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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영화 <The Seventh Grave (La settima tomba, 1965)>의 물리매체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보고 개인적으로 정리한 영화 제작과 관련된 비하인드 이야기입니다. 재미로 올리는 글이니 가볍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탈리아 고딕 호러의 숨겨진 희귀작, <일곱 개의 무덤 (The Seventh Grave, 1965)>. 이 영화는 오랫동안 장르 팬들 사이에서 '미스터리한 오브제'로 불렸습니다. 조악한 화질의 TV 녹화본으로만 떠돌던 이 영화가 최근 디지털 복원되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충격적인 제작 비화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영화 역사학자 파비오 멜렐리(Fabio Melelli)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이 영화의 기구한 운명과 감독의 어두운 과거를 정리해 봅니다.


'피니 클리프'는 누구인가?

영화의 오리지널 포스터

 

수십 년 동안 영화학자들은 크레딧에 적힌 감독 이름 '피니 클리프(Finney Cliff)'가 도대체 누구인지 추적해 왔습니다. 한때는 스파게티 웨스턴 감독 '조르지오 스테가니'의 가명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죠.

 

하지만 최근 밝혀진 진실은 달랐습니다. 이 가명 뒤에 숨어있던 인물은 바로 '가리발디 세라 카라치올로(Garibaldi Serra Caracciolo)'였습니다. 배우 출신이자 1940년대 '치네스(Cines)'의 더빙 감독으로 활동했던 그가 왜 굳이 영어식 가명을 써야만 했을까요?


살로 공화국의 그림자

영화 오프닝 크레딧 중 감독 이름 'Finney Cliff'

 

그가 가명을 쓴 이유는 단순한 상업적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인 파시즘이 얽혀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카라치올로는 나치 독일의 괴뢰 정권이었던 '이탈리아 사회공화국(RSI, 일명 살로 공화국)'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전후 그는 파시스트 부역자라는 낙인 때문에 사실상 '기록 말살형(Damnatio memoriae)'에 가까운 처우를 받았고, 본명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의 파시즘에 대한 신념은 맹목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딸 이름을 무솔리니(Il Duce)의 이름 '베니토'에서 따온 '베니타(Benita)'로 지었을 정도였으니까요.


5천만 리라와 발소라노 성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발소라노 성' 전경

 

이 영화는 제작비가 고작 5천만 리라에 불과한 초저예산 영화였습니다. 감독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딸 베니타를 스크립터로 고용했고, 로케이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탈리아 B급 영화의 성지라 불리는 '발소라노 성(Castle of Balsorano)'에서 대부분을 촬영했습니다.

 

비록 예산은 부족했지만, 1920년대 무성 영화 <고양이와 카나리아>를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연출로 독특한 고딕 호러 분위기를 완성해 냈습니다.


사교계의 아이콘이 된 배우

영화 속 '지아니 데이(Gianni Dei)'의 젊은 시절 모습

 

출연진 역시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운 단역 전문 배우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인물은 훗날 이탈리아 사교계(Jet set)의 아이콘이 되는 '지아니 데이(Gianni Dei)'입니다.

 

미타 메디치와 함께 60년대 청춘스타로 활약했던 그의 앳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로스트 미디어의 부활

영화 속 흑백 스틸컷

 

<일곱 개의 무덤>은 오랫동안 제대로 된 필름을 구하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수집가들이 애지중지하며(Jealously kept) 숨겨둔 탓에, 일반 관객은 배우들의 얼굴조차 식별하기 힘든 조악한 화질로만 접할 수 있었죠.

 

그렇기에 이번 디지털 복원판의 출시는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파시즘의 망령과 저예산의 한계 속에서 탄생한 기묘한 고딕 호러, 이제야 비로소 그 실체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아래의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일곱 번째 무덤 (The Seventh Grave, 1965) - Danza Macabra Vol. 1 (Disc 2)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일곱 번째 무덤 (The Seventh Grave, 1965) - Danza Macabra Vol. 1 (Disc 2)

👻 Overview: 유령처럼 떠돌던 전설의 귀환세버린 필름의 'Danza Macabra: Volume One' 박스셋, 그 두 번째 작품은 입니다. 가리발디 세라 카라치올로(Garibaldi Serra Caracciolo) 감독이 '피니 클리프(Finney Cl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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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에 대한 감상문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기분 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2] 일곱 번째 무덤 (The Seventh Grave, 1965) - 똥맛 된장인가, 된장맛 똥인가? 아니, 의외로 먹을만하다? :: 4K 개봉기 아카이브

 

[기분 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2] 일곱 번째 무덤 (The Seventh Grave, 1965) - 똥맛 된장인가, 된장맛 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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