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블록버스터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하고도 파격적인 스케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10년간 쌓아 올린 세계관의 집대성이자, 전 세계 극장가를 숨 막히는 정적으로 몰아넣었던 압도적인 마스터피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다. 수많은 히어로가 얽히는 복잡한 서사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오직 단 하나의 맹목적인 목적을 향해 돌진하는 빌런의 서사를 이토록 묵직하게 그려낸 상업 영화는 흔치 않다.

줄거리: 우주의 절반을 향한 '타노스'의 성전(聖戰)
우주의 한정된 자원 속에서 생명체들이 공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무작위로 날려버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뒤틀린 신념을 가진 타이탄 '타노스(조슈 브롤린)'. 그는 우주를 통제할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진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으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우주 전역을 휩쓸기 시작한다. 이에 맞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어벤져스 멤버들과 와칸다의 전사들, 그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까지 힘을 합친다. 전 우주의 운명을 건, 그러나 압도적인 힘의 격차 앞에서 한없이 절망적인 최후의 방어선이 형성된다.

결말: 자연인이 된 악당과 먼지가 된 영웅들 (※ 스포일러 주의)
토르의 맹렬한 공격이 타노스의 가슴에 치명상을 입히며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타노스는 끝내 "머리를 노렸어야지"라는 말과 함께 인피니티 건틀릿을 낀 손가락을 튕기고 만다(핑거 스냅). 결국 타노스의 그토록 간절했던 '1/2 줄이기 운동'은 성공하고, 스파이더맨, 블랙 팬서, 닥터 스트레인지 등 수많은 히어로들을 포함한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허무하게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살아남은 영웅들이 망연자실한 가운데, 어디선가 외딴 행성에 통나무집을 짓고 '자연인'처럼 일출을 바라보며 평온하게 미소 짓는 타노스의 뒷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충격적인 막을 내린다.

당시 관객들의 충격과 '떡밥'의 방어막
이 영화를 뒤늦게 보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개봉 당시 극장에서 이 결말을 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눈앞에서 응원하던 영웅들이 재가 되어 바스러지는 모습은 뇌리에 강렬하게 남을 만큼 충격적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들이 '진짜로' 영원히 죽었다고 절망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동안 MCU가 숱한 단편 작품들을 통해 촘촘하게 뿌려놓은 '떡밥'과 후속작에 대한 정보들이 일종의 방어막으로 작용했을 테니까. 지금의 나처럼 순간적인 충격은 컸을지언정, 기어코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그 정적의 틈새를 메우고 있었을 것이다.

진지해서 더 무서운 '중2병' 권력자
결국 이 거대한 비극을 완성한 타노스라는 캐릭터는 대단히 흥미롭다. 입양한 딸 가모라를 잃고 눈물을 흘리는 의외의 '딸바보'이면서도, 자신의 철학이 우주를 구원할 유일한 길이라 굳게 믿으며 진지하게 중2병에 빠진 전우주적 악당. 가장 무서운 것은 신념 없는 악당이 아니라, 그릇된 신념을 진리라 믿으며 그것을 실행할 권력(힘)까지 갖춘 자다. 핑거 스냅 후 통나무집에서 안식을 취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중2병에 빠진 권력자가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 당시 이 영화의 결말을 봤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상당히 궁금해질 만큼 영화의 결말은 충격적이었다"
철학적인 척하는 악당의 핑거 스냅 한 번이 안겨준, 상업 영화 역사상 가장 압도적이고 성공적인 배드 엔딩.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덧붙이는 기록 우주의 절반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 충격적인 스펙터클과 핑거 스냅 직후의 그 무거운 정적은, 역시 블루레이 디스크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화질과 무손실 오디오로 감상할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타노스의 씁쓸한 표정 변화부터 와칸다 전투의 웅장한 스케일까지, 레퍼런스급 타이틀이 선사하는 시청각적 카타르시스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감상을 마친 디스크를 케이스에 조심스럽게 모셔둔다.
여운을 갈무리하며 늘 그렇듯 노션(Notion)의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띄운다.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카테고리에 이 거대한 마스터피스의 타이틀을 묵직하게 올리고, 비고란에는 '딸바보이자 철학적 중2병에 빠진 전우주적 권력자의 충격적인 자연인 엔딩, 4K 디스크로 맛보는 절망의 스케일'이라고 만족스럽게 타이핑한다. 극강의 화질로 맛본 이 찝찝한 결말을 서둘러 해소하기 위해, 랙에 나란히 꽂혀 대기 중인 다음 편 디스크를 꺼내 들 차례다.
[Unboxing]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Avengers: Infinity War, 2018) - 1-Disc 블루레이 에디션 (Blu-ray Edition)
Overview: 우주의 절반, 그리고 최후의 전투"운명은 피할 수 없는 법이지."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마블 스튜디오의 거대한 마스터피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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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의 유령들 #32] 뻔한 해피엔딩을 비틀어버린 신의 한 수: 《넥스트 (2007)》 No.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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