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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프라이스 감독의 《듄: 드리프터》는 대작 SF의 명성에 무임승차하려는 뒤틀린 타이틀 전략과 달리, 조잡한 예산과 빈약한 상상력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서사적·시각적 재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우주 조난 생환기라는 고전적인 생존 스릴러의 문법을 차용하지만, 관객에게 선사하는 것은 SF 장르 특유의 경외감이 아닌 기만과 피로감뿐이다. 거대한 우주 미궁 속에서 감독이 던지는 질문들은 맥락 없이 표류하고, 스크린을 채우는 조잡한 프레임들은 컬렉터의 소중한 시간과 아카이브의 공간을 무참히 갉아먹는 산업 폐기물에 지나지 않는다.

줄거리: 예레보스 행성의 고독한 조난, 그리고 알 수 없는 생존기

인류의 운명을 건 거대한 우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투기 조종사인 애들러는 아군 함대와 함께 미지의 적들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다. 그러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애들러의 기체는 산소마저 희박하고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든 척박한 행성 '예레보스'에 불시착하고 만다. 동료는 치명상을 입은 채 신음하고, 파손된 기체 안에서 생존을 위한 자원은 시시각각 고갈되어 간다. 애들러는 오직 살아가야 한다는 본능 하나에 의지해 조난된 기체 밖으로 발을 내딛지만, 그를 맞이하는 것은 황량한 대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위협, 그리고 폐부를 찌르는 고독뿐이다. 영화는 낯선 행성 표류기라는 외피를 두른 채, 산소마저 희박한 극한의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한 인간의 처절한 생환기를 지루하게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결말: 회수되지 못한 설정의 파편들과 허망한 탈출 (※ 스포일러 주의)

애들러는 행성을 수색하던 중 자신들을 공격했던 외계 세력의 생존자와 마주치게 되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육탄전을 벌인 끝에 간신히 적을 제압한다. 그 과정에서 인류의 마지막 보루처럼 언급되는 '테라프라임'의 단서나 이 세계관을 관통하는 거대한 음모의 실체가 드러날 것처럼 서사가 요동치지만, 영화는 끝내 그 정체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는다. 심지어 우주 군인의 가슴팍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캐나다 국기'처럼 세계관의 몰입을 처참히 깨부수는 시각적 모순들만 스크린에 흩뿌려질 뿐이다. 결국 애들러는 적의 기체에서 부품을 수거해 자신의 우주선을 간신히 수리하고 예레보스 행성을 탈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영화가 남긴 수많은 맥락과 설정의 파편들은 단 하나도 회수되지 못한 채 허망하게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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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TV 특집보다 못한 기술적 재앙과 불통의 서사

《듄: 드리프터》를 끝까지 마주하고 난 뒤 밀려드는 감정은 도대체 이 영화가 어떤 의도로 기획되고 제작되었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깊은 답답함과 불편함이다. 거창한 우주 대서사시를 기대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이 영화의 모든 요소 중 가장 치명적이고 충격적인 대목은 단연 초반부의 우주 전투 장면이다. 내가 지금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화면이 장비의 결함이나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이 시각효과의 수준은 실로 참혹하다. 1970년대 브라운관을 채우던 TV용 스타워즈 특수 효과나 저예산 특촬물보다도 못한, 기술적으로 완벽히 퇴보한 조잡한 CG와 프레임의 연속은 실소조차 나오지 않게 만든다.

 

스펙터클이 거세된 자리에 남은 것은 황량한 캐나다의 어느 황무지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우주복 속에서 내뱉는 거칠고 투박한 숨소리뿐이다. 감독은 인물의 고독과 호흡을 공유하려 했을지 모르나, 관객에게는 그저 러닝타임을 때우기 위한 지루한 소음으로 다가올 뿐이다. 테라프라임이라는 거창한 명칭 뒤에 숨겨진 세계관의 실체는 무엇이며, 머나먼 미래의 우주 전사가 왜 가슴에 현대 지구의 캐나다 국기를 붙이고 돌아다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개연성조차 제공하지 않는 불친절함. 여러모로 시네필의 감상 메커니즘을 마비시키는, 아까운 2시간을 무참히 저당 잡힌 허망한 시간의 기록이다.

 

기술적 퇴보와 설정의 붕괴가 만들어낸 저예산 SF의 기만. 70년대 특촬물 수준의 우주전과 맥락 없는 캐나다 국기가 자아내는 실소 속에서, 소중한 러닝타임과 영혼을 무참히 갉아먹는 올해 최악의 지뢰작 중 하나.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디지털 아카이브의 파편을 서핑하다 낚인 타이틀이지만, 이토록 무참한 결과물 앞에서는 피지컬 디스크로 소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행 중 다행으로 다가올 뿐이다. 만약 이 타이틀이 묵직한 패키지와 화려한 아웃케이스를 두른 4K UHD나 블루레이 한정판으로 서재의 선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그 물리적 공간의 낭비만으로도 깊은 분노를 자아냈을 터다. 아무리 하이엔드 디스플레이와 정교한 하드웨어 시스템을 구동시킨들, 소스 자체가 품고 있는 70년대 TV용 특집보다 못한 기술적 재앙과 조잡한 데이터 비트 레이트 앞에서는 그 어떤 오디오 비주얼의 쾌감도 작동하지 않는다. 서사의 맥락도, 시각적 미학도 철저히 붕괴된 이 필름을 아카이브의 정식 랙에 올리는 것은 공간에 대한 모독이다. 미련 없이 [산업 폐기물 처리장]의 가장 깊숙한 암전 구역으로 밀어 넣으며, 오염된 시각의 잔상을 씻어내기 위한 셧다운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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