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Lady Frankenstein (La figlia di Frankenstein)
- 제작 국가/연도: 이탈리아, 1971년
- 감독: 멜 웰스 (Mel Welles)
- 출연: 로잘바 네리, 조셉 코튼, 미키 하르기타이
- 장르: 이탈리아 고딕 호러, SF, 스릴러

[장면]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른 안개와 창백한 실험실의 조명,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로잘바 네리의 서늘한 눈빛. 이 영화는 70년대 초반 이탈리아 호러가 가졌던 특유의 '탐미적이면서도 가학적인' 질감을 그대로 머금고 있습니다. 차가운 메스 끝에 맺힌 핏방울조차 예술적으로 보이는 미장센은, 이 작품이 단순한 저예산 호러를 넘어 고전 고딕의 황혼기에 피어난 기묘한 꽃임을 증명합니다.
[금기를 넘은 창조와 파멸의 기록] 의학 공부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타니아(로잘바 네리)는 아버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생명 창조 실험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만든 조잡한 괴물은 박사를 살해하고 성 밖으로 도주합니다. 타니아는 슬퍼하는 대신 아버지가 실패한 실험을 직접 완성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녀의 목표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니었습니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연인 마샬 박사의 '뇌'와, 젊고 건장한 하인 토마스의 '육체'를 결합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완벽한 인간(코멘터리에서는 인간 ㄷㄷ라는 표현까지 쓰더군요)을 만드는 것이었죠. 그녀는 마샬 박사를 설득해 안락사시킨 뒤 뇌 이식을 강행하고, 결국 자신이 원하던 완벽한 육체와 지성을 가진 피조물을 탄생시킵니다.

[결말/스포일러] 아버지가 만든 첫 번째 괴물이 복수를 위해 성으로 돌아오고, 성난 마을 사람들이 첫 번째 괴물을 처단하러 성으로 들이 닥치면서 성과 실험실은 거대한 불길에 휩싸입니다. 결국 첫 번째 괴물을 물리치지만 타니아는 대피하는 대신 자신이 갓 창조한 새로운 피조물과 불길 속에서 관계를 맺는 기괴한 선택을 합니다. 그러나 지성보다 육체적 본능이 앞선 새 피조물은 타니아의 목을 조르게 되고, 그녀는 자신이 만든 완벽함에 의해 파멸을 맞이하며 영화는 갑작스럽게 막을 내립니다.


[타니아, 욕망을 설계하는 니체적 초인] 이 영화에서 타니아는 단순한 여주인공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학문적 성취와 성적 만족을 위해 주변 남성들을 부품처럼 활용하는 '사드적 여성'의 정점입니다. 아버지를 죽인 괴물 앞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상형을 조립해내는 그녀의 서늘한 지성은 이탈리아 호러가 낳은 가장 매혹적인 악녀상을 보여줍니다. 그녀에게 도덕은 지적인 사치일 뿐이며, 오직 자신의 의지만이 유일한 진리입니다.

[1.5달러로 구현한 지옥의 불꽃] 코멘터리에 따르면 이 영화의 제작비는 눈물겨울 정도로 부족했습니다. 실험실에서 번쩍이는 전기 효과를 낼 기술자가 없자, 감독 멜 웰스는 동네 가게에서 산 1.5달러짜리 폭죽을 나무 막대기에 매달아 직접 불을 붙여 촬영했습니다. 또한 엔딩에서 괴물이 소품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밀치는 이유는, 빌린 세트장을 훼손하면 안 되었기 때문이라는 웃픈(?) 비하인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The Verdict]
- 고딕 지수: ★★★★☆ (폭죽으로 만든 번개조차 우아하다)
- 탐미 지수: ★★★★★ (로잘바 네리의 압도적인 카리스마)
- 한 줄 평: 뇌와 육체를 해체해 조립한, 가장 발칙하고 우아한 욕망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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