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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무런 생각 없이 팝콘을 입에 쑤셔 넣으며 낄낄거릴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게임 오버 (Game Over, Man!, 2018)》는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 태어난 B급 R등급 코미디다. 고급 호텔을 점거한 테러리스트들에 맞서는 찌질한 하우스키퍼 3인방의 이야기는 대놓고 《다이하드》를 비틀고 조롱한다. 뇌를 완전히 비우고 본다면 특유의 타격감과 병맛 액션에 꽤나 만족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B급 코미디의 수위를 아득히 뛰어넘는 특유의 '불쾌함'은 관객에 따라 치명적인 함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뇌를 완벽하게 비우게 만드는 대환장 슬랩스틱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복잡한 서사나 개연성 따위는 개나 줘버렸다는 점이다. 주인공 3인방은 영웅과는 거리가 먼 극강의 찌질이들이며, 이들이 테러리스트들을 물리치는 방식 역시 다리미, 전자레인지 등 주변의 잡동사니를 활용한 기상천외하고 어설픈 슬랩스틱으로 채워져 있다. 논리를 따지지 않고 화면에서 벌어지는 막장 상황 그 자체에 몸을 맡기면, 생각보다 스피디한 전개와 빵 터지는 타격감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킬링타임 무비다.

웃음과 역겨움 사이, 수위 조절에 실패한 불쾌함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함정은 바로 과도한 '불쾌감'이다. 비슷한 류의 성인 코미디물(예컨대 세스 로건 사단의 영화들)이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며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면, 《게임 오버》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처럼 그 선을 박살 내고 질주한다. 쓸데없이 적나라한 신체 절단이나 유혈이 낭자하는 고어 씬, 그리고 불필요할 정도로 노골적이고 지저분한 화장실 유머와 성적 농담들은 헛웃음을 넘어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뇌를 빼고' 보는 것을 넘어 '비위'까지 강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꽤나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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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줄거리와 대환장 결말 (※ 스포일러)

LA의 고급 호텔 하우스키퍼로 일하는 알렉스, 대런, 조엘 3인방. 이들은 자신들이 구상한 비디오 게임 아이디어를 호텔의 VIP 투숙객에게 투자받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그러던 중 무장 테러리스트들이 호텔을 점거하고 투숙객들을 인질로 잡는 사태가 발생한다. 졸지에 테러 현장에 던져진 3인방은 투자자를 구하고 게임 개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모한 구출 작전을 시작한다.

 

온갖 지저분한 유머와 잔혹한 몸개그가 난무하는 사투 끝에, 3인방은 옥상에서 탈출하려던 테러리스트 보스 콘래드를 황당한 방식으로 물리친다. 그 과정에서 인질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결국 그토록 원하던 투자금을 얻어낸다. 영화의 마지막, 3인방이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게임 속 픽셀 캐릭터로 변신하여 적들을 쓸어버리는 유쾌한 병맛 엔딩으로 이 막장 코미디는 막을 내린다.


"뇌 빼고 보면 볼만함. 불쾌함 정도가 비슷한 다른 영화보다 크다는 게 함정이긴 함."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로서의 타격감은 확실하지만, 그 팝콘에 너무 독하고 매운 조미료를 들이부었다. B급 감성을 사랑하는 관객에게도 이 영화가 던지는 시각적, 심리적 불쾌함은 꽤나 소화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기에 만질 수 있는 피지컬 디스크(블루레이나 4K)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물리 매체 수집가로서 늘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선 넘는 막장 R등급 코미디가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마음껏 날뛸 수 있다는 점은 넷플릭스만의 독특한 순기능이기도 하다. 디스크 케이스를 랙에 꽂는 아날로그적인 쾌감은 없지만, 노션(Notion)에 구축해 둔 나만의 영화 데이터베이스 창을 연다. '스트리밍/B급 코미디' 섹션에 이 타이틀을 추가하고, 비고란에

'뇌 비우기 최적화, 단 비위 강한 사람 한정'이라는 살벌한 경고문을 타이핑해 넣으며 나만의 디지털 아카이빙을 마친다.


★이전 감상문 보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21] 식재료는 넘치는데 메인 요리가 없다: 《드림캐쳐 (2003)》 No. 79 :: 4K 개봉기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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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인 영사기 #10] 15분으로 압축된 러브크래프트의 심연: 단편 《백우즈 (BACKWOODS, 2018)》 No.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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