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과거의 추억이나 장르적 향수를 기대하고 꺼내든 영화가 도리어 거대한 재앙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조승우, 강혜정이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앞세운 2006년작 《도마뱀》이 내겐 딱 그런 작품이다. 결론부터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를 버텨내는 시간은 정말 힘들었다. 과격하게 표현해 '쓰레기 같은 영화'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이 작품은 나에게 한국 멜로/로맨스 장르 전체를 기피하게 만든 최악의 선입견을 심어주었다. 영사기에 먼지가 쌓여있을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유치함의 정점, 소재의 무게를 갉아먹는 돌발 판타지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장르의 일관성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점이다. 분명 애절한 멜로/로맨스 영화라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결말에 가서는 뜬금없이 판타지로 장르가 돌변한다. 그 유치함의 수준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라 실소가 터져 나온다. 영화가 다루고자 했던 소재(시한부 환자의 비극)가 가진 본연의 무게감을 이 유치천만한 연출과 장르 이탈이 심각하게 갉아먹고 만다. 슬픔을 강요하기 위해 억지로 얹어놓은 무리수가 도리어 몰입을 완전히 깨부순다.
눈물겨운 아역 연기와 납득 불가한 시나리오
초반부 극을 이끌어가는 아역들의 연기부터 장벽이었다. 아무리 어린아이들이라 어느 정도 감안하고 넘어가려 해도, 연기를 너무 못해서 초반부터 몰입이 덜컹거린다. 게다가 시나리오의 설정들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 천지다. 절에 들어가서 공부하겠다는 고등학생 아들의 황당한 선언과, 그걸 또 쿨하게 선뜻 허락하는 부모의 반응은 대체 무엇인가. 게다가 뜬금없이 터져 나오는 영어 실력 자랑 시퀀스까지 마주하고 나면 "대체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대본을 쓴 거지?"라는 의문만 머릿속을 맴돈다.

매력이 아니라 짜증을 유발하는 민폐 캐릭터들
성인이 된 후 등장인물들의 행동 양식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는다. 남주인공 차조강(조승우)이라는 인물이 어릴 적 잠깐 스친 친구 아리를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삶을 저당 잡힌 듯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감정선부터 공감대를 잃어버린다.
여주인공 아리(강혜정)라는 캐릭터는 한술 더 뜬다. 아무리 시한부라는 비극적인 설정을 깔고 있다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감추고 장난처럼 말을 툭툭 흘리며 진지한 소통을 회피하는 태도는 매력적인 미스터리녀가 아니라 그저 주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짜증 나는 인간형'일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결국 스스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눈에 콩깍지가 씌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던 사람도 결국은 지쳐서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다. 스크린 속 조강이 지치기 전에, 스크린 밖에서 지켜보는 내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졌다.
"솔직히 이 영화 때문에 우리나라 멜로/로맨스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웬만하면 해당 장르 영화는 피하고 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힘들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이고, 과격하게 말해 ‘쓰레기 같은 영화’였다. 멜로/로맨스 영화라 하더니 결말에 가선 판타지로 갑자기 장르가 바뀐다. 유치함이 거의 손에 꼽을 수준이다. 그 유치함이 영화가 가진 소재의 무게를 심각하게 갉아먹는다. 초반의 아역 연기? 애들이라 그렇다고 넘긴다 쳐도, 너무 못했다. 이해가 안 되는 설정도 계속 나온다. 절에 들어가 공부하겠다는 고등학생 아들, 그걸 선뜻 허락하는 부모, 갑자기 영어 실력 자랑까지... 대체 뭐지?
그리고 성인이 된 후.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차조강이라는 인물이 어릴 적 친구 아리를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상하고, 아리라는 캐릭터는 더하다. 아무리 시한부 설정이라지만, 계속해서 자신을 감추고, 장난처럼 말을 흘리면서 진지한 대화를 회피한다. 이게 매력으로 보이기엔 너무 짜증나는 지점이다. 현실에선 이런 성격의 사람은 결국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깍지 씌인 사람도 결국은 지친다. 보는 나도 지쳤다."
아련한 순애보의 탈을 쓴 채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유치함의 늪. 멜로 영화를 보다가 분노와 피로감만 가득 충전하고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물리 매체 수집가의 다행스러운 기록 천만다행으로 이 작품은 무턱대고 물리 매체로 구매하지 않고 OTT 스트리밍을 통해 감상했다. 만약 귀한 랙 공간 한 칸을 내어주고 한정판 블루레이로 소장했다가 이 유치천만한 알맹이를 마주했다면, 수집가로서 심각한 정신적 내상을 입었을 것이 자명하다. 디스크를 랙 구석에 처박는 수고 대신, OTT 플레이어 창을 조용히 끄는 것으로 내 지갑과 물리적 공간의 평화를 지켜냈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지친 마음을 추스르며 곧바로 노션(Notion)의 '본 영화 관리' 데이터베이스 창을 켠다. 평소라면 애정을 가득 담아 소장 여부를 체크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가차 없이 [먼지 쌓인 영사기] 카테고리를 때려 박고 한 줄 평 란에 짧고 굵게 적어 내린다. '내 멜로 세포를 전멸시킨 유치함과 짜증의 콜라보. OTT로 봐서 천만다행이지, 다시는 영사기 뚜껑을 열지 말 것.' 냉정한 마침표를 찍으며 오늘의 피로했던 영화 감상을 황급히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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