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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의 존 윅'을 기대했나? 미안하지만 '신데렐라'의 서글픈 드라마다

이 영화의 예고편이나 설정을 보고 들어온 관객들은 아마 화끈한 갱단 소탕 작전을 기대했을 거다. 개들을 지휘해 악당들을 박살 내는 '존 윅'의 견공 버전을 상상했다면, 초반부터 밀려오는 지루함에 하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의 본체는 액션이 아니라,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하반신 마비가 된 한 남자가 여장 남자(드래그 퀸) 공연을 하며 개들과 가족을 이루는 처절한 캐릭터 스터디다. 뤽 베송은 복수극의 탈을 쓰고 주인공의 기구한 인생사를 읊어대는데, 그 톤이 너무 무겁고 길다. "갱단과의 결투가 주요 내용일 거라는 생각"을 배신하고 드라마에 치중하다 보니, 본격적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늘어진다.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겐 이 지루함이 거의 '고문'에 가깝다.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미친 연기, 그리고 개들의 하드캐리

지루함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힘은 주인공 더글러스를 연기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신들린 연기다. 휠체어에 앉아 에디트 피아프를 부르는 그의 눈빛은 이 영화가 가진 몇 안 되는 예술적 성취다. 여기에 CG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똑똑한 개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배우가 아무리 열연을 펼쳐도, 영화가 깔아놓은 판 자체가 너무 작위적이다. 개들이 케이크 재료를 갖고 오거나 인간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판타지로 이해하려 해도 가끔 실소가 터진다. "개들이 다 했다"는 말은 칭찬인 동시에, 이 영화의 서사가 개들의 귀여움과 영특함에 전적으로 기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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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아니지..." 웃음이 터지는 무리수 엔딩

이 영화의 백미이자 최대의 패착은 바로 결말 부분이다. 뤽 베송은 영화 내내 쌓아온 비극적인 정서를 마지막에 '종교적 숭고함'으로 승화시키려 무리수를 던진다.

 

휠체어에서 일어나 십자가 그림자 아래로 걸어가 쓰러지는 그 장면... 감독은 장엄한 카타르시스를 의도했겠지만,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어... 갑자기 여기서?" 싶은 황당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갱단과의 결투를 대충 마무리 짓고 갑자기 성자로 변모하려는 주인공의 모습은 감동보다는 '무리수의 정점'으로 다가온다. 결말이 우습게 느껴지는 이유는, 영화가 가진 현실의 무게와 엔딩의 판타지가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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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뤽 베송 특유의 미장센과 개들의 눈부신 활약만큼은 고화질로 간직할 만하다. 이 기묘한 '견공 잔혹사'가 어떤 패키지로 담겼는지 확인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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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결론: 뤽 베송의 감각은 여전하나, 조율은 실패했다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고, 드라마를 기대했다면 결말의 무리수에 당황할 영화다. 개들은 훌륭했고 배우는 미쳤지만, 감독은 자기가 만들고 싶은 판타지에 취해 관객의 개연성을 퍼지(Purge)해버렸다.

 

추천 관객: "세상의 모든 개는 인간보다 낫다"고 믿는 애견인들,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광기 어린 연기를 사랑하는 시네필.

비추천 관객: '존 윅' 같은 깔끔한 액션 스릴러를 원하는 분들, 억지스러운 종교적 메타포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들.


개들의 지능은 만점인데 감독의 연출은 '무리수'를 남발하는, 뤽 베송이 던진 기괴하고 지루한 원반 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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