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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던 기원은 없고, '어이없는 대립'만 남았다

우리가 이 프리퀄에 기대했던 건 명확하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이 황당한 정책을 국가 공인 행사로 만들었으며, 어떻게 시민들이 이 비인간적인 행사에 길들여졌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다.

 

퍼지의 계기는 전작에서 떠들었던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설명으로 뭉개고 넘어가더니, 정작 보여주는 건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조잡한 대립이다. 국가적 시책이 된 이유를 파헤치랬더니, 고작 스테이튼 섬이라는 좁은 구석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으로 전락했다. 시리즈의 팬으로서 이 영화는 '기원'을 알려주는 친절한 가이드가 아니라, 시리즈의 명성을 갉아먹는 기생충 같은 존재다.

드미트리: 마약상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쓰레기 대결'의 절정

이 영화의 세계관 설정은 가관이다. 스테이튼 섬의 악명 높은 마약상 두목 드미트리가 이 영화의 '영웅'이자 '구세주'로 등극한다. 미친 정부의 정책에 맞서 주변 사람들을 구해낸다는 설정인데, 도대체 감독은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강요하는 건가?

 

평소 사람들을 마약으로 병들게 하고 범죄를 일삼던 놈이, 정부가 더 미친놈이라는 이유로 '의리 있는 형님'으로 둔갑한다. 이건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쓰레기 대 쓰레기'의 대결이다. 드미트리가 사람들의 신임을 받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섬 동네 사람들의 판단력마저 의심하게 된다. "정부보단 마약상이 낫지"라는 식의 저급한 논리로 관객을 설득하려 들다니, 각본가의 게으름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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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레스: 퍼지 데이에 가장 먼저 정화되었어야 할 캐릭터

전작 《더 퍼지 (2013)》에서도 지능이 '퍼지'된 가족들 때문에 뒷목을 잡았지만, 이번 편의 돌로레스는 차원이 다른 짜증을 유발한다. 나니야 남매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참견하고 나대는 '동네 수다쟁이' 캐릭터인데, 영화 내내 관객의 분노 게이지를 착실하게 채워준다.

 

특히 영화 결말부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나대는 모습'은 이 영화의 유치함을 대변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긴장감을 조성해야 할 조연이 오히려 관객을 빡치게 만든다면, 그건 명백한 캐릭터 설계의 실패다. 살인마들보다 이 캐릭터가 화면에 나올 때 더 '퍼지'하고 싶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최종 결론: 안 보고 넘겨도 인생에 아무런 지장 없는 영화

프리퀄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알맹이는 전작들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억지스러운 영웅 만들기(드미트리)와 짜증 유발 캐릭터(돌로레스)의 시너지는 관객의 소중한 97분을 낭비하게 만든다.

 

추천 관객: "나는 퍼지 시리즈의 모든 장면을 다 봐야 잠이 온다"는 강박증이 있는 분들.

비추천 관객: 1, 2편의 긴장감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 마약상이 영웅 대접받는 꼴을 못 참는 분들. 그냥 이 편은 안 보고 지나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퍼지의 기원을 알려준답시고 나타나서, 정작 시리즈 전체의 '개연성'만 퍼지해버린 역대급 불량 프리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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