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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에 딱 좋은 날이야(Today is a good day to die)." ...라고 키퍼 서덜랜드가 폼 잡고 말하지만, 솔직히 인정하자. 1990년작 <유혹의 선(Flatliners)>은 그냥 "의대생들이 심심해서 죽었다 살아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조엘 슈마커라는 탐미주의자와 얀 드봉이라는 빛의 미치광이, 그리고 피터 필라디라는 헝그리 작가가 만들어낸 '90년대 네온 고딕의 결정체'다.

 

애로우 비디오(Arrow Video) 블루레이 부가영상에서 탈탈 털어온, 당신이 몰랐던 이 영화의 '죽여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공개한다. 경고하는데, 이 글을 읽고 나면 줄리아 로버츠의 사자 머리마저 아름다워 보일지 모른다.

이 영화 각본가 피터 팔라디(Peter Filardi)

"나 15초 동안 죽었었어" : 소름 돋는 탄생 비화

각본가 피터 필라디(Peter Filardi)는 당시 LA에서 쫄쫄 굶고 있던 무명 작가였다. <맥가이버>에 대본 하나 팔았다가 작가 파업으로 백수가 된 상태였지. 어느 날 대학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공군에 있던 친구였다.

 

"야, 나 15초 동안 죽었었어. 근데 다시 살아남. ㅋ"

 

피터가 미친 듯이 물었다. "그래서? 뭘 봤는데?" 친구의 대답은 김이 팍 새는 거였다. "아무것도 기억 안 나."

 

보통 사람이라면 "다행이다" 하고 말았겠지만, 헝그리 작가는 여기서 '돈 냄새'를 맡았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친 듯이 대본을 썼고, 그 대본은 할리우드에 뿌려진 지 단 3일 만에 10개 스튜디오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 대본에 담긴 핵심 메시지는 이거였다. "저 빌어먹을 베이비부머 놈들을 한 방 먹이자(Upstage those fing baby boomers)." 우주도, 서부도, 마약도 윗세대가 다 정복했으니, 우리 X세대는 '죽음'을 정복하겠다는 그 패기.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엔진이다.


에이즈(AIDS) vs 속죄(Atonement) : 감독과 작가의 동상이몽

재밌는 건 감독과 작가가 이 영화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했다는 거다.

  • 조엘 슈마커 (감독): 그는 이 영화를 당시 창궐하던 '에이즈(AIDS)'에 대한 은유로 봤다. 피가 튀고, 바이러스처럼 죄책감이 전염되고, 젊은이들이 죽음의 공포에 떠는 모습. 슈마커 본인이 게이였고, 수많은 친구를 잃었던 당시의 시대상이 투영된 것이다.
  • 피터 필라디 (작가): 반면 작가는 '속죄'와 '나비효과'를 생각했다. 우리가 저지른 사소한 악행이 어떻게 우리를 파괴하는가.

결과적으로? 둘 다 옳았다. 슈마커의 '공포'와 필라디의 '철학'이 섞이면서, 이 영화는 단순한 호러 무비를 넘어선 종교적 우화(Parable)가 되었다.


[총평] 촌스러움마저 스타일이 되는 경지

각본가 피터 필라디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헤어스타일만 빼면, 이 영화는 촌스럽지 않다."

 

정확한 지적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유혹의 선>이 보여주는 그 축축하고 어두운 시카고의 풍경과, 죄책감이라는 보편적인 테마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것은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졌지만, 지극히 '미국적이지 않은(Un-American)'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걸작이다.

 

블루레이를 사라. 그리고 4K 리마스터링으로 부활한 그 '때깔'을 확인해라. 단, 혼자 보지는 마라. 당신의 죄책감이 환영으로 나타나 옆구리를 찌를지도 모르니까.

 

[해당 내용은 아래의 블루레이 부가영상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해외판 블루레이] 유혹의 선 – 죽음의 선을 넘나든 의학 실험, 그 끝은 어디인가 :: 4K 개봉기 아카이브

 

[해외판 블루레이] 유혹의 선 – 죽음의 선을 넘나든 의학 실험, 그 끝은 어디인가

· Arrow Video에서 출시된 해외판 블루레이, 단일 디스크 구성· 1990년작 키퍼 서덜랜드·줄리아 로버츠·케빈 베이컨 주연 SF 스릴러· DTS-HD MA 5.1/2.0 사운드, 다국어 자막 포함· 슬립커버 포함 킵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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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문은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용두사미 박사들] 유혹의 선 (Flatliners, 1990): 사후세계 보러 갔다가 도덕 교과서만 읽고 온 의대생들. :: 4K 개봉기 아카이브

 

[용두사미 박사들] 유혹의 선 (Flatliners, 1990): 사후세계 보러 갔다가 도덕 교과서만 읽고 온 의대

죽음 뒤의 세계? 궁금하긴 한데 결론이 너무 '공익광고'누구나 한 번쯤은 사후세계에 대한 망상을 한다. 그냥 한 줌의 재가 되는 게 너무 허무하니까 종교라는 판타지를 만들어서라도 그 너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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