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함’ 하나로 자본주의의 광기를 드러낸 사이코패스.
· 크리스찬 베일의 미친 연기, 미리 본 다크 나이트.
· 끝내 밝혀지지 않는 결말, 오히려 불친절함이 매력.
· 현실과 환상 사이, 우리는 어디에 서 있을까.
아무튼 이 영화 보면서 설경구, 이성재의 『공공의 적 (2002)』이 떠올랐다. 특히 이성재 캐릭터가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만(크리스찬 베일)과 너무 닮았다. 직업적인 면, 사이코패스적인 성향까지 묘하게 겹쳐서 계속 생각났다. 오히려 이 영화를 먼저 봤다면 “공공의 적의 이성재는 베이트만이구만!” 했을지도 모르겠다.
크리스찬 베일은 이때부터 이미 ‘싹수가 노란’ 배우였다. 오버스러운 듯하면서도 미친 캐릭터의 불안한 내면을 현실감 있게 연기해냈다. 다크 나이트 이전에는 그를 잘 몰랐지만, 이 영화로 확신했다. 아, 이 사람은 크게 될 배우다.
명함 하나 때문에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이 영화는 열린 결말을 택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이렇게 끝납니다”라고 명확히 말해주길 원하는 편이다. 그게 덜 피곤하다. 결말을 관객에게 맡기는 방식은 솔직히 귀찮다. ‘결말 내기 힘들어서 그런 거 아냐?’ 싶기도 하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패트릭이 정말 살인을 했는지, 아니면 모든 게 상상인지는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 수첩에 그려진 그림이 증거라는 시각과, 전부 가공의 이미지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나는 둘 다 적당히 섞여 있다고 본다. 그게 더 충격적이고 씁쓸하다. 사회가 한 인간을 이렇게 만들었고, 그 인간은 스스로의 망상 속에 갇혀 살아간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면 그렇게까지 많은 피해자들이 생기는데 아무도 모를 수는 없다. 오히려 모두가 무관심하고, 겉으로만 관심을 갖는 현대사회의 병리 현상을 보여주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다. 모든 게 상상이었다면 더 무섭다. 이 모든 파괴가, 실제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그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잔혹하고, 불친절하며, 하지만 매우 인상적이다.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배우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보게 해 준 작품. 내 기준 별점 7점짜리, 강한 잔상을 남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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