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좀비 영화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저작권 개념 따위 안드로메다로 보냈던 그 시절 웹하드에서 건져 올린 유물이 바로 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였다. 나중에야 이게 캡콤의 전설적인 게임이 원작이라는 걸 알았지만, 뭐 상관없었다. 밀라 요보비치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좀비 목을 따는 순간, 게임 설정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졌으니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평점은 바닥을 치지만, '엄브렐라'라는 사악한 글로벌 기업이 지구를 어떻게 말아먹는지 지켜보는 건 여전히 쏠쏠한 재미가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아니, 여긴 지옥 같은 사막이다
보통 지구가 망하면 동식물이 판을 치는 '라오어' 같은 풍경을 상상하지만, 이 영화는 자비가 없다. 인간의 경제활동이 멈추자마자 지구는 그냥 거대한 모래 통이 되어버렸다. 아리조나든 네바다든 상관없다.
더 짜증 나는 건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남의 뒤통수를 치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거다. 가짜 구조 신호를 보내 사람을 낚는 강도 가족들 말이다. 다행히 우리 앨리스 언니와 좀비견들이 아주 화끈하게 응징해 주니 속이 다 시원하다.

반가운 얼굴, 조라 모르몬트의 리즈 시절을 만나다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엄브렐라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닥터 아이삭스'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더니, 세상에! <왕좌의 게임>에서 용엄마를 일편단심 지키던 조라 모르몬트(이언 글렌)였다.
여기서도 백신을 만든답시고 앨리스의 복제 인간을 찍어내는 집요함을 보여주는데, 역시 그 충성심(혹은 집착)은 어디 안 가나 보다. 좀 더 젊고 쌩쌩한 모습으로 악당 짓을 하는 걸 보니 묘하게 반갑웠다.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공포: 까마귀가 제일 무섭다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 돋는 지점은 좀비 인간이 아니다. 바로 좀비 까마귀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넘어 동물까지 집어삼키는 순간, 인간 멸종은 기정사실이 된다. 뛰어난 기동력을 가진 조류 좀비군단이라니, 이건 반칙 아닌가?
현실 세계의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다시 보니,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이 재앙이 그저 영화 속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아 더 으스스하다. 결국 생존자들은 청정 지역이라는 알래스카를 향해 라스베이거스의 좀비 소굴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도박을 시작한다.

복제 군단과 함께 일본으로? 정주행을 부르는 똥개훈련
마지막에 진화한 아이삭스 박사가 촉수를 휘두르며 덤벼들지만, 레이저 복도에서는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살아남은 앨리스가 자신의 복제 인간들과 함께 일본 본사를 쳐들어간다고 선포하는 엔딩을 보니, 1, 2편 내용이 가물가물한 게 죄악처럼 느껴진다.
비록 시리즈가 산으로 가고 설정 오류가 판을 쳐도, 이 독보적인 세계관은 다시 한번 1편부터 정주행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자, 이제 앨리스 언니를 따라 일본으로 가기 전에, 일단 1편부터 다시 복습하러 가야겠다.
"산으로 가는 스토리도 밀라 요보비치의 발로차 한 방이면 용서가 되는, 지독하게 매력적인 사막 좀비 유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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