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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바라티에 감독이 연출하고 제라르 주노가 마음을 움직이는 참된 스승으로 분한 《코러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의 한 재활원을 배경으로 한 감동적인 음악·교육 시네마다. 거대 자본과 매끄러운 플롯을 바탕으로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뒤흔들며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은 웰메이드 상업 오락 영화이자, 대형 극장가와 OTT 플랫폼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가장 친숙하고 편안하게 소비할 수 있는 대중적인 규격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타이틀이다.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갈등 유발 대신 소년들의 청아한 천상의 목소리를 스크린 가득 채워 넣으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프렌치 휴먼 드라마다.

줄거리: '연못 바닥' 재활원에 울려 퍼진 참된 스승의 맑은 음률

1949년 프랑스의 외딴 시골,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처로 부모를 잃거나 거칠어진 아이들이 모여 있는 악명 높은 재활원 '연못 바닥(Fond de l'Etang)'. 이곳의 교장 라신은 오직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무자비한 체벌과 엄격한 규율만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며 삭막한 공기를 만든다. 이곳에 임시직 음악 교사로 부임한 마띠외(마티유)(제라르 주노)는 실패한 작곡가이지만, 아이들의 거친 반항 이면에 숨겨진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가장 먼저 알아챈다. 마띠외(마티유)는 체벌 대신 자신이 직접 작곡한 악보를 나누어주며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하고, 특히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모랑쥬(장 바티스트 마우니에)의 천재적인 목소리를 발굴하여 합창단을 결성하면서 재활원에는 기적 같은 변화의 서사가 싹트기 시작한다.

결말: 교문을 가로지르는 종이비행기, 하늘로 날아오른 천상의 노래 (※ 스포일러 주의)

노래를 통해 아이들의 성품은 온화해지고 재활원에는 전례 없는 활기가 감돌지만, 교장의 지독한 시기와 탐욕은 멈추지 않는다. 결국 후원자의 방문 행사에서 아이들의 합창이 큰 찬사를 받았음에도, 교장은 화재 사건의 책임을 마띠외에게 뒤집어씌워 그를 부당하게 해고한다. 교장의 엄격한 통제 탓에 아이들은 마띠외의 마지막 퇴근길에 작별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게 격리된다. 그러나 마띠외가 터덜터덜 교문을 나서는 순간, 창문 너머로 아이들이 직접 쓴 감사의 편지가 담긴 수십 개의 종이비행기가 하늘을 수놓으며 그를 향해 날아온다. 그리고 교정 가득 울려 퍼지는 소년들의 청아한 합창 소리를 들으며 마띠외는 눈물을 흘린다. 세월이 흘러 세계적인 지휘자가 된 모랑쥬가 마띠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스승의 은혜를 추억하는 액자식 구조의 연출을 끝으로, 무결점의 감동은 마침표를 찍는다.

격정적인 파고 없는 영리한 연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아날로그적 온기

교육자와 제자 간의 교감을 다룬 스크린 위의 수많은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이 필름이 지닌 가장 차별화된 미덕은 극의 전개 과정에서 관객의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기 위해 요동치거나 휘몰아치는 과도한 극적 장치가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장르적인 자극이나 억지 신파 없이 시종일관 담백하게 흘러가는 특유의 잔잔함 덕분에 감상하는 내내 마음이 한없이 편해지는 웰메이드 시네마다.

 

대개 이러한 서사는 극적인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해 중간에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비극을 배치하거나, 인물 간의 파괴적인 갈등을 폭발시키며 관객을 피로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교장의 가혹한 억압이라는 배경 속에서도 마띠외 선생과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교감해 나가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과정들을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묵묵히 쌓아 올린다.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는 대신 천사 같은 소년 합창단의 하모니가 서사의 빈 공간을 유기적으로 채워 나가는데, 이러한 절제된 연출 기조가 자아내는 잔잔함이 오히려 엔딩에 이르러 관객의 가슴을 더 깊고 강렬하게 울리는 진짜 감동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기교 대신 순수한 멜로디의 힘만으로 대중적인 장르 오락 영화의 규격을 가장 품격 있게 완성해 낸 감동적인 파편이다.

자극적인 극적 파고나 인위적인 신파 없이, 소년들의 순수한 하모니와 스승의 따스한 시선만으로 스크린 가득 정서적 안정을 선사하는 음악 휴먼 드라마.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는 주류 영화들의 문법을 거부하고, 묵묵하게 흘러가는 잔잔한 호흡을 통해 오히려 가장 대중적이고 묵직한 감동의 울림을 증명해 낸 웰메이드 멀티플렉스 시네마.

● 영화 기록가의 덧붙이는 로그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던 종이비행기들의 궤적과 교문에 울려 퍼지던 청아한 소년들의 선율이 걷히고 거실의 TV 화면을 조용히 정지했다. 이번 상영은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오직 음악이 지닌 순수한 치유의 힘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온기를 되찾기 위해 OTT 스트리밍 피드에서 선택해 든 정겨운 아카이브다. 안방의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프랑스의 한적한 풍광과 디지털 소스의 깔끔한 음향 규격은, 소년 전창단이 자아내는 목소리의 텍스처를 안방극장에 가장 무결점의 상태로 투사하며 감상하는 이의 지친 영혼을 담백하게 어루만져 준다.

 

극적인 굴곡이나 억지 갈등으로 관객의 멘탈을 흔드는 대신, 잔잔하게 흐르는 음률의 힘만으로 시네필의 마음을 이토록 무장해제 시키는 주류 상업 오락 영화의 미덕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대중적인 감동의 표준을 가장 품격 있게 완수한 작품의 가치를 높이 사며, 이 타이틀은 예정대로 [멀티플렉스의 유령들] 카테고리 랙에 아주 매끄럽게 안착시킨다. 라이브러리 안에서 자극적인 서사에 지쳤을 때 언제든 리모컨을 들어 가볍게 플레이어에 밀어 넣고 마음의 평온과 맑은 하모니를 처방받을 수 있는 가장 따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중적 웰메이드 기록물로 보존해 둘 것이다. 스크린 너머로 번진 종이비행기의 찬란한 여운과 가슴을 채운 잔잔한 위로를 음미하며, 깊은 밤의 영사를 기분 좋게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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