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마르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톰 하디가 다시 한번 에디 브록과 베놈의 콤비로 분한 《베놈: 라스트 댄스》는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SU) 실사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SF 히어로 액션 시네마다. 거대 스튜디오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심비오트 액션과 외계 생명체의 물량공세를 전면에 내세우며 멀티플렉스 극장가와 대형 OTT 플랫폼의 메인 화면을 전형적으로 장식하는 상업 블록버스터의 규격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독 실사 영화의 서사를 정교하게 매듭짓는 대신, 제작사의 다음 장사를 위한 디딤돌로 영화의 완성도를 희생시키며 시네필에게 짙은 어정쩡함과 아쉬움을 남기는 파편이다.

줄거리: 널의 침공과 제노페이지의 추격, 쫓기는 콤비의 마지막 도망극
지구상에 남은 심비오트의 창조주이자 우주의 절대적인 악인 '널(Knull)'이 깨어나며 영화는 시작된다. 감옥에 갇힌 널은 자신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 '코덱스'를 찾기 위해 무자비한 외계 사냥개 '제노페이지'들을 지구로 급파한다. 코덱스는 에디 브록(톰 하디)과 베놈이 서로의 생명을 살리는 과정에서 육체가 완벽하게 결합하며 생성된 기묘한 생체 에너지였다. 자신들이 결합해 있는 한 지구 전체가 파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군 당국의 추격과 제노페이지의 숨 막히는 사냥을 피해 에디와 베놈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향한 고독하고 대책 없는 로드무비 형태의 도망길에 오른다.

결말: 심비오트들의 난장판 결전, 그리고 희생이 남긴 떡밥 (※ 스포일러 주의)
추격대와 심비오트 연구 기지인 51구역에서 마침내 제노페이지 군단과 맞닥뜨린 에디와 베놈. 기지 내의 다른 심비오트들이 인간 숙주들과 결합해 대규모 난장판 전투를 벌이지만, 무한히 재생하는 제노페이지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베놈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에디와 분리되어 모든 제노페이지들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은 채, 기지 내의 산성 용액 분사 장치를 가동하며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비극적인 희생을 택한다. 홀로 살아남은 에디가 베놈과의 추억이 서린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3부작의 실사 서사는 종료된다. 이후 뒤따르는 두 개의 쿠키 영상은 파괴된 연구소 잔해에서 기어 나오는 바퀴벌레와 깨진 플라스크 속 심비오트 조각의 생존을 비추고, 최종 보스 '널'이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우주를 향해 침공을 선전포고하는 노골적인 공식 떡밥을 던지며 완전히 막을 내린다.

'널'이라는 거물급 빌런의 낭비, 빌럽 없는 이별이 준 어정쩡한 신파
이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 밀려오는 지독한 "어정쩡함"은 앞선 시리즈를 보지 않아서 생긴 오해가 아니라 제작사 소니 픽처스의 헐거운 각본과 과도한 상업적 욕심이 빚어낸 본질적인 결함 탓이다.
우선 원작 마블코믹스에서 타노스급 혹은 그 이상의 우주적 존재로 추앙받는 거물 빌런 '널'을 등장시켜 놓고 그를 다루는 소니의 태도는 무리수에 가깝다. 영화는 이런 대단한 빌런을 모셔놓고 걸맞은 빌드업이나 거대한 액션 시퀀스를 보여주는 대신, 내내 에디와 베놈의 로드무비와 신파에 집중하다가 널이 보낸 사냥개들과의 난장판 싸움으로 결말을 낸다. 톰 하디를 실사 영화에서 보내주어야 하는 계약 사정 속에서, 베놈 IP 자체는 계속 써먹기 위해 3편의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앞으로 '널'이라는 역대급 소스를 가지고 차기 애니메이션이나 크로스오버 영화를 계속 만들 테니 기대하라"는 식의 1회성 광고판이자 소모품으로 빌런을 낭비해 버린 꼴이다.
더욱이 전작 1, 2편을 건너뛰고 오직 이번 3편의 상영기만을 단독으로 마주한 상태이다 보니 장르적 감상 한계는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원래 《베놈》 시리즈는 잘 짜인 서사극이라기보다 에디 브록과 심비오트 베놈이 투닥거리며 정이 드는 '버디 무비(Buddy Movie)'의 성격으로 흥행해 온 프랜차이즈다. 1편의 육체 공유 공존 과정이나 2편의 부부싸움 같은 갈등 빌드업을 패스한 채 결론에 해당하는 '라스트 댄스(이별)'를 곧바로 맞닥뜨리다 보니, 극이 유도하는 신파나 희생 서사가 감정적으로 전혀 와닿지 않고 붕 뜬 채 어정쩡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안고 있다.
그간 <모비우스>나 <마담 웹> 등 소니가 판권을 쥐고 만든 마블 유니버스 영화들이 보여준 고질적인 연출 한계—각본의 개연성이 허술하고 결말을 흐지부지 맺는 악명—를 고스란히 반복한 파편이다. 엔딩 크레딧 이후 등장하는 2개의 쿠키 영상 역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무의미한 맥거핀이 아니라, 지구상에 살아남은 심비오트 조각(쿠키 2)과 널의 본격적인 침공(쿠키 1)을 노골적으로 선언하며 톰 하디의 실사 단독 3부작은 끝내되 프랜차이즈 명맥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업적인 계산에 밀려 단독 영화로서의 완결성을 포기한 껍데기만 거창한 피날레였다.

