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을 다룬 영화들은 대체로 주인공에게 범접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을 부여하기 마련이다. 하늘을 날거나, 도시 전체를 붕괴시키거나,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리 타마호리 감독의 2007년작 《넥스트》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에게 주어진 능력은 자신의 미래를 '딱 2분' 앞서 볼 수 있다는 것. 이 소박하고도 인간적인 제약 덕분에 영화는 여타 거대한 히어로물과는 다른,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줄거리: '딱 2분' 앞을 보는 마술사, 핵폭탄을 막아라
라스베이거스의 작은 무대에서 삼류 마술사 '프랭크 캐딜락'으로 위장해 살아가는 크리스 존슨(니콜라스 케이지). 그에게는 자신과 관련된 미래를 정확히 2분 앞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카지노에서 푼돈이나 벌며 조용히 살고 싶었던 그의 능력이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FBI 팀의 칼리 페리스 요원(줄리안 무어)이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LA에 핵폭탄을 밀반입하자,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크리스의 그 '2분'이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 작게는 LA, 크게는 미국 전체를 구해야 하는 거대한 상황 속에 내던져지지만, 그의 능력이 워낙 제한적이고 소박(?)하다 보니 오히려 이야기가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결말: 통수를 치는 기막힌 비틀기 (※ 스포일러 주의)
크리스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운명의 여인 리즈(제시카 비엘)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FBI와 손을 잡는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모든 총알을 피하고 적들을 제압하며, 마침내 나라를 구하고 사랑하는 여자까지 무사히 구출해 내는 완벽한 해피엔딩... 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판에 영화는 이 뻔한 결말을 기분 좋게 비틀어 버린다. 그 거대한 전투와 핵폭발은 모두 크리스가 리즈와 함께 모텔 침대에 누워 미리 내다본 '확장된 미래의 환영'이었던 것. 비극을 막기 위해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FBI에게 협력하러 떠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뻔한 결말도,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암울한 결말도 아닌 이 절묘한 선택은 꽤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스케일은 작아도 체감은 묵직한 오락성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언급했듯 설정의 참신함이다. 넘사벽의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실수도 하고 쫓기기도 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된다. 2분 앞의 총알 궤적을 미리 보고 피하거나, 2분 뒤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최적의 루트를 찾아내는 액션 시퀀스들은 굉장히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연출되었다. 거대한 스케일의 초자연적인 영화들에 비하면 무대가 좁아 보일지 몰라도, 관객이 느끼는 체감 텐션만큼은 멀티플렉스 오락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다.
영화를 심폐 소생한 결말의 매력
어쩌면 이 초대형 '아시발꿈(사실은 시뮬레이션)' 엔딩을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꽤나 강하게 갈렸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好)'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다. 이 생각지도 못한 막판 비틀기가 아니었다면, 그저 그런 뻔한 초능력 액션물로 기억에서 잊혔을지도 모른다. 이 결말 덕분에 영화에 대한 인상이 확 달라졌고, 평점 5점을 줄 것을 6점으로 올려주게 만들었다.

아마 사람들마다 이런 결말을 두고 호불호가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호가 더 많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영화의 결말이 이 영화를 살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분 좋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 어설픈 해피엔딩보다 백배는 더 매력적인, 영화를 온전히 살려낸 영리한 2분.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화면이 암전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묘한 허탈감보다는 "이거 괜찮은데?"라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비록 랙에 꽂아둘 물리 매체로 묵직하게 감상한 것은 아니지만, OTT 스트리밍으로 가볍게 재생했다가 기분 좋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이 쾌감은 꽤나 쏠쏠하다. 스마트TV의 리모컨을 내려놓으며, 늘 그렇듯 노션(Notion)을 열어 정성껏 구축해 둔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띄운다.
상업 영화로서의 기발한 텐션을 인정하며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카테고리에 《넥스트》의 타이틀을 채워 넣는다. 비고란에는 '5점짜리 오락 영화를 6점으로 끌어올린, 영화를 심폐 소생한 짜릿한 결말'이라고 타이핑한다. 물리 매체의 케이스를 닫는 손맛은 없더라도, 나만의 감상 로그에 또 하나의 매력적인 오락 영화가 기록되는 만족감만큼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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