고 있었다는 잔혹한 진실 역시 디스토피아의 비극을 극대화한다.

 

문제는 이 거대한 진실이 폭로되고 시스템이 붕괴하는 결말부가 앞선 쫄깃한 추격전에 비해 너무 쉽고 허무하게 정리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용두사미'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선사한 2시간의 압도적인 오락적 쾌감을 깎아내릴 정도는 아니다. 주말 저녁, 복잡한 생각 없이 팝콘을 씹으며 즐길 완벽한 스릴러를 찾는다면 이만한 선택지도 드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언제나 하나야."

 

결말의 엉성함을 너그럽게 눈감아줄 수 있을 만큼, 소재의 매력과 액션의 타격감이 압도적이다. 악당을 박살 내는 카타르시스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감. 멀티플렉스 스크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본분에 충실한 짜릿한 킬링타임 무비다.


★이전 감상문 보기: [기분 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6] 낭만으로 위장된 시궁창, 그 속에서 광기로 빛나는 게리 올드만: 《시드와 낸시 (1986)》 No. 22 :: 4K 개봉기 아카이브

 

[기분 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6] 낭만으로 위장된 시궁창, 그 속에서 광기로 빛나는 게리 올드만:

감독: 알렉스 콕스 (Alex Cox)출연: 게리 올드만, 클로이 웹개봉 연도: 1986년 [The Opening Call]"내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날 죽여도 좋아." [The Scene] 어둡고 더러운 뒷골목, 두 연인이 부둥켜안고 딥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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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감상문 보기: [크레딧이 올라가도 #5] 스크린에 갇혀버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짙은 그림자: 《백야행 (2009)》 No. 25 :: 4K 개봉기 아카이브

 

[크레딧이 올라가도 #5] 스크린에 갇혀버린 히가시노 게이고의 짙은 그림자: 《백야행 (2009)》 No.

어떤 영화는 크레딧이 올라갈 때 짙은 여운을 남기지만, 어떤 영화는 풀리지 않는 묘한 갈증과 물음표를 남긴다. 손예진과 고수 주연의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2009)》는 완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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