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은유나 골치 아픈 메시지는 잠시 내려놓고, 그저 뇌를 비운 채 2시간 동안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 영사기에 올리기 가장 완벽한 타이틀을 고르라면, 마이크 뉴웰 감독과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 사단이 빚어낸 2010년작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를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 원작 영화는 망한다는 할리우드의 해묵은 징크스를 가볍게 뛰어넘은, 아주 훌륭하고 모범적인 상업 블록버스터다.

줄거리: 누명을 쓴 왕자와 '시간의 단검'
빈민가 고아 출신이지만 왕에게 입양되어 페르시아의 세 번째 왕자가 된 '다스탄(제이크 질렌할)'. 그는 신성한 도시 알라무트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진 '시간의 단검'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국왕을 암살했다는 끔찍한 누명을 쓰고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다. 결국 다스탄은 단검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젬마 아터튼)'와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되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진짜 배후를 찾기 위한 험난한 모래바람 속으로 뛰어든다.
결말: 거대한 타임 루프가 선사하는 해피엔딩 (※ 스포일러 주의)
이 모든 끔찍한 음모의 배후는 국왕의 동생이자 다스탄이 믿고 따르던 숙부 '니잠(벤 킹슬리)'이었다. 니잠이 단검의 거대한 힘(시간의 모래)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 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되려 하자, 다스탄은 목숨을 걸고 모래시계를 완전히 개방해 버린다. 결국 시간은 알라무트를 침공하기 직전의 시점으로 완벽하게 되돌아간다. 미래의 참혹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다스탄은 즉시 니잠의 악행을 폭로해 가족을 구하고, 타미나 공주에게 단검을 돌려준다. 이전 타임라인의 기억은 없지만 다스탄에게 묘한 운명적 이끌림을 느끼는 타미나 공주의 미소와 함께, 영화는 가장 전형적이고도 깔끔한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할리우드식 중동 판타지의 매끄러운 시각화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거대한 사막의 모래바람과 이국적인 알라무트 성의 풍광을 스크린에 아낌없이 쏟아낸다. 철저하게 '할리우드식'으로 직조된 중동 판타지 서사 특유의 매끄러움이 돋보인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훌쩍훌쩍 뛰어넘는 제이크 질렌할의 날렵한 파쿠르 액션은 게임 원작의 정체성을 훌륭하게 계승했고, 타미나 공주 역을 맡은 젬마 아터튼의 고전적인 매력은 극의 화려함을 더한다. 시간의 단검을 눌러 모래시계를 작동시킬 때 주변의 사물들이 입자 형태로 역재생되는 CG 연출은 지금 다시 보아도 오락 영화로서의 시각적 쾌감을 100% 충족시켜 준다.

개연성과 유치함은 팝콘과 함께 씹어 삼키기
물론 이 영화에 묵직한 서사나 치밀한 개연성을 기대한다면 번지수를 단단히 잘못 찾은 것이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위기를 탈출하고, 만화적인 악당들이 등장하며, 결말에 이르러서는 '시간 되돌리기'라는 궁극의 치트키로 모든 갈등을 단숨에 리셋해 버린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유치함은 작품을 망치는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 원작 판타지 어드벤처가 지녀야 할 당연한 미덕에 가깝다. 팝콘 한 줌과 함께 개연성의 빈틈을 쿨하게 씹어 넘길 수 있다면, 이만큼 신나고 쾌적한 롤러코스터도 없다.

"개연성이나 유치함에 연연하지 않고 헐리우드식 중동 판타지 서사에 거부감이 없다면 킬링타임용으로 이만한 영화도 없을 듯."
영화를 보기 전 기대했던 정확히 그 맛을, 아주 화려하고 맛깔나게 요리해서 내어주는 훌륭한 팝콘 무비.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복잡한 생각 없이 2시간의 쾌락을 온전히 즐긴 후, 가벼운 마음으로 노션(Notion)의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연다. 상업 오락 영화의 본분에 가장 충실했던 작품인 만큼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카테고리에 《페르시아의 왕자》 타이틀을 기분 좋게 타이핑해 넣는다. 비고란에는 '개연성은 모래바람에 날려 보내고 즐기는 완벽한 킬링타임 액션'이라고 짤막하게 적어 둔다. 매번 심오하고 무거운 영화만 볼 수는 없는 법. 가끔은 이렇게 화려한 할리우드 자본의 맛을 데이터베이스에 채워 넣는 것도 영화 기록 생활의 쏠쏠한 활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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