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끝에 저지른 우발적인 살인을 숨기기 위해 하필이면 진짜 연쇄살인마의 시그니처를 복사해 버렸다. 한 동네라는 숨 막히는 울타리 안에서 진짜와 가짜, 두 명의 살인마가 서로의 목줄을 죄어가는 구도는 그 자체로 장르적 타격감이 확실한 파국을 약속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장르물이 가져야 할 날카로운 서스펜스는 간데없고, 스크린을 채우는 것은 길을 잃은 서사와 기괴한 신파의 늪이다. 웰메이드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시작한 추격전은, 엉성한 관계의 덫에 걸려 장르적 카타르시스 대신 불쾌한 찝찝함만을 남긴 채 피칠갑 진흙탕 속으로 침몰한다.

줄거리: 연쇄살인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 가짜 살인마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에서 여성만을 노리는 잔혹한 연쇄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범인은 동네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며 이웃들에게 친절한 청년으로 신뢰받는 효이(류덕환). 그는 내면에 깊은 광기를 숨긴 채 완벽한 범죄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같은 동네에 사는 추리소설가 지망생 경주(오만석)는 심각한 재정난과 집세 독촉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집주인을 살해하고 만다. 순간적인 패닉에 빠진 경주는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동네를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살인범의 범죄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여 시체를 유기하고, 이 선택은 동네 전체를 거대한 파국의 소용돌이로 몰고 간다.
결말: 장대비 속에서 무너진 악연의 종착지 (※ 스포일러 주의)
모방 범죄 시체를 발견한 진짜 살인마 효이는 단번에 그것이 자신의 범행이 아님을 직감하고 경주의 숨통을 조여온다. 진짜와 가짜가 한 동네에서 대치하는 구도 속에 경주의 오랜 친구이자 사건 담당 형사인 재신(이선균)의 수사망이 좁혀온다. 결국 세 사람 모두가 얽히는 피비린내 나는 사투가 벌어지는데, 영화는 뜬금없이 이들의 소년 시절 잔혹한 악연과 상처를 플래시백으로 소환한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아수라장 속에서 효이의 폭주와 경주의 절규가 뒤엉키며 피칠갑 소동극은 마침내 종착지에 다다르지만, 억지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연출의 무리수 속에 세 사람의 지독했던 굴레는 아무런 감흥도, 구원도 남기지 못한 채 처참한 파멸로 엔딩을 맞이한다.

집중력을 잃은 캐릭터 설정과 개쓰레기를 변호하는 서사의 위선
영화는 초반부 분명 강호순을 비롯한 실제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들의 행적과 컨셉을 명확하게 차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극은 마땅히 그 기괴한 심리와 연쇄살인의 메커니즘, 혹은 두 살인마 간의 정교한 두뇌 싸움에 집중했어야 옳다. 관객이 스크린을 보며 직관적으로 현실의 괴물을 떠올릴 만큼 명확한 베이스를 잡아놓고도, 영화는 중반 이후 갑자기 방향을 틀어 막장 일일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지독한 인연과 메인 캐릭터 둘 사이의 억지 관계 설정을 들이민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얽혀있다는 조잡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순간, 극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그 본질을 완전히 잃고 표류하기 시작한다.
이 서사적 붕괴는 결말부 장대비 시퀀스에서 최악의 형태로 폭발한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감정을 쥐어짜 내려는 효이의 흐느낌과 연기는 전혀 심금을 울리지 못하며, 도리어 보는 이에게 불성사나운 피로감만을 안긴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괴물에게 서사가 구태여 불쌍한 서사라는 면죄부를 쥐여주며 '개쓰레기를 불쌍한 쓰레기'로 포장하려는 태도는 장르적 불쾌감만을 배가시킨다. 악인에게 어설픈 신파의 서사를 부여하는 둔탁한 연출 탓에, 영화가 가졌던 최소한의 서스펜스는 완벽하게 증발해 버렸다.
"강호순 컨셉(및 다른 연쇄살인범)을 잡았으면 거기에 집중을 하는게 맞지 않나?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강호순이네 할 정돈데? 근데 무슨 막장 일일 드라마인가 메인 캐릭터 둘 사이의 관계 설정을 이렇게 만들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결말 장대비 속에서 전혀 심금을 울리지 않은 효이의 연기가 불성사나울 정도다. 개쓰레기를 불쌍한 쓰레기로 만들다니"
실제 연쇄살인마의 컨셉을 가져와 조잡한 막장 드라마의 신파로 낭비해 버린 뼈아픈 실책. 서사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장대비 속에서 불성사납게 바스러진 한국형 스릴러의 과유불급.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동네를 피비린내로 물들이던 두 살인마의 소동극이 끝나고,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억지 슬픔을 쥐어짜는 효이의 최후를 보며 플레이어를 닫았다. 매달 구독료가 아까워 의무적으로 플랫폼을 뒤적거리다 마주한 이 타이틀은, 연쇄살인마라는 묵직한 소재가 엉성한 신파적 인과관계와 만났을 때 감상을 얼마나 치명적으로 망쳐놓는지 새삼 깨닫게 만든다. '어쩌다 피칠갑'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작가(영화) 지망생과 진짜 살인마의 대치극은, 결국 악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기괴한 감정 과잉의 장벽에 가로막혀 장르 본연의 쾌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씁쓸한 아쉬움을 품은 채 노션(Notion)의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연다. 초반의 팽팽한 스릴러 문법을 비웃듯 후반부를 조잡한 관계 설정과 악인의 눈물로 채워버린 연출의 실책을 존중하여, 고민 없이 [어쩌다 피칠갑] 카테고리에 이 타이틀을 배치한다. 비고란에는 '실제 연쇄살인마의 컨셉을 대담하게 가져왔으나 막장 신파 드라마 같은 관계 설정으로 본질을 흐려버린 수작 미달의 스릴러. 장대비 속 쥐어짜는 연기는 심금을 울리기는커녕 불성사나우며, 악인을 불쌍하게 포장하려는 위선적인 서사 탓에 장르적 타격감이 완전히 휘발됐다'고 담백한 단상을 타이핑해 넣는다. 거대한 아카이브 랙에 양산형 플랫폼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외피만 번지르르한 파편 하나를 씁쓸하게 박제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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