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둥벌거숭이'의 환골탈태: 1편이 '수행'이라면 2편은 '실전'이다
전편에서 다쿠앙 스님의 은덕으로 겨우 인간의 형색을 갖춘 무사시가 이제 본격적으로 칼끝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1편이 지루한 내적 수행의 연속이었다면, 이번 2편은 확실히 역동적이다. 이건 마치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의 1편이 빌드업에 치중하다가 2편에서 본격적인 전쟁터로 우리를 내모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네 한량 수준이었던 무사시가 본격적으로 '도장 깨기'라는 콘텐츠를 시작하니 영화에 활력이 돈다. 수행은 끝났고, 이제 남은 건 실전 경험과 명성을 쌓는 과정이다. 1편의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재출연하니 낯설지도 않고, 캐릭터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맛이 쏠쏠하다. 무사시가 한층 더 성숙해질 수밖에 없는 이 '모험'의 과정은 사무라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정석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미후네 도시로라는 페르소나, 그리고 '패전국' 일본의 기묘한 번영
《7인의 사무라이》의 그 미친 광기를 보여줬던 미후네 도시로를 기대했다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이미지가 너무나 달라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가 이 당시 일본 영화계를 주름잡던 배우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40~70년대 일본 고전 영화를 좀 봤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얼굴들이 쏟아지는 축제 같은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참 복잡한 감정이 든다. 패전 후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어떻게 이런 고퀄리티 컬러 대작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을까? 식민 지배의 통한과 한국 전쟁의 아픔으로 점철됐던 우리네 모습과 비교하면 솔직히 분노가 치민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지만, 패전국이 누리는 이 압도적인 문화적 호사를 보고 있노라면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압도적인 원시림과 삼나무의 미장센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이다. 특히 다쿠앙 스님이 머무르던 절터의 그 엄청난 크기의 삼나무(혹은 메타세콰이어)는 소품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다. 사람을 매달고 고문하기 딱 좋아 보일 만큼 거대하고 위압적이다.
흑백이 아닌 컬러로 제작된 덕분에 이 푸른 원시림의 생명력이 스크린을 뚫고 나온다. 1950년대에 구현된 이 정도의 색감과 미장센은 분명 부럽고도 놀라운 부분이다. 자연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무사시의 검술을 돋보이게 만든다.

최종 결론: 미후네 도시로의 팬에겐 '강추',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면 '패스'
미후네 도시로를 좋아하거나 고전 일본 영화의 미학에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봐야 할 트릴로지의 핵심이다. 하지만 패전 후 일본의 번영을 보며 치밀어 오르는 복잡한 감정을 견디기 힘든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추천 관객: 사무라이 영화의 정석을 보고 싶은 관객, 미후네 도시로의 필모그래피를 정복 중인 시네필. 비추천 관객: 일본 고전 영화를 볼 때 역사적 반감이 영화적 재미를 압도해버리는 분들.
내적 수행의 지루함을 털어내고 본격적인 '도장 깨기' 액션으로 진입한, 압도적인 자연 미장센과 미후네 도시로의 성숙함이 돋보이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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