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을 책임지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애청자였다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세기의 미스터리가 있다. 바로 195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생한 <Гибель тургруппы Дятлова (디아틀로프 고개 변사사건)>. 레니 할린 감독의 2013년작 《디아틀로프 (The Dyatlov Pass Incident)》는 바로 이 매력적이고 기괴한 실화 사건을 조미료 삼아,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 형식과 SF 호러를 과감하게 뒤섞어 놓은 흥미로운 B급 오락 영화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매력적인 '그' 실화 소재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누가 뭐래도 '소재' 그 자체다. 텐트 안에서 밖으로 찢고 나온 흔적, 속옷 차림으로 동사한 시신들, 방사능이 검출된 의류와 훼손된 신체 부위 등 서프라이즈에서 질리도록 보며 호기심을 키웠던 그 실제 미스터리가 영화의 도입부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실화가 주는 본연의 스산함과 음모론적 상상력이 결합되어, 초중반부 눈 덮인 산맥을 오르는 대학생들의 탐험 과정 자체만으로도 관객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상당하다.
멀미 나는 카메라 워킹을 상쇄하는 극강의 긴장감
솔직히 말해 페이크 다큐 특유의 덜덜 떨리는 핸드헬드 카메라 워킹은 개인적으로 정말 취향에 맞지 않았다. 어지럽고 정신없는 화면 때문에 불호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작품이 뿜어내는 '긴장감' 덕분이다. 고립된 설산이 주는 폐소공포증, 밤마다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철문까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소재와 맞물려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서스펜스 하나만큼은 제대로 칭찬해 줄 만하다.

미친 급발진과 타임루프의 결말 (※ 스포일러)
영화는 후반부 군사 벙커에 진입하면서부터 실화 미스터리에서 크리처물과 '필라델피아 실험(시간 여행)'이라는 B급 SF로 미친 듯이 급발진한다. 벙커 안에서 정체불명의 돌연변이 괴물들에게 쫓기던 생존자 홀리와 젠슨은 신비한 포탈(웜홀)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건이 발생했던 1959년 과거의 눈 덮인 산속이었다. 과거의 러시아 군인들에게 사살당한 뒤 벙커 안으로 끌려간 두 사람. 결국 포탈을 통과하는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끔찍하게 변이되고, 영화 내내 그토록 주인공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돌연변이 괴물'의 정체가 포탈을 타고 과거로 온 홀리와 젠슨 본인들이었음이 밝혀지는 소름 돋는 타임루프의 굴레로 영화는 끝이 난다. 황당하지만 한편으로는 감탄이 나오는 신박한 B급 상상력이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본 그 내용이다. 바로 <Гибель тургруппы Дятлова (디아틀로프 고개 변사사건)>인데 아마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건을 다룬 것을 본 적이 많을 것이다. 아무튼 페이크 다큐식 카메라 워킹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긴장감도 그렇고 혹했던 소재여서 영화 재미있게 봤다."
멀미를 유발하는 어지러운 앵글 속에서도 기어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실화의 힘. 그리고 상상도 못한 타임루프의 늪으로 관객을 던져버리는 화끈한 장르의 변주.
💿 디지털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때로는 엄청난 걸작이 아니더라도, 취향을 저격하는 독특한 소재와 B급의 쫄깃한 전개만으로도 뇌리에 강하게 남는 오락 영화들이 있다. 감상을 마치고 노션(Notion)에 구축해 둔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연다. 페이크 다큐 특유의 멀미 나는 화면 탓에 피지컬 미디어로 반복 재생할 엄두는 나지 않지만, 내가 본 영화의 발자취를 꼼꼼히 기록하는 이 공간에는 충분히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 '미스터리/SF 호러' 장르 탭을 설정하고, 한 줄 평 란에 '서프라이즈가 낳고 페이크 다큐가 기른 타임루프 크리처물'이라고 만족스럽게 타이핑하며 기록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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