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사전 정보 따위 집어치우는 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다. 선입견이라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나면, 케이트 블란쳇 같은 괴물 배우가 던지는 날 것 그대로의 진실이 더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주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2004년, 재선에 눈먼 아들 부시의 '군대 빼기'와 '약물 스캔들'이라는 그 추악한 진실을 파헤치려 했던 CBS 보도국 사람들의 처참한 패배 기록이다. 권력이라는 거대한 괴물 앞에 기자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이 영화는 자비 없이 보여준다.

밤나무를 보랬더니 나뭇잎 타령이나 하는 비겁한 논리
대한민국이나 미국이나, 권력자들의 수법은 참 소름 끼치게 닮았다. 부시가 빽으로 군대를 빼고 복무도 제대로 안 했다는 '밤나무' 같은 팩트를 들이밀었더니, 그들은 나뭇잎을 들고 나온다. "이 서류 폰트가 이상해! 나뭇잎이 가짜잖아!"라며 본질을 흐려버린다.
결국 대중은 밤나무가 썩었다는 사실은 잊은 채, 나뭇잎이 가짜냐 아니냐로 싸우기 시작한다. 이 지독한 '논점 이탈'에 휘말린 CBS의 간판 프로그램 '60분'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난다. 진실을 말하려던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란쳇)는 해고당하고 소송에 휘말려 목이 날아간다. 이게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의 '공정'한 결과다.

실화가 주는 뼈아픈 한계: 반전 없는 절망
이 영화의 최대 한계이자 매력은 바로 '실화'라는 점입이다. 가짜 영화들처럼 마지막에 영웅이 나타나 악당의 멱살을 잡는 통쾌한 반전 따위는 없다. 권력은 여전히 강대했고, 진실을 쫓던 자들은 팔다리가 잘린 채 들판에 버려진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 결정적인 쪽지를 건넨 정체불명의 남녀는 누구였을까? 왜 아무도 그 후속 취재를 하지 못했을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누가 나서겠냐마는, 세월이 이만큼 지났으면 누군가는 입을 열 법도 한데 말이다.

진실을 말한 대가는 화끈하고 잔혹하다
여담이지만, CBS는 최근에도 존 베넷 램지 사건 보도로 7억 5천만 달러라는 화끈한 합의금을 물어줬다. 역시 미국답게 사고의 스케일도, 그 대가도 화끈하다.
진실을 쫓는 대가는 이토록 잔혹하다. 팩트 뒤에 숨은 거대한 벽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길. 하지만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했다면 기대하지 않는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겁다.

"권력자의 썩은 밤나무를 베려다 나뭇잎 폰트 하나에 목이 날아간 기묘한 언론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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