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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보자. 요즘 일본 현대물 영화들, 대체 왜 그 모양인가?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안 드는 게 정상이다. 나 역시 크라이테리언 콜렉션(Criterion Collection)이라는 '수집광의 굴레'가 아니었다면, 50~70년대 일본 영화조차 거들떠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말이다, 이 고전들을 보고 있으면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그 시절 일본 영화판엔 무슨 천재적인 약이라도 돌았던 걸까? 현대작들과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그 압도적인 기백, 이번에 본 <미야모토 무사시> 1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사무라이판 '반지원정대'? 바닥은 다졌으니 이제 달릴 차례

이 영화가 3부작 트릴로지라는 걸 모르고 봤다면, 마치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를 처음 봤을 때의 그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제 좀 시작하나?" 싶을 때 끝나버리는 그 감질맛 말이다.

 

물론 거장 이나가키 히로시의 연출을 잭슨 감독과 비교하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1편 특유의 '빌드업' 느낌은 아주 흡사하다. 다만, 캐릭터들 사이에 반복되는 에피소드가 살짝 지루함을 유발한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1편에서 바닥은 충분히 다져놨으니, 이어지는 2편 <이치조지사의 결투>에서는 감독이 제대로 칼을 휘두르며 달려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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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의 천연색, 그리고 비현실적인 메타세콰이어의 위용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이게 흑백이 아닌 컬러(Eastmancolor) 영화라는 점이다. 근래에 억지로 색을 입힌 게 아니라, 그 당시에 이미 이런 색감을 뽑아냈다는 게 놀랍다. 흑백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1950년대 일본의 원초적인 자연 풍광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

 

특히 절 한가운데 우뚝 솟은 그 거대한 메타세콰이어 나무!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그 비현실적인 비주얼은 영화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그 나무 아래에서 펼쳐지는 무사들의 고뇌는 단순한 칼부림 이상의 시각적 희열을 선사한다.

결국 고전은 수집이 아니라 '경험'해야 하는 것

단순히 수집을 목적으로 억지로 보기 시작했더라도, 결국 미후네 도시로의 그 형형한 눈빛에 압도당하게 되는 영화다. 현대 일본 영화가 가진 그 나른하고 맥빠진 감성에 질렸다면, 70년 전의 이 펄떡이는 생명력을 꼭 한 번 맛보시길 권한다.

 

자, 이제 1편은 끝났다. 바닥은 다 닦아놨으니, 전 이제 본격적인 피 칠갑과 검술 액션이 기다릴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 보겠다.


"현대 일본 영화의 무력함에 던지는 70년 전 거장들의 묵직하고 화려한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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