최종 보스 '널'을 차기작 장사를 위한 징검다리 떡밥으로 소모하며 단독 영화로서의 서사적 완결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아쉬운 피날레. 전작의 관계성 빌드업을 건너뛴 채 마주해야 하는 헐거운 플롯과 어색한 신파 탓에 시네필에게 짙은 허무함과 어정쩡함을 안겨주는, 전형적인 소니 마블 시네마의 규격을 따르는 멀티플렉스 상업 블록버스터.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외계 사냥개들을 집어삼킨 용액의 불길이 꺼지고 뉴욕의 하늘을 비추는 톰 하디의 쓸쓸한 눈빛을 끝으로 디스크 플레이어의 회전을 마감했다. 이번 상영은 거대 스튜디오가 인기 IP의 단독 3부작을 마감하면서 서사의 깊이보다 향후 세계관 확장과 크로스오버를 위한 비즈니스적 떡밥 투척에 얼마나 노골적으로 골몰할 수 있는지를 아프게 확인한 기록이다. 국내 프리미엄 블루레이 레이블인 위트 컬렉션(WeET Collection)에서 정식 발매한 한정판 패키지(WCC#30 Type-B)는, 비록 서사의 빈곤함에 입맛은 씁쓸할지언정 물리 매체 수집가로서의 소유욕만큼은 가장 완벽한 만족감으로 채워주는 역설적인 파편이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불똥과 베놈의 날카로운 송곳니, 붉은 혀가 입체적으로 교차하며 생동감을 주는 렌티큘러 오링케이스를 벗겨내면 붉은 화염과 심비오트 촉수 아트워크가 전후면을 압도하는 독점 스틸북 본체가 영롱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Unboxing] 베놈: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2024) - 위트 컬렉션 4K UHD 스틸북 한정판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베놈: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2024) - 위트 컬렉션 4K UHD 스틸북 한정판 개봉기
Overview: 에디 브록과 심비오트의 끈적하고 화려한 피날레톰 하디와 베놈의 끈끈한 공생, 그 마지막 여정을 장식하는 켈리 마르셀 감독의 4K UHD 블루레이 개봉기입니다. 국내 프리미엄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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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랙에 수감된 네이티브 4K UHD 디스크를 구동하는 순간 펼쳐지는 돌비 비전(Dolby Vision)과 HDR10의 색채감은 스크린의 화려함을 극대화하며, 온 방안을 휘감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사운드의 타격감은 멀티플렉스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로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위 스펙의 시청각적 포만감을 안겨준다. 본편의 아쉬운 여운은 2D 블루레이 디스크에 수록된 유쾌한 NG 장면(Venomous Laughs)이나 스턴트 연출 비하인드 등 알찬 스페셜 피쳐로 달랠 수 있으며, 패키지 내부에 동동된 6종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카드와 후면 스펙지에 박힌 고유 넘버링(662/750) 스티커는 이 헐거운 피날레 시네마에 컬렉션으로서의 긍지와 소장 가치를 기어코 덧입혀 준다.
비록 거물 빌런 '널'의 카리스마를 일회성 소모품으로 낭비하고 빌드업 없는 이별 신파로 극을 마무리한 용두사미의 한계는 선명할지언정, 대중적인 팝콘 무비로서 극장가와 미디어 시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오락적 외피만큼은 확실하기에 이 타이틀은 예정대로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카테고리 랙에 입주시킨다. 라이브러리 안에서 전작들의 촘촘한 관계성 없이 결론만 서둘러 매듭지으려 할 때 상업 시네마가 도달하게 되는 어정쩡한 완결성의 반면교사 파편이자, 복잡한 사색 없이 화려한 심비오트들의 난장판 액션 비주얼과 위트 컬렉션 에디션 특유의 묵직한 패키지 손맛만을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어 보게 될 피지컬 아카이브로 보존해 둘 것이다. 비즈니스적 계산 속에 희생된 서사의 아쉬움을 위로하는 프리미엄 스펙의 영롱한 질감을 음미하며, 깊은 밤의 재생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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