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에선 불가능한 복수, 영화 속에선 가능하다.
· 정화의식처럼 느껴지는 처절한 응징극.
· 김지운이나 박찬욱 버전이 떠오른 한국형 리메이크 상상.
· 6점, 그럼에도 뭔가 남는 감정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한국판으로 나오면 어떨까? 김지운 감독 버전이나 혹은 박찬욱 감독 버전으로…” 『아가씨』 이후, 이 영화를 보고 또 한 번의 찝찝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묘하게도 속이 후련했다. 복수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감정. 물론 다소 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요즘 현실을 보면 이런 복수가 불가능한 게 더 화가 날 지경이다. 분노를 합법적으로 풀 수 없다는 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다.
주인공 제니가 하나하나 동네의 쓰레기들을 처단해나가는 장면은 잔혹하고 폭력적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남는 감정은 혐오가 아니라 정화에 가깝다. 현실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응징을 이 영화는 과감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찝찝한 동시에 통쾌한, 복잡한 감정이 스며드는 영화다.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소재를 우리나라 감독이 다뤘다면 어땠을까?” 김지운 감독이라면 『악마를 보았다』처럼 강렬하고 피비린내 나는 리벤지 스릴러가 될 것 같고, 박찬욱 감독이라면 『복수는 나의 것』 같은 냉철하고 세련된 미학으로 만들어냈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솔직히 연출이나 편집이 그렇게 정교하거나 세련되진 않아 보였기에 그런 상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게다가 요즘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 되는 범죄와 그에 대한 무력한 법적 판결들을 보면, 오히려 이런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심신미약, 조현병, 누가 보호받아야 하는지조차 헷갈리는 양형 기준들.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이 영화 속 판타지 복수가 현실보다 더 나은 감정 해소처가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면서도 슬프다.



참고로 이 영화는 1978년에 개봉된 『Day of the Woman』이라는 작품을 리메이크한 버전이다. 원제는 다르지만 한글 제목은 동일하게 붙어 있다.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1981년 재개봉 시 지금의 제목으로 다시 선보이며 컬트적으로 재평가받았다. 정식 발매가 안 된 이유도 있지만, 아무튼 이 작품을 아마존에서 구입한 내 선택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인 평점은 6점.
참고로 이 영화를 검색하면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 결말’, ‘리메이크’, ‘원작’, ‘여자 복수극’ 같은 키워드들이 뜬다. 결말은 명확하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하나하나 응징한 뒤 사라진다. 그 여운은 길다. 줄거리는 단순한 구조지만, 감정선이 극단적으로 격렬하다. 그리고 리메이크 자체도 원작을 뛰어넘었다기보다는 시대에 맞게 감정을 보강한 느낌이다. 한국적 감정에 빗대본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지금 우리 사회에 더 와닿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법은 날 지켜주지 못했지만, 내가 날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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