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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이 정조해 낸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경이로운 대서사시는 수많은 관객에게 시네마틱 판타지를 향한 거대한 동경과 호감을 심어주었다. 그 거대하고 웅장한 세계관의 정취를 잊지 못해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판타지 영화를 탐색하던 이들에게, C.S. 루이스의 고전을 원작으로 한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단연 시선이 머무는 타이틀이었을 것이다. 이상하게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손이 가지 않았던 이들마저 나니아의 문은 기꺼이 두드리게 만들 만큼, 이 세계가 가진 이름값과 호기심의 무게는 꽤나 묵직했다. 하지만 거대한 자본을 들이부은 2편 《캐스피언 왕자》에 이르러, 이 시리즈는 누군가에게는 장르적 쾌감 대신 '돌이킬 수 없는 불일치'의 선언만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

줄거리: 1,300년의 세월을 건너뛴 나니아, 그리고 왕위 쟁탈전

현실 세계에서 겨우 1년의 시간을 보낸 페벤시가 네 남매(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는 마법의 힘에 이끌려 다시 나니아로 소환된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찬란했던 황금기가 아니라, 무려 1,3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황폐해진 낯선 대지였다. 나니아는 인간 종족인 '텔마린'족에게 정복당해 마법의 생물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진 채 숨어 살고 있었고, 텔마린의 잔혹한 섭정 미라즈 왕은 친아들이 태어나자 정당한 왕위 계승자인 조카 '캐스피언 왕자(벤 반스)'를 암살하려 든다. 숲으로 도망치던 캐스피언 왕자가 수잔의 뿔나팔을 불면서 네 남매와의 극적인 연합이 결성되고, 이들은 빼앗긴 나니아의 주권을 되찾고 미라즈의 폭정에 맞서기 위해 군대를 모아 거대한 전쟁의 서막을 연다.

결말: 아슬란의 신성한 개입과 현실로의 쓸쓸한 귀환 (※ 스포일러 주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네 남매와 캐스피언 왕자는 위기에 몰리지만, 나니아의 절대적 존재인 사자 아슬란이 마침내 귀환하고 강물의 정령 등 강력한 자연의 힘을 일깨우면서 텔마린 군대를 완전히 격퇴하는 데 성공한다. 캐스피언은 마침내 나니아의 정당한 왕위로 등극하여 인간과 나니아 생물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를 선언한다. 전쟁이 끝난 뒤, 페벤시 네 남매 앞에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나무 문이 열린다. 이때 아슬란은 첫째 피터와 셋째 수잔에게 "너희는 나니아에서 배울 만큼 배웠으니, 이제 다시는 나니아로 돌아올 수 없다"는 평생의 이별을 통보한다. 소년·소녀기의 판타지 세계와 영원히 작별하고 잔혹한 진짜 현실에서의 성장을 받아들인 채, 남매들이 다시 런던의 평범한 기차역으로 복귀하는 씁쓸한 엔딩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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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용'이라는 한계와 오글거림, 좁혀지지 않은 판타지의 간극

《반지의 제왕》이 보여준 그 묵직하고도 장엄한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사실 《나니아 연대기》 1편은 적잖은 실망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정조가 지나치게 유아틱하고 아동용 판타지 영화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인물들의 대사나 연출의 흐름에서 오는 특유의 '오글거리는 느낌'은 몰입을 방해하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오히려 보지도 않고 유아틱할 것이라 지레짐작했다가 막상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조만간 꼭 제대로 챙겨 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리한 빌드업과 비교하면, 《나니아 연대기》의 행보는 아쉽기 그지없다. 전편의 실망감을 안고 "2편은 그래도 블록버스터다운 스펙터클과 진중함이 더해졌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OTT 스트리밍 화면을 켰지만, 결과는 명확한 확인사살이었다. 세월의 흐름을 다루는 방식이나 전쟁의 묘사는 조금 더 거칠어졌을지언정, 태생적인 서사의 밀도와 유치한 연출 톤은 스크린 너머의 장르 매니아들을 온전히 설득하지 못한다. 결국 이번 2편을 통해 완벽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이 시리즈가 가진 판타지의 문법이 나와는 본질적으로 결코 맞지 않는 평행선이라는 서글픈 확신뿐이다.


 

아동용 판타지 영화 느낌. 이게 너무도 컸다. 오글거리는 느낌까지도 들었으니... 그래도 시리즈 2편인 이 영화는 어떨까 해서 보았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나랑 맞지 않는 판타지영화라는 것을...

 

장엄한 서사시의 환상을 좇아 도달한 나니아의 문. 그러나 유치함과 오글거림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이 세계가 나와 결코 맞지 않음을 차갑게 확인하는 순간.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아슬란의 장엄한 포효와 기차역으로 돌아온 네 남매의 모습을 끝으로 OTT 플랫폼의 스트리밍 재생을 종료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클릭했던 스트리밍 화면은, 역설적이게도 이 시리즈와 나의 장르적 궁합이 완전히 어긋나 있음을 증명하는 서글픈 확인서가 되었다. 《해리 포터》를 향한 나의 편견은 깨부수고 돌아보게 만들었으면서, 정작 더 기대했던 이 세계는 왜 이토록 유아적인 한계에 갇혀 오글거림을 선사하는가.

 

씁쓸함을 뒤로하고 노션(Notion)의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연다. 자본의 규모와 멀티플렉스 스펙터클의 겉껍데기만큼은 확실하기에 망설임 없이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카테고리에 할당한다. 비고란에는 'OTT로 감상한 시리즈의 두 번째 장. 반지의 제왕의 깊이를 기대했으나 여전히 아동용 판타지의 오글거리는 유치함을 탈피하지 못했다. 해리포터에 대한 편견은 깨부수고 정작 본인은 한계를 드러낸, 나와는 결코 맞지 않는 판타지 잔혹사'라고 솔직하고 크리에이티브한 단상을 타이핑해 넣는다. 나만의 데이터베이스 랙에 장르적 불일치의 명확한 마침표를 찍으며 오늘 밤의 상영 로그를 씁쓸하게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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