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영화 꼬락서니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거장이라는 작자들의 신작도, 넘버원이라는 배우의 출연작도 죄다 김빠진 맥주 같았다. 대한민국이 영화 강국이라니? 그저 덩치만 불린 허풍선이들이 아닐까 의심하던 찰나였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눌렀고, 그대로 영혼까지 털렸다. 10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긴장감이라니! 전국을 쏘다니며 돈만 처바른 영화들을 비웃듯, 라디오 스튜디오라는 좁아터진 공간 하나에서 <12명의 성난 사람들>급의 서스펜스를 뽑아냈다. 이건 기적에 가깝다.

대통령도, 국정원도 아닌 '무고한 희생자'들의 잔혹한 연극
영화가 보여주는 불합리한 응징은 아주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진짜 희생자는 누구인가? 한강 다리 위에서 떨고 있던 시민들, 그리고 결국 장기판의 말처럼 버려진 하정우와 박신우뿐이다.
입만 살아있는 경찰청장이나 협상전문가라 자칭하는 국정원 나부랭이들이 아니다. 특히 건물에서 떨어지는 박신우를 보며 "평점을 8점 줄까 10점 줄까" 고민하던 찰나, 국회 연설이나 때리고 있는 대통령을 향해 하정우가 스위치를 누르는 그 마지막 순간! 그래, 바로 이거지. 어차피 죽을 거면 혼자 안 죽겠다는 그 마인드, 아주 마음에 든다.

하정우, '배밭 협박 카톡'의 굴욕을 연기로 씻어내다
솔직히 말해서 <범죄와의 전쟁>이나 <아가씨>를 보고 하정우에게 실망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 한 방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
묘하게도 영화 속 테러범과의 인터뷰를 보며 하정우의 그 전설적인 카톡 협박 사건이 생각나난. '오돌오돌 오돌뼈'와 '배밭', 그리고 '펭하'로 이어지는 그 미친 압박감 속의 코미디 말이다. 본인은 스트레스였겠지만 보는 우리는 웃겨 죽을 뻔했던 그 사건. 그 압박감을 이 영화에서 연기로 승화시킨 걸까? 이제는 확실히 하정우의 팬이 될 수밖에 없겠다.

"좁아터진 스튜디오에서 하정우가 누른 폭발 버튼 하나가 거창하기만 했던 한국 영화판 전체를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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