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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의 세계? 궁금하긴 한데 결론이 너무 '공익광고'

누구나 한 번쯤은 사후세계에 대한 망상을 한다. 그냥 한 줌의 재가 되는 게 너무 허무하니까 종교라는 판타지를 만들어서라도 그 너머를 보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의학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살아난 사람들의 비슷한 경험담들은 이 망상에 '과학'이라는 그럴싸한 옷을 입혀준다.

 

영화 《유혹의 선》은 바로 그 지점에서 영리하게 출발한다. 의대생들이 직접 심장을 멈춰 사후세계를 파헤치겠다는 설정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제시하는 사후세계의 요지는 실망스럽게도 '죄책감'이다. 어두운 터널 끝의 빛을 기대했더니, 정작 나오는 건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들이 괴물이 되어 나타나는 '셀프 정신 고문'이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착하게 살자"라는 캠페인으로 끝나는 꼴이라니, 김이 빠져도 너무 빠진다.

죄짓고는 못 산다는 뻔한 교훈, 굳이 죽어서까지 확인해야 하나?

사후세계를 경험하고 온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들까지만 해도 "오, 이 영화 괜찮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그 해결 방법이 가관이다. 죄책감의 원인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거나 스스로 이해하면 끝? 이건 스릴러가 아니라 거의 종교 영화 수준의 '회개 타임'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긴장감을 잃고 교훈적인 이야기로 흘러간다. "죄짓고는 못 산다"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굳이 심장까지 멈춰가며 개고생을 해야 했을까? 관객은 좀 더 본질적이고 거대한 공포나 진실을 원했지, 의대생들의 단체 참회록을 보러 온 게 아니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유치하리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영화도 드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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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시절의 배우들, 그리고 '마터스'와는 비교 불가한 가벼움

그나마 이 영화가 남긴 건 30여 년 전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릇파릇한 리즈 시절이다. 도널드 서덜랜드의 아들 키퍼 서덜랜드, 몸 사리지 않는 케빈 베이컨, 알렉 볼드윈의 동생 윌리엄 볼드윈, 그리고 당시 리즈 시절이었던 줄리아 로버츠까지.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은 즐겁지만, 그게 영화의 빈약한 깊이를 채워주진 못한다.

 

특히 신의 존재를 증명하겠다고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던 영화 《마터스》를 떠올려보면, 《유혹의 선》은 거의 유치원 수준의 재롱잔치처럼 느껴진다. 《마터스》가 영혼의 밑바닥까지 털어버리는 묵직한 돌직구였다면, 이 영화는 그냥 "나 옛날에 애들 좀 괴롭혔는데 미안해"라고 고백하는 고해성사 수준이다. 소재의 무게감에 비해 영화의 그릇이 너무 작고 가볍다.

🔗 관련 콘텐츠: 90년대 SF 호러의 감성을 소장하라

결말은 유치해도 90년대 특유의 세련된 조명과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는 확실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의대생 조난기'가 어떤 패키지로 박제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를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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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판 블루레이] 유혹의 선 – 죽음의 선을 넘나든 의학 실험, 그 끝은 어디인가 :: 4K 개봉기 아카이브

 

[해외판 블루레이] 유혹의 선 – 죽음의 선을 넘나든 의학 실험, 그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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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론: 의학도는 없고 반성하는 어린이들만 남은 영화

설정만 보면 갓작이 나올 뻔했지만, 작가가 도덕 교과서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까울 정도로 결말의 힘이 빠진다.

 

추천 관객: 9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풋풋한 시절이 그리운 분들, 사후세계를 소재로 한 가벼운 미스터리를 즐기고 싶은 분들.

비추천 관객: 《마터스》급의 철학적 충격을 기대하는 분들, 뻔한 권선징악이나 도덕적 결말에 알레르기 있는 분들.


사후세계를 탐구하는 '과학도'의 호기심으로 시작해, 잘못을 뉘우치는 '초등학생'의 반성문으로 끝나는 할리우드식 용두사미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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