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화나게 하려고 만든 영화일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은 하나다. "도대체 감독은 관객을 얼마나 화나게 하려고 작정한 걸까?" 10살 딸이 성폭행을 당하고 돌아왔는데, 국가 시스템이라는 놈들은 '절차'와 '관할' 따지며 피해자 엄마를 몰아세운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 자체가 주는 분노도 크지만, 사실 더 화가 나는 건 조악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군데군데 보이는 억지스러운 설정들이다. 저예산의 한계라고 변명하기엔 서사의 이음새가 너무나 투박해서, 관객은 영화 속 상황에 몰입하기보다 그 조악함에 먼저 뒷목을 잡게 된다.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 노골적이고 거칠어서, 이건 영화라기보다 관객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고문 도구에 가깝다.

장영남의 하드캐리, 그리고 마동석의 '답답한' 시절
이 영화는 사실상 장영남 배우의 눈물겨운 원맨쇼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장영남의 열연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분노를 유발하는 주범들이다. 특히 지금은 '핵펀치'의 상징인 마동석이 여기선 아주 답답하고 전형적인 무능한 형사로 등장하는데, 이는 관객의 짜증 게이지를 만땅으로 채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 톤이 들쭉날쭉하고, 상황 전개가 억지스러운 면이 많아 '사회 고발'이라는 명분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꺼버렸을 관객이 태반일 거다. 감독은 관객이 뒷목 잡고 "야! 똑바로 수사 안 해?"라고 소리 지르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방식이 세련됐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단호하게 "아니오"다.

사회 고발에서 판타지로의 탈출,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
결국 엄마는 경찰이 안 잡는 범인을 직접 잡아서 단죄한다. 이 지점이 바로 이 영화가 지닌 유일한 미덕이다. 영화는 중반까지 숨이 턱턱 막히는 사회 고발물로 가다가, 후반부에 접어들며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사적 복수라는 이름의 판타지 영화'로 급격하게 노선을 튼다.
이 '판타지적 전개'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불쾌하고 답답한 기록물에 그쳤을 거다. 썩어빠진 사회 시스템을 비웃듯 주인공이 직접 피의 단죄를 내리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비현실적이면서도 통쾌한 순간이다. "경찰이 안 잡으면 내가 잡는다"는 선언은 현실에선 비극이지만, 이 영화라는 판타지 공간 안에서는 관객의 썩어 들어간 속을 아주 잠시나마 뚫어주는 소화제 역할을 한다.

최종 결론: 내용도 화나고, 연출과 설정은 더 화가 나지만, 그 분노를 '판타지'로 승화시켜 복수해 버리는 결말이 이 영화를 구원했다. 장영남의 연기만 보고 버티기엔 당신의 혈압이 걱정되는 영화.
추천 관객: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복수 판타지'라도 대리 체험하고 싶은 분들. (혈압약 필수 구비)
내용보다 조악한 연출과 억지 설정이 더 화를 돋우지만, 현실 불가능한 복수 판타지로 노선을 튼 것이 이 영화가 남긴 유일한 양심이자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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