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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자본 깡패' 스케일: 이건 반박 불가다

역시 리들리 스콧이다. 화면을 꽉 채우는 압도적인 스케일만큼은 '쩐다'는 표현 외엔 설명이 안 된다. 콜로세움에 물을 채워 벌이는 해전이나, 거대한 공성전의 비주얼은 그 누구도 감히 태클을 걸 수 없는 경지에 올라와 있다.

 

80세가 넘은 감독이 이 정도의 활력과 시각적 파괴력을 보여준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CG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실제 세트와 물량을 쏟아부어 만드는 그 특유의 '질감'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내내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게 만드는, 그야말로 자본이 빚어낸 황홀한 구경거리다.

24년 만의 귀환, 혹은 비겁한 '무임승차'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영화는 1편의 영광을 계승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24년 전의 영광에 비겁하게 무임승차하고 있다. 루시우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막시무스의 아우라를 억지로 소환하려 애쓰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노골적이고 게으르다.

 

1편이 가졌던 묵직한 서사와 비장미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24년이 지났으면 뭔가 새로운 철학이나 변주가 있어야 하는데, 《글래디에이터 II》는 "그때 그 영화 기억나지?"라며 끊임없이 과거의 명대사와 음악을 인질로 잡고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건 오마주가 아니라 자가 복제이자, 안전한 흥행을 위해 과거의 시신을 예토전생 시킨 거나 다름없다. 1편이 '전설'이었다면, 2편은 그 전설의 껍데기를 빌려 쓴 '화려한 모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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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인가?" 눈살 찌푸려지는 유치한 감성

스케일은 압도적인데, 가끔씩 튀어나오는 유치한 장면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몇몇 액션 시퀀스(예를 들어 상어 떼나 기괴한 원숭이 씬)는 리들리 스콧답지 않게 과하고 유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사 또한 1편의 숭고한 복수극에 비해 훨씬 평면적이고 작위적이다. 캐릭터들은 기능적으로 소비되고, 덴젤 워싱턴의 명연기만이 이 공허한 서사 속에서 홀로 빛날 뿐이다. 1편의 막시무스가 가졌던 그 처절한 진심은 어디 가고, 스케일과 물량 공세로 그 빈자리를 메우려 하니 영화가 끝난 뒤 남는 건 화려한 잔상뿐, 마음을 울리는 묵직한 한 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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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이 자본을 쏟아부어 완성한 압도적인 로마의 전경과 잔혹한 액션 시퀀스를 온전한 화질로 소장하고 싶은 덕후들을 위한 기록이다. 서사는 무임승차일지언정, 패키지의 화려함은 로마 황제의 그것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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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론: 껍데기는 화려하지만 알맹이는 무임승차객

리들리 스콧의 장인 정신이 깃든 스케일 덕분에 극장에서 볼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1편의 팬으로서 이 영화를 본다면, 전작의 위대함을 갉아먹으며 연명하는 속편의 한계를 목격하게 될 거다. 스케일은 만점이지만, 서사는 낙제점에 가깝다.(3편도 제작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냥 프로메테우스는 완결 짓지..)

 

추천 관객: "서사고 뭐고 화면만 크면 장땡"인 시각 지상주의자들, 리들리 스콧의 스케일만큼은 끝까지 믿고 보는 팬들.

비추천 관객: 1편의 막시무스를 성역처럼 여기는 분들, 억지스러운 속편의 '무임승차'에 알레르기가 있는 관객들.


리들리 스콧의 스케일은 여전히 '황제'급이지만, 1편의 후광에 기대어 24년을 버틴 서사는 '노예'급으로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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