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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영화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 (Woodlands Dark and Days Bewitched: A History of Folk Horror, 2021)>의 물리매체에 수록된 부가영상을 보고 개인적으로 정리한 영화 제작과 관련된 비하인드 이야기입니다. 재미로 올리는 글이니 가볍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4KLOG입니다. 오늘 꺼내든 타이틀은 포크 호러 다큐멘터리의 끝판왕, <우들랜즈 다크 앤 데이즈 비위치드>입니다.

 

사실 이 타이틀을 재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다큐멘터리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애니메이션 시퀀스가 이렇게 기괴할 줄은 몰랐습니다. 부가 영상인 [Animating Folk Horror] 코멘터리를 번역하다 보니, 애니메이터 애슐리 소프(Ashley Thorpe)는 진짜배기 '변태(물론 장인정신이 넘친다는 뜻입니다)'더군요.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그의 뼈 깎는 수작업 비하인드, 지금 시작합니다.


"최대한 조잡하고 불쾌하게 만들어 주세요"

보통 상업 애니메이터에게 들어오는 의뢰는 "매끄럽고 번지르르하게" 뽑아달라는 것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키어라 저니스 감독의 요구는 시작부터 비범했습니다.

 

"1970년대 영국 오컬트 TV 시리즈 타이틀처럼 만들어 줄 수 있나요?" 어릴 적 영국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줬던 <암체어 스릴러(Armchair Thriller)>나 <아울 서비스(The Owl Service)> 같은 기괴한 감성을 원했던 겁니다. 이 황당한 의뢰에 소프는 쾌재를 부르며 얌전한 디지털 툴을 망치처럼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매끈한 디지털 화면을 가차 없이 부수고, 화질을 열화시키는 본격적인 아날로그 퇴행 작업이었죠.

극장 스크린에서도 안 보일 디테일에 목숨 걸기

가장 혀를 내두르게 한 건 '팝업북(Pop-up book)' 시퀀스입니다. 피가 튀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 스타일의 고어 대신, 유령이 머물다 간 듯한 멜랑콜리한 흔적을 담아내려 했죠.

 

여기서 소프의 광기가 폭발합니다. 팝업북 종이 질감을 위해 진짜 옛날 물건들을 스캔해서 넣었는데, 심지어 실제 애팔래치아 지역에서 쓰였던 옛날 편지 원본을 텍스처로 박아 넣었습니다. 본인 입으로 "영화관 스크린으로 봐도 아무도 모를 거다"라고 실토하면서도 굳이 이런 디테일을 챙기는 집착. 디스크를 소장하고 프레임 단위로 뜯어보는 수집가들이 환장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입니다.

살육의 민요와 얼굴 없는 실루엣들

이 애니메이션에는 명확한 이목구비를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영국 전래동요 '까치 노래'와 끔찍한 살인마 이야기를 담은 민요 '램킨(Lamkin)'이 불길하게 흘러나올 뿐이죠.

 

소프는 실제 사람들이 둥글게 도는 놀이 영상을 찍은 뒤, 그 위에 나무 실루엣과 인물 실루엣을 겹겹이 쌓아 올려 형태를 완전히 흐릿하게 뭉개버렸습니다. 또렷한 캐릭터 디자인을 과감히 포기하고, 겹쳐진 그림자만으로 포크 호러 특유의 정체불명스러운 존재감을 완벽하게 구축해 낸 셈입니다.

기술적 비화: 포토샵 지우개 툴로 깎아낸 노가다의 산물

소프의 작업 방식을 듣다 보면 기가 막힙니다. 실제 영화 푸티지를 하프톤 패턴으로 만든 뒤, 그걸 프레임 단위로 잘라냈거든요.

 

그러고는 포토샵 지우개 툴을 이용해 매 프레임의 테두리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지워나갔습니다. 선이 부들부들 떨리는 이른바 '보일링(Boiling)' 효과를 내기 위해서 말이죠. 전설적인 실험 애니메이터 렌 라이(Len Lye)처럼, 신문지를 거칠게 오려 붙인 듯한 투박한 질감은 이 엄청난 포토샵 노가다 끝에 탄생한 피와 땀의 결정체입니다.


단순히 영화 본편을 보는 것을 넘어, 디스크에 수록된 12분짜리 부가 영상 하나에서 이런 엄청난 장인정신과 집착을 발견할 때면 묘한 희열이 차오릅니다. 비하인드를 알고 나니 당장 타이틀을 다시 재생해서 애니메이션 구간만 프레임 단위로 돌려보고 싶어지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도 수집가들의 심장을 뛰게 할 딥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돌아오겠습니다!

한 줄 평: "매끄러운 4K 시대에 굳이 노이즈를 들이붓는 자들의 거룩한 광기."

 

[해당 내용은 아래의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Unboxing] 우들랜즈 다크 앤 데이즈 비위치드 (Woodlands Dark and Days Bewitched, 2021) - 포크 호러 박스셋 Disc 1 개봉기 :: 4K 개봉기 아카이브

 

[Unboxing] 우들랜즈 다크 앤 데이즈 비위치드 (Woodlands Dark and Days Bewitched, 2021) - 포크 호러 박스셋 Di

이전 글 보기: 전 세계 포크 호러의 정수를 집대성한 끝판왕, 세버린 필름 15-Disc 박스셋 전체의 웅장한 패키지 구성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All the Haunts Be Ours: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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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에 대한 감상문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포크 호러의 심연 #2] 흙무덤 속에서 발굴해 낸 매혹적이고 불길한 장르의 핏빛 지도: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 (2021)》 No. 20 :: 4K 개봉기 아카이브

 

[포크 호러의 심연 #2] 흙무덤 속에서 발굴해 낸 매혹적이고 불길한 장르의 핏빛 지도: 《포크 호

감독: 키어-라 재니스 (Kier-La Janisse)출연: 로버트 에거스, 앨리스 크리지, 피어스 해거드 등개봉 연도: 2021년"우리가 흙 아래 묻어버렸다고 믿는 것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저 기억에서 잊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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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들랜즈 다크 앤 데이즈 비위치드(WOODLANDS DARK AND DAYS BEWITCHED, 2021) 비하인드 스토리 목록

1. [비하인드 스토리] 우들랜즈 다크 앤 데이즈 비위치드(WOODLANDS DARK AND DAYS BEWITCHED, 2021) - 30분짜리 보너스가 3시간짜리 대작이 된 사연 :: 4K 개봉기 아카이브 (https://4klog.tistory.com/708)
2. [비하인드 스토리]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 (Woodlands Dark and Days Bewitched: A History of Folk Horror, 2021) - 하베스트 힘즈(Harvest Hymns) 악마의 음정과 영혼의 비명 (https://4klog.tistory.com/712)
3. [비하인드 스토리] 포크 호러의 황홀한 역사 (Woodlands Dark and Days Bewitched: A History of Folk Horror, 2021) - 브라질 포크 호러의 심연 (https://4klog.tistory.com/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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