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분 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카테고리에 또 하나의 작품을 꺼내봅니다.
지난번 다루었던 1965년작 <일곱 번째 무덤> 리뷰, 혹시 기억하시나요? 기승전결이 나름 뚜렷해서 고딕 호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죠.
[기분 나쁘게 아름다운 것들 #2] 일곱 번째 무덤 (The Seventh Grave, 1965) - 똥맛 된장인가, 된장맛 똥인
안녕하세요, 얼마 되지 않은 방문자들 중에서 이상한 것들을 좋아하실 분들께. 또 이상한 거 들고 왔다고 말씀드립니다. 지난번 리뷰 기억나실까요? 그건 진짜 서사라고는 밥 말아 먹은, 감독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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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결이 조금 다르고 이전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낯선 영화입니다. 얼마나 낯선 영화냐면 국내 영화 관련 어플리케이션이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을 정도죠. 바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메리노 감독이 연출한 1970년작 고딕 호러, <악마의 연인의 비명 (Scream of the Demon Lover)>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탈리아 개봉명인 <불의 문을 가진 성 (Il castello dalle porte di fuoco)>이라는 제목이 이 영화의 본질과 결말을 훨씬 더 아름답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은 시각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탐미적 호러'입니다.

매드 사이언스와 고딕 로맨스의 기묘한 조화
이야기의 무대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고성입니다. 아름답고 지적인 생화학자 '이반나'가 성에 과학적 연구자로서 채용되고, 그곳에는 화상을 입어 흉측해진 괴물 형과 그를 보살피는 잘생긴 남작 동생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장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는 것입니다. 남작은 의학적 지식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숯덩이처럼 변해버린 형의 육체를 생화학자의 힘을 빌려 '재생'시키려 합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바디 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 볼 법한 '매드 사이언스'의 모티프를 고딕 로맨스 특유의 끈적한 분위기 속에 아주 영리하게 녹여냈습니다.
또한 빛과 어둠을 활용해 인물들의 정체를 교묘하게 숨기는 조명 연출이나,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특수 분장사였던 '카를로 람발디'가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상 분장은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화면을 장악하는 두 여배우, 그리고 참혹한 현실
이 영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배우들입니다.
먼저 주인공 '이반나' 역을 맡은 에르나 슈러(Erna Schürer)는 수동적으로 비명만 지르는 전형적인 희생양이 아닙니다.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지성과 기품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괴물의 흉측한 잔해를 과감하게 폐기해 버리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녀 역으로 출연한 아고스티나 벨리(Agostina Belli)의 존재도 돋보입니다. 훗날 <여인의 향기 (1974)>로 골든 글로브까지 수상하게 되는 그녀는 이 작품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제작되던 1970년, 그녀의 어머니가 이탈리아의 악명 높은 미제 연쇄살인 사건인 '밀라노의 괴물'에게 살해당하는 참혹한 비극을 겪게 됩니다. 스크린 속 고딕 호러의 살인 사건과 배우가 겪은 현실의 참극이 묘하게 겹쳐지며, 영화를 보는 내내 참으로 기분 나쁘고도 슬픈 여운을 남깁니다.
총평: 탐미적인 고딕 호러의 훌륭한 모범답안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영화는 로저 코먼 감독의 '에드거 앨런 포' 각색 영화들이 떠오르는 맹렬한 화염 속으로 뛰어듭니다. 성이 곧 괴물이고, 불길이 그 모든 악을 집어삼키는 카타르시스는 고딕 호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피날레일지도 모릅니다.
치밀한 논리나 현대적인 웰메이드 스릴러를 기대하신다면 취향에 맞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70년대 유럽 장르 영화가 선사하는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와 시각적 쾌감, 그리고 고성에 얽힌 인간의 광기와 집착을 즐기시는 분들께는 무척 매력적인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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