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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작,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 실존 인물 루돌프 회스의 가족 일상을 다룬다.
· 아우슈비츠 옆 집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더 무섭게 다가온다.
· 정지화면과 소리만으로 전해지는 잔혹함은 무언보다 강하다.
· 디스크러버 기준 평: 소장가치 ‘중상’, 체험으로서 강렬한 작품.


존 오브 인터레스트 – 평범함이 만든 지옥의 풍경

처음엔 이 영화가 뭘 말하려는 건지 잘 몰랐다.
시작하자마자 몇 분간 이어지는 정지 화면.
그다음엔 대사도 거의 없이 이어지는 일상 장면들.
근데 이상하게도 계속 보게 되더라.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땐… 솔직히 멍했다.
머리보다 가슴이 더 피곤한 영화였다.

영화는 어느 시골집을 보여준다.
아버지를 위해 깜작 선물을 준비한다든가 
엄마는 자신의 집 정의 꽃을 가꾼다.
너무나 평범한 그들의 일상.
그런데 집 밖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간다.
비명소리가 들리고, 굴뚝에선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
그 집은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이었다.

 



더 무서운 건, 그걸 아는 듯 모르는 듯한 인물들의 태도다.
아니, 사실은 그냥 무관심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정원수와 수영장, 그리고 가족 분위기뿐이다.
지옥 옆의 천국. 혹은 천국 옆의 지옥.

이 영화 보면서 내 군대 시절이 생각났다.
나는 신병교육대를 강원도 삼척 근처에서 받았는데,
바로 옆이 해수욕장이었다.
우린 지옥 같은 훈련을 받는데, 훈련장 너머에선 사람들 비명소리 말고
놀고 떠드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서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해변가 사람들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 존재 자체를 몰랐을 거다. 아니 알아도 무관심이었을 것이다
그때 느꼈던 이질감, 부러움, 단절감…
이 영화가 주는 공포랑 너무 비슷했다.
존재는 있는데, 보지 않기로 한 사람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실존 인물 루돌프 회스를 기반으로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
가정에선 자상한 아버지였고, 업무에선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관리자였다.
영화는 그를 욕하지 않는다.
그저 말 없이 따라다니고, 관찰한다.
그러니까 더 무섭다.

 



마지막까지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울타리 밖은 절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우린 들리는 소리로만 지옥을 짐작할 뿐이다.
검은색, 흰색, 빨간색으로 이어지는 정지 화면은
감정을 숨도 못 쉬게 조이고, “네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은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딱히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데 왜 이 영화가 무섭냐면,
그 모든 게 진짜 현실이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너무나 평범한 얼굴이 너무나 무서운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던 시대.
그걸 너무 조용히 보여줘서, 더 충격이었다.

<본 감상은 직접 소장 중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 한정판 4K 블루레이(넘버링 한정 슬립케이스 + 디지팩 에디션)로 관람한 결과입니다. 해당 물리매체의 패키지 디자인, 부가영상 정보, 구성품 등이 궁금하다면 아래 개봉기 글을 참고해주세요.>

[한정판 4K 블루레이 개봉기] 존 오브 인터레스트 – '보이지 않는 잔혹함'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담아낸 패키지 보기


“네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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