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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를 돌아보면 마케팅의 얄팍함과 시대적 분위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극장가와 비디오 가게를 장식했던 광고나 대중의 인식은, 이 작품을 그저 네브 캠벨과 데니스 리차드의 자극적인 노출에만 기대는 '내용 없이 야하기만 한 영화'로 완벽하게 각인시켰다. 나 역시 "그저 그런 눈요기용 킬링타임이겠지"라는 거대한 편견을 안고 이 끈적한 플로리다의 늪지대에 발을 들였다.

 

그런데 웬걸, 영화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자 그 얄팍한 선입견은 보기 좋게 박살 났다. 기대치가 바닥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욕망과 뒤통수를 치는 치밀한 전개가 너무 재미있어서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케빈 베이컨, 맷 딜런, 그리고 두 팜므파탈이 벌이는 질척한 진실 게임은 '기분 나쁘게 아름다운' 네오 누아르의 장르적 쾌감을 제대로 선사한다. 그저 3류 에로 스릴러로 치부하기엔 억울할 만큼 영리하게 짜인 판이었다.

 

하지만 이 기분 좋은 놀라움은 영화가 결말로 치달을수록 묘한 피로감으로 변질된다. 이 작품은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짜릿함에 스스로 도취된 나머지, 브레이크 밟을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반전, 반전의 반전, 반전의 반전의 반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배신극은 종국에 이르러 뇌절에 가까워진다.

 

반전이라는 것은 탄탄한 서사의 빈틈을 단 한 번 날카롭게 찌를 때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반전을 위한 반전'을 남발하며 스스로 서사의 무게감을 가볍게 증발시켜 버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간중간 숨겨진 진실의 조각들을 보여주는 연출 자체는 기발했지만, 솔직히 말해 딱 두 번 정도의 반전에서 깔끔하게 마침표를 찍었다면 훨씬 완벽하고 세련된 스릴러로 남았을 것이다. 지나친 기교가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깎아먹는 '반전의 역효과'를 아주 훌륭하게 증명하는 교과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뿜어내는 기만적이고도 끈적한 매력은 부정하기 힘들다. 바닥을 치는 인간의 탐욕을 이토록 노골적이고 흥미진진하게 꼬아놓은 90년대 스릴러가 흔치 않으니까. 끝을 모르고 뇌절하는 반전의 늪에 기꺼이 허우적거려 줄 의향이 있다면, 꽤나 훌륭한 장르적 재미를 보장하는 매혹적인 함정이다.

 

[The Verdict]

  • 탐미 지수: ★★★★★ (플로리다 늪지대처럼 끈적하게 달라붙는, 불쾌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의 매혹)
  • 뇌절 지수: ★★★★★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 스스로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과유불급의 뒤통수 치기)
  • 한 줄 평: 야하기만 한 3류 에로 영화인 줄 알았더니 영리하게 잘 빠진 스릴러. 딱 두 번의 반전에서 멈췄다면 완벽했을 것을.

※ 본 감상은 직접 소장 중인 『[DVD 개봉기] 반전의 고전 스릴러, ‘와일드 씽(Wild Things, 1998)’ 국내판 상세 스펙 분석』으로  관람한 결과입니다. 해당 물리매체의 패키지 디자인, 구성, 실물 이미지 및 발매 정보가 궁금하다면 아래 개봉기 글을 참고해주세요.

 

[DVD 개봉기] 반전의 고전 스릴러, ‘와일드 씽(Wild Things, 1998)’ 국내판 상세 스펙 분석

 

[DVD 개봉기] 반전의 고전 스릴러, ‘와일드 씽(Wild Things, 1998)’ 국내판 상세 스펙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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