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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 그것도 4편까지 이어진 프랜차이즈가 마주하는 가장 큰 위기는 바로 '사골' 논란이다. 아는 맛이 무섭다지만, 반복되는 패턴은 자칫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술 감독 출신인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범죄도시 4》는, 이 아슬아슬한 매너리즘의 위기를 마석도의 핵주먹만큼이나 호쾌하고 영리하게 돌파해 낸다.

시리즈 뉴비도 단숨에 사로잡은 진입장벽 제로의 쾌감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방대한 세계관이나 이전 시리즈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전혀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편부터 3편까지 단 한 편도 보지 않은 관객이 4편부터 뜬금없이 극장에 앉아도 이야기를 따라가고 액션을 즐기는 데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나쁜 놈은 잡아야 하고, 마석도의 주먹은 절대적으로 강하다'는 이 명료하고 본능적인 대전제 하나만으로, 시리즈의 '뉴비'들마저 "이 프랜차이즈가 원래 이렇게 재밌었어?"라며 단숨에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을 자랑한다.

사이버 범죄와 특수부대 빌런의 핏빛 사투 (※ 줄거리 및 결말 스포일러)

이번 4편은 필리핀을 거점으로 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과 배달 앱을 이용한 마약 판매 사건을 추적한다.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는 기존의 주먹구구식 조폭들과는 달리,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날렵하고 잔혹한 단검 액션으로 마석도의 숨통을 조여온다. 이에 마석도는 사이버수사대와 함께 작전을 펼치며, 이전 시리즈의 감초였던 장이수(박지환)를 히든카드로 다시 끌어들여 특유의 티키타카 코미디를 폭발시킨다.

 

영화의 백미는 역시나 결말부의 액션이다. 동업자 장동철(이동휘)을 배신하고 돈을 빼돌려 밀항하려던 백창기는 비행기 일등석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마석도와 마주친다. 좁은 기내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백창기의 살기와, 이를 묵직한 복싱 스킬로 뚫고 들어가는 마석도의 육탄전은 엄청난 타격감을 선사한다. 결국 마석도의 시그니처 펀치에 백창기가 쓰러지고, 팀원들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시원하게 사건을 마무리하는 범죄도시 특유의 사이다 결말로 통쾌한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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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함과 통쾌함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성공

감독은 기존 팬들이 기대하는 '아는 맛'과 새로운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신선함' 사이에서 기가 막힌 타협점을 찾아냈다.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과 장이수의 유머라는 프랜차이즈의 강력한 무기는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기존 팬들을 든든하게 만족시킨다. 동시에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차별화된 빌런의 액션 스타일과 사이버 범죄라는 소재를 더해 뻔해질 수 있는 플롯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사골을 끓이다 못해 냄비가 탈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을, 영리한 연출로 시원하게 깨부순 것이다.


 

"감독이 상당히 똑똑한 것 같다. 사골에 사골을 우려서 이제는 뻔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제대로 깨부순다. 기존 팬들은 적당한 타협을 지켜가며 만족시켜 주고, 나처럼 1~3편을 안 본 뉴비들은 '그냥 이 시리즈가 이렇게 볼만했어?'라는 걸 느끼게 정말 잘 만든 듯하다."

 

복잡한 뇌세포는 잠시 꺼두고 멀티플렉스 좌석에 기대어 팝콘을 씹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지는 없다. 대중 상업 영화가 지녀야 할 본분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영리하게 진화하고 있는 이 무서운 프랜차이즈의 다음 펀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극장 스피커가 찢어질 듯 울리던 마석도의 묵직한 펀치 사운드와, 백창기의 단검이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효과음은 훌륭한 홈시어터 환경에서 감상할 때 그 카타르시스가 배가 된다.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꾸준히 고품질의 풀슬립 및 스틸북 패키지로 출시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인 만큼, 이전 넘버링을 소장하지 않은 '시리즈 뉴비'라 할지라도 이 쾌감 넘치는 타격감을 위해 4K 블루레이 소장을 고려해 볼 가치가 충분한 훌륭한 오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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