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연출하고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광란자》는 80년대 뉴욕 지하 세계의 음습한 서브컬처와 잔혹한 연쇄 살인을 결합한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문제작이다. 시스템을 수호하기 위해 침투한 형사가 범죄와 악의 심연에 침식당하며 자기 안의 또 다른 본능을 눈뜨게 되는 과정은 단순한 추적극을 넘어 지독한 자아 붕괴의 잔혹극으로 이어진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퇴폐적이고 위험천만한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이 선과 악의 경계를 상실하고 스스로 괴물로 탈바꿈해 가는 서늘한 서스펜스는 아카이브의 한 자리를 강렬한 피칠갑의 미학으로 채운다.

줄거리: 어둠의 지하 세계로 침투한 젊은 형사와 연쇄 살인의 그림자
뉴욕의 첼시 지역을 중심으로 동성애자들을 노린 기괴하고 잔혹한 연쇄 토막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희생자들의 외모가 모두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한 경찰은 그들과 신체적 조건이 흡사한 젊은 신참 형사 스티브 번스(알 파치노)에게 비밀 잠입 수사를 명령한다. 진급이라는 야망과 임무 완수의 의지를 품은 스티브는 정체를 숨긴 채 가죽 자켓과 청바지 차림으로 밤마다 뉴욕의 음습한 S&M 게이 클럽과 어두운 공원을 전전한다. 그러나 범인의 윤곽을 잡기도 전에, 클럽 특유의 퇴폐적이고 억압된 에너지와 위험천만한 어둠은 스티브의 정신과 일상을 조용히 갉아먹기 시작한다.

결말: 모호해진 범인의 정체, 그리고 스크린 너머로 이어진 괴물의 탄생 (※ 스포일러 주의)
스티브는 끈질긴 추적 끝에 강력한 유력 용의자인 스튜어트 리차즈를 체포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가 진범인지에 대한 확증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수사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잠입 수사 동안 스티브의 자아는 이미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스티브가 여자친구 앞에서 면도를 하며 거울을 응시할 때, 스크린은 그가 잠입 시절 입었던 가죽 자켓을 입고 거울 속 자신을 서늘하게 바라보는 모습을 조명한다. 진범을 잡았다는 안도감 대신, 언더그라운드의 금기에 물들어 자기 내면의 거대한 욕망과 기괴한 본능을 깨워버린 스티브가 스스로 또 다른 '괴물'로 거듭났음을 암시하며 영화는 서늘한 마침표를 찍는다.

"숨겨진 또 다른 나를 찾게 해준 임무", 괴물이 되어버린 형사의 서늘한 주객전도
《광란자》가 선사하는 참혹한 장르적 타격감은 단지 화면에 흩뿌려지는 피와 잔혹한 수법 때문만은 아니다. 이 영화가 지닌 진짜 공포와 피칠갑의 미학은, 타락한 범죄의 현장을 통제하려던 권력의 대리인이 어떻게 범죄의 공기에 오염되어 자아를 상실해 가는가 하는 심리적 주객전도에 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혹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위장으로 시작했던 가죽 옷과 음지의 몸짓들은 어느덧 스티브라는 인물의 껍데기를 깨부수고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자아를 끌어낸다. 칠흑 같은 뉴욕 밤거리의 낯선 정서와 금기시된 욕망의 공간은 스티브에게 괴물들을 소탕해야 할 현장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던 기괴하고 야성적인 본능을 일깨워준 잔혹한 해방구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난 괴물이 된다"는 자조적인 명제처럼, 미로 같던 수사가 끝났을 때 정작 심연을 들여다보던 형사는 심연에 사로잡힌 새로운 포식자로 변모해 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정교한 텐션과 날카로운 프레임으로 자아의 완벽한 붕괴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관객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옥죄어온다.

80년대 뉴욕 지하 세계의 음습한 공기 속으로 파고든 하드보일드 스릴러. 범죄를 추적하던 선한 자아가 금기의 욕망에 침식당하며 스스로 또 다른 괴물로 눈뜨는 과정이 하드코어한 잔혹미와 함께 서늘하게 펼쳐진다.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오늘 밤의 상영은 영국 부티크 레이블의 자존심 애로우 비디오(Arrow Video)의 리마스터판 블루레이(Single Disc 1 BD-50)를 통해 구동되었다.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이 직접 검수하고 승인한 오리지널 카메라 네거티브 기반의 4K 스캔 복원판(1080p Full HD / 1.85:1 Aspect Ratio)은 80년대 뉴욕 밤거리의 거칠고 음습한 필름 질감과 칠흑 같은 어둠 속 명암비를 생생하게 살려낸다. LPCM 2.0 및 English 5.1 DTS-HD Master Audio 트랙이 뿜어내는 날것의 거친 사운드 스펙트럼은 클럽의 묵직한 베이스 음향과 어두운 뉴욕 거리의 서스펜스를 서재 가득 채운다.
[Unboxing] 광란자 (Cruising, 1980) - 애로우 비디오 블루레이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광란자 (Cruising, 1980) - 애로우 비디오 블루레이 개봉기
Overview: 윌리엄 프리드킨과 알 파치노가 파고든 금기의 언더그라운드개봉 당시 엄청난 논쟁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파격적인 스릴러,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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