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영화 홍보 문구를 보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제임스 카메론 총괄 제작? 기획 극비 프로젝트? 이런 수식어가 붙는 영화 치고 제대로 된 물건을 본 적이 없거든. 솔직히 말해보자. 영화 자체가 끝내주게 자신 있다면 굳이 남의 이름 뒤에 숨어서 후광을 빌려올 필요가 있었을까? 제작비 회수에 급급해 거장들의 이름을 방패막이로 쓰는 얄팍한 상술, 이제는 지긋지긋할 정도다.
'생텀(Sanctum)' 역시 그 뻔한 함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실화 바탕"이라는 거창한 자막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는 그저 그런 재난물의 전형을 따른다.

거장의 이름 뒤에 숨은 평범한 재난 영화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수중 동굴을 탐사하던 전문가들이 예기치 못한 폭풍으로 고립되며 벌어지는 사투를 다룬다. 자본가의 후원,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 그리고 지하로 쏟아져 들어오는 빗물까지...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게 다다.
명색이 세계적인 탐험가라는데, 탈출 과정은 딱히 신선할 것도 없다. 제임스 카메론이 이름만 빌려준 게 아니라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면 심연(The Abyss) 같은 긴장감이라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그저 거장의 유명세를 팔아 흥행 수익을 노린 '후광 마케팅'의 결정체일 뿐이다.
폐쇄 공포증과 심연의 공포: 그나마 볼만했던 유일한 지점
그래도 이 영화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걸 막아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장소가 주는 원초적인 공포다. 사방이 막힌 폐쇄적인 구조,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드는 어둠, 그리고 언제 숨을 멎게 할지 모르는 수중 동굴의 압박감은 꽤나 사실적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심연과 심해에 대한 공포는 확실히 자극적이지.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연출만큼은 인정해 줄 만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장소가 주는 공포가 영화 전체의 지루함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으니까.
결론: 이름값에 속지 마라, 재미는 별개다
결론적으로 생텀은 타인에게 관람을 권장할 만한 추천작은 아니다. 오히려 "거창한 홍보 문구 뒤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뼈아픈 사례다.
이제는 이런 홍보의 고리를 끊어줄 진정한 물건이 나올 때도 됐는데 말이다. 유명 감독의 이름에 낚여 시간을 버리는 짓도 지겨워질 참이거든. 이름값 떼고도 승부할 수 있는 그런 당돌한 영화를 찾는 것, 그게 이 지루한 영화판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재미가 아닐까 싶다.
"제임스 카메론의 이름은 거대했으나, 동굴 속에서 건져 올린 재미는 물 한 바가지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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