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감독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오만함
하마구치 류스케? 그래, 드라이브 마이 카나 우연과 상상으로 전 세계 평론가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 거 인정한다. 하지만 그 이름표가 붙었다고 해서 이 영화의 무책임한 불친절함이 용서되는 건 아니다.
영화는 평화로운 마을에 글램핑장이 들어온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갈등으로 시작해서, 관객을 아주 천천히 지루함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감독은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니 "악의 모호함"이니 하는 거창한 주제를 던져놓고는, 정작 그걸 풀어낼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유명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방패 삼아 "이걸 이해 못 하면 너희가 예술적 소양이 부족한 거야"라고 거들먹거리는 오만함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현실인가 환상인가? 아니, 그건 그냥 '무책임'이다
가장 분노했던 그 결말. 이건 정말 선을 넘었다. 현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섞어서 관객에게 사유의 기회를 주는 것과, 수습이 안 돼서 대충 비유로 뭉뚱그려 끝내는 건 천지 차이다.
감독은 영화 내내 쌓아온 서사를 엔딩에서 스스로 폭파해 버린다. 해결은커녕 상황을 더 꼬아놓고 "자, 이제 각자 해석해 봐"라며 무대 뒤로 숨어버리는 꼴이라니. 관객은 106분 동안 성실하게 이야기를 따라갔는데, 결말에 이르러서는 감독의 배신감 섞인 엿을 먹은 기분이다. 이건 예술적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능력이 없음을 자백하는 연출적 직무유기다.

신비주의 심부름꾼? 그저 반감만 사는 '자연인 괴짜'
주인공 타쿠미에 대한 묘사는 더욱 가관이다. 마을의 심부름꾼이자 자연의 섭리를 잘 아는 인물처럼 그려지지만, 사실 그가 보여주는 건 신비로움이 아니라 불쾌한 폐쇄성이다.
너무나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그의 눈빛과 행동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경외심이 아니라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특히 후반부 그의 돌발 행동은 '자연의 섭리'로 포장하기엔 너무나 작위적이고 뜬금없다. 감독은 그를 통해 인간 내면의 악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는 이상한 놈'에 불과하다. 캐릭터에 공감은커녕 혐오감만 남기는 게 감독의 의도였다면 대성공이다.

최종 결론: 상장(賞狀)이 영화의 재미를 보장하진 않는다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고? 평론가들이 만점을 줬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영화는 결국 관객과의 소통이다. 감독 혼자 자위하듯 만든 영상을 '심오한 예술'로 추앙해 주길 바란다면, 그건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 틀렸다. 이 영화에는 확실한 악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관객의 귀중한 시간을 뺏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감독의 무책임함이다. 다시는 이 감독의 '불친절한 판타지'에 속지 마라.
추천 관객: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을 보고 며칠 밤을 고민하며 "내가 예술을 모르는 걸까?"라고 자학하고 싶은 자학적 평론가 지망생들.
관련 콘텐츠: 영화는 싫어도 패키지는 예쁘더라
영화 자체는 관객의 뇌를 고문하는 수준이지만, 소장 가치만큼은 챙기고 싶은 '수집가'들을 위한 기록입니다. 이 불친절한 영화가 어떤 물리매체로 박제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확인하세요.(미사여구는 그냥 유입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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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감독의 이름값 뒤에 숨어 무책임한 결말과 불쾌한 캐릭터로 관객의 뒤통수를 갈기는, 예술을 빙자한 불친절의 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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