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백해야겠다. 나는 트로마(Troma) 사의 노예가 된 것 같다고. 이쯤 되면 '믿고 보는 트로마'라는 수식어조차 부족하다. 특히 '사우스 파크 제작진의 데뷔작'인 <카니발! 더 뮤지컬>은 대체 제작진이 무슨 약을 빨고 만들었는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일본어를 남발하는 니혼진 인디언 부족이라니? 대낮에 가라데 수련을 하는 인디언이라니, 이 정도면 인종차별이고 뭐고 따질 이성마저 마비시킨다. 그냥 웃겨 죽으라고 작정한 미친 영화니까.

식인 살인마 알프레드 패커, 알고 보니 말(馬)성애자 너드?
이 영화의 주인공 알프레드 패커는 실제 세계 3대 식인 살인마로 꼽히는 끔찍한 인물이다. 그런데 트레이 파커는 이 살벌한 실화를 무슨 '레드 데드 리뎀션'의 변태 서브 퀘스트 같은 너드물로 바꿔놓았다.
길잡이랍시고 나선 놈이 지도는커녕 자기 말(馬)이랑 연애질이나 하고 있는 꼴이라니!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콜로라도 산맥으로 기어 들어가는 이 한심한 파티의 면면도 예술이다. 섹스에 미친 놈, 광신도 몰몬교 목사, 전직 도살자 투덜이... 이런 노답 파티가 조난당해 서로를 뜯어먹기 전까지 벌이는 에피소드들은 유치함을 넘어선 광기의 코미디를 선사한다.

젠장, 노래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트레이 파커의 천재성
여기서 가장 당혹스러운 지점은 이 영화가 '뮤지컬'이고, 심지어 노래가 쓸데없이 고퀄리티라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엉망진창 코미디를 즐기다가 "어? 노래가 왜 이렇게 좋지?"라며 당황하게 되는 그 순간, 당신은 이미 트레이 파커의 덫에 걸린 거다.
전작 <오가즈모>에서도 느꼈지만, 이 양반은 정말 천재 아니면 미친놈이 확실하다. 고어와 뮤지컬, 병맛 코미디를 이토록 완벽하게(혹은 지저분하게) 버무릴 수 있는 인간이 또 어디 있겠는가? 노래가 좋아서 호감이 생기다니, 내 귀를 의심하고 싶을 정도다.

결국 어설픈 메이저보다 당당한 B급이 유익하다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상업 영화를 보며 시간을 버리느니, 이런 대놓고 B급을 표방하는 영화가 훨씬 유익하고 보람차다. 영화사적으로 보나 관객의 정신 건강(혹은 파괴)을 보나 말이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불쌍한 영혼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단, 임산부나 노약자, 그리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의하세요. 하지만 당신이 트로마의 맛을 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성찬은 없을 거다. 아! 문제가 더 있지 현재 공식적으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국내 OTT서비스는 없는 것으로 안다. 뭐 이 영화가 정말 궁금하다면,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DVD 사면 된다.

"인육을 뜯으며 희망찬 노래를 부르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역겨운 트로마식 뮤지컬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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